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시티>와 <패스트&퓨리어스2>에 출연해 이제는 영화배우로 더 유명한 톱모델 데본 아오키가 영화 <DOA> 주인공이란 말에 기자 내심 잔뜩 기대했다. 아오키 말고도 유명 모델로 활동했던 다수의 여주인공들이 화끈한 액션을 펼친다고 하니 어찌 기대가 아니 될꼬....
드디어 영화의 오프닝이 스크린을 장식할 때, 미리 본 영화스틸의 비주얼이 조잡했음이 떠오르더니만 기대감은 이내 급추락했다. 헉!! 파이터 게임 형식을 살린 영화의 구성은 나름 구성진 시도로 받아줄려고 해도, 어디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액션은 늘씬 미녀들의 다리 찢기만 쫓아가기 급급하다. 로얄 파이터 카수미로 분한 데본 아오키를 어떻게든 신비스런 동양 파이터로 보이고 싶어 입혀 논 치파오 플러스 기모노 의상은, 최근 관람한 영화 <야연>의 의상하나 만큼은 최고로 인정했던 기자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을 뿐더러, 싸구려 나는 광택감 때문에 영화의 비주얼마저 망쳐 논 꼴이 돼버렸다.
다섯 명의 여전사로 출연하는 주인공들이 모델, 가수, 연기자로 주목 받았던 이들이라 실망감은 그세 배신감으로 변해 버린다. 특히, <엑스맨> <리쎌 웨폰4>의 무술감독으로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원규의 할리우드 감독 데뷔작인 만큼 장난스런 영화의 완성도는 보는 이의 치를 떨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액션은 이게 정녕 원규의 작품이더냐? 식의 쓸데없는 의심을 품게 만들 정도다. 파이터 게임 형식을 영화에 그대로 차용한 스타일은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으로 인해 신선도 제로를 향해 급박하게 치닫는다.
아무리 엉망이어도 볼거리 하나 정도는 있겠지 하는 생각에, 미녀배우들의 육감적인 몸매를 감싸고 있는 의상에 집중하려 했다. 데본 아오키의 싸구려 공단 의상에 시작부터 실망한터라 큰 기대 안했지만 일말의 희망마저도, <DOA>의 풀 버전 제목처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영화의 꼿꼿한 태도는 허튼 기대를 잠시나마 품은 기자를 되레 미안하게 만든다. 파이터의 동작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섹시미만 강조한 노출증 룩과 고가의 프리미엄 진을 80년대 유행룩으로 코디한 영화의 쌍팔년도식 센스, 정말 지대로다.
이렇듯 모든 게 엉망진창인 영화를 참고 보느니, 용기 있게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평소 소심함의 대가인 기자, 끝까지 앉아 있었더랬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에 불이 환하게 켜지자 그 자리에 모인 다양한 매체의 기자들 얼굴에선 서로를 위로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런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절절한 동지애! 툭 깨놓고 말해, 언론시사회여서 망정이었지 극장에서 내 돈 내고 봤다면 환불소동 일으켰을 거다. 아~ 이 영화를 돈 주고 관람할 무비스트 회원들을 생각하니 주책 맞게도 눈물이 흐른다.
글_ 2006년 10월 20일 금요일 | 최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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