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의 진심을 빼앗은 여자는 순수해 보이지만 발랄한 정인이다. 수애가 지닌 청초한 모습과 대비되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녀가 나름의 아픔으로 물든 마음의 빗장을 열고 그를 향한 설렘으로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진심’을 넘어선 ‘사랑’이란 감정이 인간을 어떻게 완성시키는가를 보여준다. 겉으로 드러난 영화의 줄거리는 서울의 있는 집 아들인 대학생 석영과 빨갱이 딸 정인이 10일 동안 사랑에 빠지고 그 당시 시대에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연인들의 이야기다. 영화의 중심엔 화제의 프로인 ‘사람 찾기’가 들어있고, 이들 사이엔 사제지간이 선후배가, 부모와 자식, 지주와 소작농이란 인간적 구분이 존재 한다. 시대적 이념이란 차가운 구분 없이도 행복할 것 같은 이들의 사랑은 사회적 의리와 삶에 대한 본능이란 원초적 욕구에 희생된다.
‘첫사랑’이란 진부한 소재를 평생의 추억이란 긍정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조근식 감독의 연출력은 두 배우를 극중 인물로 재 탄생시키면서 제 몫을 다한다. <그해 여름>의 백미는 영화의 대중적 성공을 염두에 두고 이뤄지지 않은 연인들의 결말을 행복하게 마무리 하려는 욕심을 지우고 영화의 완성도에 치중한 흔적은 오랜 감동으로 이어질 ‘추억’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감정의 끈을 조였다 풀었다 할 자연스러운 에피소드들이 시대적 상황에 맞게 매끄럽게 이어진 점도 <그해 여름>이 지닌 무시 못할 매력이다. 게다가 영화를 보기 전 들었던 모든 생각을 덮을 정도로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눈물까지, 멜로 영화가 지닐 필요충분 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 <그해 여름>을 봐야 하는 아깝지 않은 이유이다.
2006년 11월 22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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