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는 나라 좀 후지다. 사방의 환경이 죄다 척박하다보니 사는 게 고단하다. 본의 아니게 유년시절을 통째로 저당 잡히며 드나들어야 했던 학교, 이 지리멸렬함에 일조했음은 사실이다. 고로, 우리네 청춘들, 제 정신으로 학교 다니기 힘들다. 24시간 내내 ‘가오’ 살리기에 매진했던 사내 녀석들은 해서, 뻑하면 쌈박질을 해댔더랬다. 학교며 동네며 가릴 거 없이 나와바리(지역.구역)를 접수하고 사수하고자 상처투성이인 온 몸을 아낌없이 던졌다.
사정이 이러하니.....
영화의 말마따나 ‘전설 아닌 청춘이 어디 있겠는가?’
‘18대 1로 붙었다’를 필두로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들 얼마간의 전설스런 추억을 마음에 품고 있다. 물론, 구라로 부풀려져 있음이다. 때문에 무시로 튀어나오는 이 지긋지긋한 수컷 무용담에 지지리 궁상이라는 시선을 보내는 이 무지 많다. 하지만 분명 치열했다. 세월을 뛰어넘어 그 찰나는 언제나 가슴 벅차다. 치기와 오기로 범벅된 시절의 추억이지만, 그러한 성장통을 겪고 통과했기에 지금 여기의 나라는 존재가 있는 것이다. 안 거창하게 말해 왕년에 전설 하나 없으면 그 인생! 심심하다.
조범구 감독의 <뚝방전설>은 바로 왕년의 그 순간을 잡아채 생생하게 길어 올린 청춘영화다. 남루한 동네, 뚝방을 둘러싼 세 녀석의 전설 그리고 그 전설을 통과한 이들의 모습을 영화는 액션을 전면에 내세워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지리한 청춘의 일상을 신랄하게 그려냈던 감독의 전작 <양아치어조>의 확장판이자 본격적인 충무로 상업영화 데뷔작인 셈이다. 전작이 저예산 영화인 관계로 지르고 싶은 마음 꾹 눌렀던 그만의 상상력이 <뚝방전설>에 이르러서야 구체화된 것이다. 하나, 조범구 감독의 뚝심 넘실거리는 도전이 온전하게 영화 안에 자리했다 볼 수는 없음이다.
만듦새, 투박하다. 이야기의 밀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과거와 현재의 넘나듦, 거칠고 조화롭지 못하다. 캐릭터 구축, 역시나 탄탄하지 않다. 특히, 정권(박건형)이. 그럼에도 이 영화 맘에 든다. 가슴에 와 닿는다. 짠할 정도는 아니지만 당시의 정서를 오롯이 느끼고, 현재의 나를 돌아보기에 더없이 괜찮은 영화다.
언뜻 보면, 정우성의 <비트>와 류승범의 <품행제로>를 섞어 놓은 듯하다. 다만, 영화는 <비트>처럼 청춘로망의 전형성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전설의 이면을 들춰낸다. 폼 나는 청춘 속에 도사리고 있는 냉혹하면서도 뻔한 현실을 고스란히 내비친다. 또한 <품행제로>가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유쾌하게 불러내며 그 시절에 충실했다면, <뚝방전설>은 이야기를 더 늘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사회인으로서 정착해 살아가는 그들의 성장 과정에 시선을 놓는다.
그 과정 속에서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스크린 밖으로 밀려나오는 사람을 향한 애정 그득한 정서가 <뚝방전설>의 가장 큰 미덕이다. 객기일지언정 한 순간의 선택에 모든 걸 걸었던 세 녀석과 그런 녀석들을 진심 어리게 끌어안으며 다독이는 동네 어른들의 모습. 보잘 것 없고, 가진 거 없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가는 이들의 진심이 문득문득 화면에 묻어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영화의 정서는 빛을 발한다. 기왕의 청춘, 조폭영화와 궤를 달리 하려는 감독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두홍 감독이 설계한 쌩얼 액션과 제 값은 충분히 한 주조연 캐릭터들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유지태는 의외다,
앞서 말했듯, <뚝방전설>은 아니다 싶은 점이 장점 못지않게 눈에 밟히는 영화다. 그럼에도 영화가 뿜어내는 거부하기 힘든 진정성은 <뚝방전설>을 누군가에게 자꾸 권하고 싶게 만든다. 그러한 시절을 직접 대면하고 통과했던 꼰대의 얄팍한 감상의 발로라 할지라도 권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한번쯤 놀아본 20대~30대에게는 더더욱.....
2006년 8월 30일 수요일 | 글: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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