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식은 코미디 배우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그의 연기를 즐거워한다. 적당히 울리는 바리톤 목소리는 느끼하지도 않다.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그의 연기는 매번 비슷해도 매번 다른 것 같고 그래서 질리지도 않는다. 봉태규는 귀엽다. 못생긴 얼굴로 스크린을 꽉 채울 줄 아는 그의 재기발랄함은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도 유일무이다. 능청스럽게 상대 배우의 호흡을 이끌어내는 본능적 연기는 앞으로 그가 오래 배우이리라 짐작케 해준다.
그러나........
이 둘이 만나 맹글은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서로의 장점을 할퀴기만 할 뿐이다. 영화 내용과 마찬가지로 백윤식은 코미디에 연기패턴 방점을 찍는다. 봉태규의 개성을 한껏 살린 연기는 우리가 기대했던 그대로다. 불량제품을 적발하고 그걸 이용 제조사를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동철동(백윤식)과 그의 아들 동현(봉태규)은 안 닮은 듯 하면서도 꼭 닮은 부자 사이다. 여자 없이 산 세월만큼 애정도 결핍된 이들의 생활에 오미미(이혜영)가 등장하면서 이 괴짜 부자관계는 급물살을 탄다.
본격적인 코미디는 섹시한 여성을 사이에 둔 동철동과 아들 동현이 삼각관계 즉 연적이 되면서 시작한다. 전과는 다르게 확실한 코미디 연기를 시작한 백윤식과 자기만의 코미디 연기를 구사하려는 봉태규의 조합은 이상하게도 시너지 효과가 안 난다. 정확히 말해 웃음의 포인트를 찍지 못한다. 막말로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에게 은밀한 성적욕망을 반영하는 모습은 보기 불편한 코미디 쌈마이로 흘러간다. 쌈마이가 나쁘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말이 아님을 밝힌다. 쌈마이로 가다가 니마이로 가려는 영화의 코미디 전개방식이 산만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엉큼한 동네 아저씨들이 등장하지만 두 부자와 엮어 들어가지 못해 러닝타임만 잡아 먹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소재에서 오는 참신함과 연기파 배우들의 리얼한 코미디 연기는, 힘 딸리는 극의 진행으로 말미암아 서로에게 상처만 준 꼴이다. 재치 있는 오프닝 애니메이션, 유명 영화 패러디 같은 좋은 아이템이 극의 상황에 맞게 등장하긴 했어도 위와 같은 이유로 힘을 못 받는다. 안타깝다는 말을 이럴 때 써야할 듯.
웃음의 코드가 산재되어 있기보다 한 줄기로 묶일 때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친 영향도 명명백백하게 보이지 않을까?
글_ 2006년 11월 1일 수요일 | 최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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