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 남자, ‘윤수’ 세 명이나 죽여 지금 사형수란다. 얼마나 깊은 상처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 여자, ‘유정’ 세 번이나 팔목을 그었다고 한다. 둘 다 미치도록 세상을 증오하거나 삶의 미련이 없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지난 12일 세 번의 만남 끝에야 서로의 속내를 보이는 이 처연한 커플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이란>, <역도산>의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강동원, 이나영이 주연을 맡은 공지영 원작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제작:엘제이필름)이 촬영장을 공개했다.
총 125씬 중 윤수와 유정이 만나는 장면은 10씬 밖에 안 되는데 오늘이 그 세 번째 씬이란다. 오늘 장면에선 서로의 팔목에 있는 상처를 보고 너무나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연민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대목이다.
몇 번의 테스트 촬영과 배우의 집중도를 높이는 환경을 조성한 끝에야 드디어 본 촬영에 들어간 이날 촬영분에서 윤수 역을 맡은 강동원은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으로 나타나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몇 편의 드라마와 영화로 쿨한 이미지로 각인된 이나영은 평소와는 다르게 날이 선 듯한, 목소리로 연기하는 게 보여 그녀가 얼마나 유정 역에 몰입해 있는가를 짐작하게 해줬다.
송해성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배우들과 작업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만큼 젊은 배우들과의 호흡을 통해 영화의 정서를 리얼하게 담으려 했다”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단순히 눈물 짜게 만드는 감성멜로가 아닌, 동시대와 맞닿는 부분이 있는 휴먼 멜로임을 강조했다.
주연을 맡은 이나영과 강동원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원작을 읽고 두 주인공의 상황에 충분히 공감한 눈치다. 이나영은 배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평소에도 내면에 날이 서 있는 감정으로 살고 있다면서 이나영이 아닌 유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음울한 눈빛의 강동원 또한 사투리를 입에 배게 하는 맹연습(?)을 거듭해 사형수 윤수로 완벽 변신해 있었다.
서로의 첫인상이 어떠했냐는 질문에 두 사람 다, “얼굴이 너무 잘생겨(예뻐서)서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얼굴을 마주하면서 연기를 의논할 수 있는 친한 사이가 됐다”라고 다소 쑥스럽게 응답했다. 전작 <형사>에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에서도 어둡고 슬픈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지금의 대중적 인기와 배반되지 않는냐?의 질문에 강동원은 “팬들 또한 나의 선택을 믿고 따를 것이라 믿고 있다”고 대답, 배우로서 거듭나려는 강동원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매주 목요일 10시 1시까지 사형수와 자살중독자가 만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차가운 감옥에서 만든 훈훈한 삶의 온기를 모아 올 하반기에 개봉 예정이다.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기자
☞ 강동원과 이나영의 고운 얼굴선이 드러나는 사진들로만 서비스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