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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vs영화] 영화에 대한 사랑이 의심 갈 때, 프랑수아 트뤼포를 만나다.
2006년 8월 1일 화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다들 한번쯤 <400번의 구타>라는 영화 제목은 들어봤을 거다.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도 이 영화제목을 인용해 단편섹션을 만들 정도로 대중적으로 매우 유명한 작품이다. 지금까지도 영화인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소년의 반항과 비행기록은 현실을 환기시키며 자유를 열망하는 새로운 물결 속에서도 가장 큰 물줄기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프랑수아 트뤼포’(1932~1984)다

1960년대 일어난 프랑스 문화운동 ‘누벨바그’의 중심에는 장 뤽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가 있었다. 특히 트뤼포는 영화비평 활동과 그의 자전적 데뷔작이자 칸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400번의 구타>(1959년)로 이 새로운 물결의 원동력으로 활동했다. 흔히 누벨바그의 기수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그는 프랑스의 유명한 영화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에서 비평가로 활동했다. 그 당시 발표한 그의 글 중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은 정치적/상업적 도구로 이용되는 프랑스 영화에 강력한 대한 강력한 비평이자 경고문이었다. 트뤼포는 위선으로 과장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는 영화 즉, ‘독립적 작가’를 요구했으면 그 자신이 그 실천적 모델이 된다. 그에게 영화는 삶이었기에 기존의 영화 구성방식은 그의 영화로 파괴됐다.

특수한 사적 경험의 일반화라고 요약됐을 수 있는 프랑수와 트뤼포의 영화적 형식과 이론들은 그 후 많은 영화인들에게 승계돼 왔고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이끌어냈다.

트뤼포는 1954년 처음 16mm 카메라를 든 다음 1983년까지 21편의 장편영화와 1편의 중편 그리고 3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서 총 25편의 영화를 우리에게 남겼다. 물론 평론가로서의 그의 글 또한 씨네필들에게는 귀하디귀한 자료로 여겨진지도 오래다. 트뤼포가 감독한 <400번의 구타>(1959년作) <피아니스트를 쏴라>(1960년作) <줄 앤 짐>(1962년作) <훔친 키스>(1968년作) 등은 우리 시대의 고전이 돼버렸다. 그러나 정성일 평론가의 말처럼 그 영화들은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사무치게 영화에 바쳐진 영화들이다.

아직 한국에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서간집 『서신들 Correspondences』『트뤼포 평론 모음집』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자면 트뤼포는 일반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영화를 사랑하고 자신의 삶에 영화를 가까이 두려 했던 영화애호가이자 거장감독이라는 단편적인 정보로만 인식된 인물일 듯하다. 이 사실은 그의 남다른 영화인생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에게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하려한다.

1996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한 『Francois Truffaut』를 완역한 책이 을유문화사와 옮긴이 한상준의 각고의 노력 끝에 『트뤼포-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이란 제목으로 드디어 한국에 소개됐다.


저자 앙투안 드 베크와 세르주 투비아나는 트뤼포의 가까운 친구이자 번역가였던 헬렌 스코트와 주고받은 서신을 비롯하여 동료들의 수많은 증언과 트뤼포의 일기, 메모, 개인 문집 등 방대한 서적 자료를 토대로 트뤼포의 모든 것을 꼼꼼히 기록하였다. 『트뤼포-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트뤼포의 인간적인 모습이 생생하게 기록돼 그를 신처럼 추앙하고 있던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를 존경하는 마음이 덜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트뤼포에게 영화는 삶과도 바꿀 수 없는 영원한 것이었기에 그의 고뇌와 영화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거식증은 한 예술가로서의 초상을 섬세하게 완성시켜 주는 밑바탕이 됨이 분명하다.

1932년 파리에서 태어난 프랑수아 트뤼포는 아들을 늘 외면했던 어머니와 양아버지 사이에서 성장했다. 부모로부터의 소외는 그를 학교와 사회의 바깥으로까지 내몰았다. 일상적인 삶에서의 일탈은 트뤼포에게 책과 영화를 자연스레 안겨줬다. 사회부적응자 트뤼포는 감화원과 군 영창까지 가게 되는 등 불우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고 독서와 동네 영화관의 어둠은 그에게 도피처이자 삶 그 자체가 되어갔다. 발자크를 사랑하고 수백 편의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시네클럽을 결성하면서 왕성하게 영화를 탐닉하던 트뤼포는 영화평론가 앙드레 바쟁을 만나 영화 인생의 두 번째 전환기를 맞게 된다. 야생적이고 냉소적이면서도 고집스러운 열정이 담긴 그의 글들이 “카이에 뒤 시네마”에 실리면서 프랑스 영화계는 발칵 뒤집었고, 평단에선 그를 ‘무서운 아이’ ‘저널리즘의 불한당’으로 불렀다.

