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일기> 임필성 감독의 차기작인 <헨젤과 그레텔>이 지난 3월 3일 부산 종합촬영소 세트장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첫 촬영 장면은 교통사고 후 정신을 잃었던 은수(천정명 분)가 눈을 뜨면서, 그의 눈을 통해 처음으로 기묘하고 낯선 세계가 관객들에게 펼쳐지는 장면이었다.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악몽을 꾸는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계속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야 했던 천정명은 온통 신기한 장난감으로 가득한 수수께끼의 공간, 핸드폰의 바는 하나도 뜨지 않고, 외부와 연락할 길은 다 끊긴 공포감과 당혹스러움을 오직 눈빛으로만 표현해내야 했다.
게다가 12 시간 동안 논스톱으로 진행된 촬영 내내 피곤한 기색 한번 내비치지 않았던 천정명은 함께 연기 해야 하는(?) 사람 키만한 토끼 인형의 털을 더욱 괴기스럽게 빗겨주는가 하면, 연기 도중 쓰러뜨린 소품들을 직접 정리하는 등 촬영장의 분위기를 한층 활기차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 집 세트도 같이 공개되었는데, 어린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온 세상이 장난감으로 가득 차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꿈의 결정판이면서도 생명력을 지니고 움직일 것 같은 특이한 장난감, 동화적이면서도 기괴한 일러스트로 특수 제작된 그림 벽지 등으로 인해 묘한 섬뜩함을 풍기기도 했다.
첫 촬영을 시작한 <헨젤과 그래텔>은 4개월간 제주도와 부산, 경주 등을 오가며 촬영, 2007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