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윗하트로 불리는 줄리아 로버츠가 백혈병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서정적인 영화 <사랑을 위하여>에서 부잣집 도련님인 남자주인공이 황금빛 그림들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반나체의 여자가 그려져 있는 회화 몇 점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는 그 짧은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테지만 이 영화는 바로 그 영화 속에 그림을 그린 구스타프 클림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그렇다고 전기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도 끊임없이 추리해야 하고, 거울과 수면에 비친 인물들을 바라봐야 한다. 화면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인물은 클림트의 주변인들 뿐이다. 라울 루이즈 감독은 영화의 내용도 그게 클림트의 환상인지, 현실인지도 모른 채 시공간을 넘어가는 연출방식을 택해 자신의 망명경험을 쏟아내듯 죽음에의 담담한 공포와 울렁이는 심리를 그대로 담아냈다.
생전에 작업할 때마다 그림의 모델이 될 창녀들을 방안 가득 채우고, 평생 매독에 시달렸던 클림트는 방탕한 화가로 불리기보단 시대를 앞서간 천재 화가로 평가됐다. 영화는 외설적인 그림일수록 예술이 된다는 파리에서 만난 레아(새프론 버로즈)와의 사랑을 통해 영혼을 치유 받으려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여인조차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는 모호한 현실 속에서 그를 바라보는 거울 뒤 사람들은 후세에 작품을 통해 클림트를 느끼려는 대중들의 심리를 나타내듯 때론 우매하고 고결하게 클림트를 응시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조차 이게 영화인지 그림 속의 세계인지 모호해질 무렵 우리는 현미경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클림트의 눈을 통해 현실로 돌아온다. 그 어떤 색깔보다 유혹적인 황금빛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클림트는 광기 어린 연기력을 가진 존 말코비치에 의해 완벽하게 환생했고, 그가 그린 초상화에서 막 걸어 나온듯한 여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특히, 클림트의 추종자이자 독보적인 화가였던 에곤 쉴레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은 기쁨은 영화를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2006년 6월 30일 금요일 |
글_이희승 기자 | | - | 세상에서 가장 많이 복제된 ‘키스’란 작품을 아신다면 필히! | | - | 예술가를 다룬 영화는 뻔할 거라 생각하시는 분! | | - | 클림트를 숭배한다면 당연히! |
| | | | - | 누드화를 춘화라고 여기는 사람! | | - | 존 말코비치의 명연기는 <사선에서>의 암살범 뿐이라고 믿는자! | | - | 몽환적인 화면미를 거부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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