트뤼포는 전통적인 영화문법을 탈피한 새롭고 도전적인 ‘작가주의’영화를 강력히 주장해 누벨바그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곧 영화를 사랑하는 세 번째 방법 즉, 영화인생의 세 번째 전환기를 맞는다. 숨겨둔 일기장을 펼쳐 보이듯 그는 직접 영화를 만들었다.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의 영화는 영화에 대한 사랑의 결정체이자 영화를 위해 바쳐진 영화다. 장 피에르 레오가 연기했던 비행소년 앙투안 두아넬은 그의 유년시절이고 <훔친 키스>의 청년이었다. 그리고 <부부의 거처>의 새신랑이었던 앙투안 두아넬, <아메리카의 밤>의 감독인 페랑, <여자들을 사랑한 남자>의 바람둥이 베르트랑 모란, 그리고 죽은 자들에 대한 숭배에 생을 바치는 남자이며 비탄에 빠진 친구인 <녹색의 방>의 쥘리앵 다벤 등의 인물들이 바로 트뤼포 자기 자신이었다.

히치콕(장장 6일간의 히치콕 대담을 기록한 “히치콕과의 대화”만 보더라도 트뤼포의 열정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워드 혹스, 장 르누아르 같은 거장들에 대한 숭배와 교류, 트뤼포를 풍성하게 해주던 시네필들의 우정, 여배우와의 사랑과 연애 그리고 불륜까지 『트뤼포-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은 영화사상 가장 영화를 사랑한 감독의 자취를 발자크적으로 추적해나가면서 소설 못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귀족적이면서도 본능적이고 예리하면서도 감상적인 프랑수와 트뤼포의 다양한 면모를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거장에 대한 새로운 초상화를 그려내는 데까지 성공하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며,
두 번째 방법은 영화평을 쓰는 것이고,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정성일 평론가는 영화에 대한 사랑이 의심 갈 때마다 프랑수와 트뤼포의 영화들을 꺼내 본다고 이 책의 추천사에서 고백하고 있다. 그의 순진한 고백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트뤼포의 영화는 삶이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는 가장 순수한 사랑의 표현이다. 790여 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 안에 트뤼포의 모든 것이 녹아있다. 단순히 그의 인생이 궁금해 책을 읽어내려 가던 어느 순간 이 책이 당신의 자서전처럼 느껴진다면 영화에 대한 사랑을 더 이상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인상 깊은 구절:
그에게 학교는 학업을 위한 장소라기보다 창조적 허구를 위한 장소, 즉 거짓말을 제조해내는 곳이 되었다. 발자크나 뒤마를 읽기 위해 수업을 빠져야 한다면, 진정한 삶과 대면하기 위해 결석해야 한다면, 우선 부모에게 거짓말하듯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그 권위를 농락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 결과 1944년 가을 또다시 결석의 이유를 대야 했을 때, 이 학생은 그 유명한 대답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15년 뒤 앙투안 두아넬의 입을 통해 감독 트뤼포는 이렇게 되풀이한다. “선생님,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p.41)

글_ 2006년 8월 1일 화요일 | 최경희 기자

동숭아트센터에서 8월 29일까지 프랑수아 트뤼포 영화제를 개최한다. 자세한 소식은 클릭!!

9 )
qsay11tem
볼만한 책이네요   
2007-11-24 15:51
kpop20
영화를 만드는게 어렵죠   
2007-08-15 01:58
kpop20
인상깊은 구절...   
2007-05-16 21:56
cutielion
트뤼포   
2007-04-25 15:06
soup0037
[해변의 카프카]에 자주 등장하던 ^^   
2007-02-28 16:22
rhtnrdud
영화를 만드는 것..어려워요 ㅋ   
2006-09-14 16:17
jkhee
오우...말로만 듣던 이 책이 드디어 나왔군요   
2006-08-02 12:03
gugura
책이 나온 줄은 몰랐지만 저 양반 이름은 마니 들어봤는데..괜찮을 거 같군요   
2006-08-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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