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2006년 가장 기대되는 커플로 뽑힌 이나영 강동원 주연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제작: LJ필름)>의 제작보고회가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 8일 오후 5시 30분에 소공동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열렸다. 예상시간보다 40분 정도 늦게 시작된 행사는 두 배우 모두 지금까지의 영화작업 중 처음으로 제작보고회에 참석한다며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등장해 진행 초반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으나 정지영 아나운서의 재치 있는 진행과 송해성 감독의 달변으로 매끄럽게 진행됐다. 출간되자 마자 40만부가 팔린 페스트셀러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우행시)>는 원작자인 공지영작가가 영화로 작업하면 꼭 송감독이 했으면 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작품.
"영화 작업을 하면서 상 복은 있었는데 흥행 복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연 감독은 그 부분에 있어선 이를 악물고 찍었다며 말해 흥행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고, 영화를 끝낸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나영은 “개봉을 안 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끝났다는 생각이 덜 든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영화는 세 번의 자살 시도를 한 대학강사 유정과 세 명의 사람을 죽인 사형수와의 운명적 만남을 그리고 있다. 면회장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수많은 대사를 치고 뱉어내야 했던 배우들의 고난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집안에서 수갑을 차보기도 하고 독방 체험도 신청했지만 관계자들에게 거부(?)당했다는 강동원은 “구속 받고 산 적이 없어서 과연 잘 해낼 수가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나중엔 수갑도 익숙해지더라.(웃음)캐릭터에 부딪히고, 맞춰나가는 것 말곤 방법이 없었다.”며 영화적 준비과정을 설명하기도.
특히 내적인 상처를 지닌 채 남 보기에 모자랄 것 없는 부유한 ‘유정’역할을 연기한 이나영은 “ 이 역할 자체가 겉으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상대 배우와 감독님과의 회의밖에는. 강동원씨랑 처음 봤을 땐 무척 서먹했지만 대사연습을 하면서 많이 친해진 이유도 거기 있다.”고 덧붙였다.
기계오작동으로 메이킹 필름을 보지 못한 채 진행된 제작 보고회는 다소 거리를 두는 두 배우의 서먹함에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됐는데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서도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서 그렇지 작품이라는 연결고리로 인해 편히 농담하는 사이다. 영화 초반 이랑 달라진 느낌은 ‘(역시)인간이구나~’정도?”라고 말한 이나영의 답변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나영의 돌발 발언은 영화 출연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에 대한 발언에서도 이어졌는데 “이유는 없지만 짜증나도록 가슴 저리는 부분이 많아서 흔쾌히 하게 됐다”는 솔직 답변으로 원작을 읽거나 기대하는 기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시나리오 보다 원작을 먼저 읽고 송감독님이 찍는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대답했다고 말한 강동원은 “살아오면서 죽을 것 같이 죄송한 게 없었는데 영화 속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용서를 부는 부분을 찍을 때 정말 걱정되고 어려웠다. 장면 장면이 다 힘들었다.”고 말해 감정 신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하지만 감독의 걱정은 다른데 있었다. 첫 촬영하는 날 강동원의 클로즈업을 잡고 1시간 동안 좌절했다고 밝힌 송감독은 “사람들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두 배우 모두 외계인이라고 할 정도로 외모가 출중해서 모니터 보고 ‘너무 잘생겼구나’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윤여정 선생님께서 ‘저렇게 잘 생긴 애가 죽어야 영화가 슬프고 잘 나온다’고 위로를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말해 주연 배우와 취재진의 웃음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강동원이 “여기서 꼭 밝혀야 하는 점은 내 스스로 모니터를 보고 잘 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기사 카피는 꼭 이상하게 나간다 (웃음). <형사>랑 <늑대의 유혹>이후로 그런 소릴 듣는데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찍을 때까지만 해도 잘 생겼다란 소린 들어 본적이 없다.”면서 외모 보다는 연기에 욕심 내는 배우의 변모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또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날 서게 표현한 원작과 소설을 영화화 시키는 것 자체가 풀어진걸 응축시키는 작업이라 고민이 많았다는 송해성 감독은 “영화를 보시면 감독을 욕하는 관객은 있어도 두 배우를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란 최고의 찬사를 두 배우에게 돌려 <우행시>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곧이어 이보여진 메이킹 필름 속에서 한 장면 한 장면에 몰입하는 배우들과 감정을 이끌도록 도와주는 모습이 담겨 있어 예고편에서 보여진 슬프고 아련한 감정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유쾌한 추리시간이 이어졌다. 주연임과 동시에 스탭으로 뛴 이나영 강동원의 모습은 세상이 지루했던 한 여자와 죽음을 앞둔 사형수가 아닌 인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우리에게 외계인처럼 느껴지는 그들의 거리감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개봉하는 9월 14일 날 분명 좁혀질 것이다.
2006년 8월 9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2006년 8월 9일 수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
● 두 배우들이 보여주는 CF와 TV의 모습이 지겹다면, 제작 보고회의 참신한 사진을 감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