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장…>은 이들의 대결 외에도 각 인물들의 트라우마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단순히 웃기지만은 않겠다’란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조상의 얼을 잇는 자부심으로 뭉쳐있던 김관장의 어린 아들 ‘도령’이 이들 세 무술 사이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되기 위해 검도와 쿵후를 번갈아 가며 비밀 수련에 힘쓰는 모습이나 시골에서 벗어나 서울로 이사 가기를 바라는 연실이 재개발을 위해 비밀 투입된 ‘세 쌍둥이(이한위, 박철민, 김병만)’의 꼬임에 빠져 건물을 팔려고 하는 장면들은 너무나 작위적이다. 이들의 갈등은 세 명의 김관장 대 세 쌍둥이들의 피할 수 없는 대결로 그려지고 영화는 각 무술들의 현란한 액션을 선보인다.
사실 배우들이 보여주는 캐릭터들은 나름의 웃음 코드로 중무장되어 있다. 왕년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벗어 던지고 점차 코믹 연기로 영역을 넓혀 나가는 신현준은 마냥 무너지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그러나 무장 해제된 표정연기 속에 스치는 그만의 사연은 너무 뻔하게 흘러간다. 특히 최성국의 뻔뻔한 코믹함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그나마 셋 중에서 가장 정상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지는 권오중은 너무나 진중해서 겉도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밀을 간직한 은둔거사와 매사에 폼생폼사인 사범, 시종일관 바른말만 하는 무도인의 결합은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영화의 웃음은 되려 전혀 닮지 않은 세 쌍둥이로 나오는 배우들이 출연할 때만 터진다. 특유의 ‘R’발음을 굴리며 육두문자를 날리는 큰형 이한위와 박철민의 서슬 퍼런 칼잡이 연기는 개그맨 출신 김병만이 보여주는 엉뚱함과 맞물려 확실한 웃음폭탄을 날린다. 긴 제목만큼이나 기발한 상상력을 펼쳐 보인 박성균감독은 나름의 매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배우들의 완급 조절에 실패함으로써 장르적 의무를 상실했다. 그들의 과도한 코믹연기는 되려 불편함을 자아낸다. 세 명의 관장이 가진 내면의 상처를 보여주며 서로 융합되는 과정은 산만하고 ‘무에 타이’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결말은 인기에 편승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대한민국 무술도장의 현실을 반영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애매함으로 마무리됐다. 정작 메인 배우들이 웃기지 않는데도 코미디 영화의 의무를 다한 건 조연 배우들의 덕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관장..>은 제목부터 <김관장’s와 세 쌍둥이>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2007년 1월 25일 목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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