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윌리스는 서민적인 영웅의 모습으로 적절하게 자신을 영화 속에 포장한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많은 이들은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냉혹하리만큼 정확하게 편을 가르고, 별 고민 없이 정의에 편에 선다. 영화가 끝나면 이 선택은 관객에게 일상에서 얻지 못하는 후련함을 돌아온다. 그러나 브루스 윌리스의 영화를 통해 얻는 도덕적 쾌락은 사실, 악당이라는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될 때에나 나오는 경우의 수 중 하나다.
<식스틴 블럭>에서 비리경찰 ‘프랭크’로 열연한 데이비드 모스는 브루스 윌리스표 영화를 가장 브루스 윌리스 영화답게 만들어주는 품질보장 KS마크다.
영화의 외적, 내적 상황에 따라 까탈스럽게 변화는 관객의 기호에 따라 영화의 운명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더구나 20년 세월 동안 한결 같은 캐릭터를 소화하는 브루스 윌리스에게 이제 슬슬 관객들 또한 실증을 낼만하다. 이런 지루함을 염려해서 일까? 데이비드 모스는 악당이라고 프랭크를 함부로 단언할 수 없도록 복잡하고 미묘한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다.
한결같은 재미의 브루스 윌리스표 영화에 생동감과 신선함을 부여하는 악당으로 출연한 데이비드 모스는 브루스 윌리스가 다음 영화에서도 영웅 자리를 연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대부>의 말론 브란도처럼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이 배우를 우리는 앞으로도 꽤나 오래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