1980년 5월 18일, 2만 여명의 군인들이 실탄을 채운 총을 어깨에 매고 광주를 점령했던 그날의 사연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5.18 광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5.18로부터 26년이 지나기까지 일주일 정도 남은 5월 10일, <화려한 휴가>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날, 제작보고회는 진지한 영화의 분위기만큼이나 차분한 목소리를 지닌 배유정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행사에 들어가며 <화려한 휴가>의 트레일러와 하이라이트가 상영되었다. 배우들의 진지한 열정과 생생한 촬영 현장의 열기, 지금 세대에겐 생경한 1980년의 풍경들과 5.18 당시의 혼란스러운 광주가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종료되고 감독과 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휴가>의 메가폰을 잡은 김지훈 감독은 작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밝혔고, 배우들은 영화에 대한 솔직한 심정들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 김지훈 감독, “26년이란 시간을 기다려 영화화되는 5.18을 내가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지역적인 특성상 5.18에 대해서 왜곡된 사실들을 접하고 자랐었다. 후에 서울로 진학해서 진실을 뒤늦게 알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화려한 휴가>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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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기, “영화의 후반 30분 정도 분량을 봤는데 내가 그 장면 안에 속해있는 영화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북받쳐 올라오는 기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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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경, “대학 시절, 운동권 학생을 불문하고 5.18 영상을 보는 것이 유행과도 같았다. 그만큼 5.18은 그 시절 젊은 세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사건이었고 그랬던 만큼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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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요원, “사실 진지한 역사소재의 다큐물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져서 꺼리는데 5.18관련 자료와 영상들을 찾아 접했다. 그 사람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고, 연기를 통해 그 날을 돌아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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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기, “사실 5.18에 대해 아는 바도,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적 과장이 아닌가 의심까지 할 정도로 참혹했다. 실제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역사에 맞서지 못하고 도망만 다녔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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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민은 “난 5,18을 세번 만났다. 처음 만난 건 어린 시절 광주에서 휴교 덕분에 학교를 안 가서 즐거운 날로, 두 번째는 대학생이 되어 그 날의 진실을 알고 분노로, 세번째는 <화려한 휴가>를 통해서. 가해자가 예술을 통한 광주를 보고 진실로 참회한다면 피해자는 영화를 통해 뜨겁게 안아주길 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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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행사엔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5.18 당시 외신기자로 한국에 있던 도널드 커크(Donald Kirk)가 초대된 것. 그는 오랫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외신기자로 활동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고, 5.18 당시 광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 5.18 당시 외신기자로 광주를 방문한 도널드 커크(Donald Kirk) "어제 자막 버전의 영화를 보았다. 배우들을 만나 반갑지만 그날을 생각하니 마냥 기쁜 자리만은 아닌 것 같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역사의 한 순간을 영화로 만난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5.18 사태가 소요된 후, 광주를 찾았는데 그 당시, 시청 옆에 희생자 시신이 담긴 나무 관이 도열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론 꽤나 슬픈 기억으로 남았다. 내 생각에 5.18은 한국의 민주화를 이루는 시발점이 된 한국 역사의 큰 전환점이라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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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뜨거웠지만 서글펐던 광주의 기억을 스크린에 담아 낸 <화려한 휴가>는 오는 7월, 26년이 지난 오늘에도 퇴색될 수 없는 그날의 함성을 들려줄 예정이다.
2007년 5월 9일 수요일 |
취재: 민용준 기자
2007년 5월 9일 수요일 |
사진: 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