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거친 폭력과 잔인함을 지닌 ‘조폭’대신 의리와 정에 약한 ‘형님’들을 전면에 내세운 <마강호텔>은 무늬만 조폭인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동생의 학비를 걱정하는 상대조직 넘버3의 애환은 충분히 인간적이며, ‘딜레이’와 ‘딜레마’를 헷갈려 하고, ‘조류독감’을 ‘조루’, ‘독감’으로 아는 그들의 일상은 영화가 조직의 쓴맛보다는 개인적 인간미에 치중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에 충실한 조폭 영화일수록 조직 내 암투와 과장된 인물설정이 빠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강호텔>이 지닌 특별함은 ‘소재의 역 발상’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실소와 주 조연의 구분이 모호한 배우들의 열연만이 코미디 영화를 보는 만족감을 간헐적으로 채워준다. <귀여워>이후 망가진 캐릭터에 열중한 듯 보이는 김석훈의 조폭 연기가 지나치게 신사적으로 표현된 점은 <마강호텔>을 보면서 마음껏 웃을 수 없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이다. 기상천외한 캐릭터를 맡았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그의 세련됨은 이 영화를 뻔한 조폭 영화라고 단정짓는 것만큼이나 난감하다. 출세지향적이지도, 악랄하지도 않은 조직의 넘버2는 이제껏 보여진 그들의 화려한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소박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더 이상의 조폭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가정에 입각한 작품의 만듦새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에 충분할 정도로 영화적 본분에 충실해 단순히 '킬링 타임'용 영화를 찾은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것이다.
2007년 2월 14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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