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토지>로 유명한 경남 하동에 이범수와 김정은이 나타났다. 길상이와 서희의 파란만장한 삶이 서려있는 그곳에서 1970년대초 대대로 다산의 마을로 유명한 용두리의 출산율을 0%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석구(이범수)와 현주(김정은)로 변신한 두 배우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70여명의 보조 출연자들과 함께 색동전구로 화려하게 꾸며진 마당 안에서 한껏 잔치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되는 새마을 운동이 한참인 그 시절, 범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시한 가족계획사업을 위해 '미혼의 몸'으로 용두리에 파견된 김정은과 그녀의 빽(?)으로 이장자리를 꿰찬 이범수의 좌충우돌을 그린 <잘 살아보세>는 <가족계획 시범 마을>로 공식 지정된 후 눈부신 성과를 달성, 특별 하사품으로 TV를 받아 마을 축제를 벌이는 내용을 촬영 중이었다.
지리산 자락의 엄청난 추위에도 극중 가을날씨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는데, 동선을 지켜 항상 대기해야 했던 보조 출연자들의 모습이 특히 안쓰럽게 다가왔다.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이 총출연하는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시대에 맞는 원색적인 의상과 분장으로 등장한 배우들의 모습은 1970년대 시골마을의 모습을 완벽 재현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특히, <님과 함께>란 음악에 맞춰 연 이틀 밤새 촬영이 예정되어 있던 두 배우들과 전미선,오지혜,조희봉은 취재진이 떠난 뒤에도 계속 촬영을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엎친대 덮친 격으로 강풍까지 불어서 감독조차 촬영을 미루자고 했을 정도인데, 프로 정신을 발휘한 배우들의 설득으로 무사히 촬영을 끝냈다고 한다. 극중 이장의 아내로 나오는 전미선이 옛사랑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찍었는데 이범수가 그 팀을 겸계 하면서 일부러 김정은과 더 신나게 추는 척을 하는 장면 모두 강풍이 불어 닥치는 와중에 진행됐다고.
전미선은 춤추는 씬을 찍다가 동네바보에게 아이스께기를 당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해서 얇은 치마바람으로 현장에서 대기했어야 했는데, <올드미스다이어리>가 배출한 스타배우 우현이 그 역을 맡아 독특한 감초역할을 연기했다. 가장 은밀한 비밀로 간직되어야 할 ‘부부 생활 관리 프로젝트’의 특수요원으로 변신한 시골이장과 보사부 가족계획요원의 휴먼코미디 <잘 살아보세>는 현재 70%정도 촬영이 진행됐으며 오는 5월 개봉예정이다.
● 다음은 현장공개 기자간담회 Q&A
이범수 : 저는 이번 <잘 살아보세>에서 마을 이장 역인 변석구 역을 맡았습니다. 순박한 마을 청년인데, 서울에서 날아온 오리지날 가족계획 요원 박현주 양의 계몽에 ‘잘 살아본다’라는 깨달음으로 마을의 가족계획사업에 앞장서게 되는 그런 역입니다.
김정은 : 실제로 70년대 당시의 새마을운동의 하나였던 가족계획사업을 추진하면서 나라에서 요원을 축출해 각 마을에 파견을 하는 식의 형태를 띠었는데, 그때 보건소 직원들이 많이 파견되었어요. 저는 석구(이범수)가 있는 용두리라는 마을에 파견된 박현주 요원이구요.
저로 인해서 가족계획이 실천되고, 마을이 많이 바뀌게 되고, 극의 흐름에 따라서 이 마을 사람들에 의해 저 또한 달라지는 캐릭터입니다. 나름대로는 마을이 저 때문에 변했듯이 저도 마을 때문에 뭔가를 알아가는, 성장 드라마가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범수 : 네, 저희 감독님 캐릭터는 (웃음) 굉장히 성실하시고, 현장에서 신뢰감을 주시고, 배우들과 같이 상의하고 또,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입니다.
김정은 : 스텝들을 가족처럼 생각해주는 캐릭터죠. (웃음)
Q : 이범수씨는 <음란서생>과 <잘 살아보세>를 동시에 촬영하고 있는데, 어려웠던 점은 없는지.
이범수 : 저도 그런 것에 대해서 처음에 우려했는데, 희한하게도 조금도 그렇지 않았어요. 물리적인, 육체적인 바쁨은 당연히 있었지만, 그거야 본인 스스로가 조금 더 부지런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고, 처음에 각오한 것이 있다면 좀더 영화에서 집중력 있는 그런 제가 되고자 생각했었는데, 노력한 보람이 있었는지 조금도 헷갈리지 않고 연기하게 되어 기뻤어요.
Q : 피임 얘기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영화상에 성적인 수위 조절은 어떻게 했는지?
안진우 감독 : 일단 성적인 부분들에 대한 수위는 보고 즐길 수 있을 정도, 민망하지 않은 선에서 관객들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선 정도 라고 생각을 하구요. 단순히 웃기자고 하는 게 아니고, 그런 성적인 부분이 묘사되는 부분마다 함유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이것은 영화에서 보시면 아실 겁니다.
Q : 영화의 배경에 대해서 설명 한다면?
안진우 감독 : 가족계획을 모티브로 해서 영화를 하게 된 것은 지금 굉장히 저(底) 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30년 전에는 굉장히 다(多) 출산 때문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범 지구적으로 문제가 있었어요. 우리 영화 배경인 60년대부터 70년대 초까지 가족계획 사업을 시작하면서, 모자 보건법이 통과되고 낙태를 국가에서 허용하기까지 했는데, 그 기간 내내 있었던 사건이거든요.
그게 우리나라에서 우리 돈으로 시작한 게 아니고 외국 차관을 빌려서 우리 국민들을, 어쩌면 마루타 화 시켜서, “그래 니네가 한번 해봐라, 우리가 돈을 대 줄 테니까” 라고 시작하게 된거죠. 그리고, 그때 굉장히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가 성공을 했어요. 거기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생겨났는데, 그것들이 어떻게 변해왔고 영향이 어떤 거며, 지금 현재는 가족계획이 다시 많이 낳자고 하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어디다가 중심을 두고 가족계획을 다시 해야 되느냐’ 하는 거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Q : 김정은씨는 <사랑니>에서 어린 남자 배우와 연기하고, 지금 <잘 살아보세> 에서는 마을 이장을 상대역으로 두고 있는데 소감은?
김정은 : <사랑니> 때, 극중에서 13살차, 실제로는 한 8살 정도 차이가 나서, 제가 인터뷰 때 마다. “행복하다.” “ 감사할 따름이죠.” 라고 인터뷰를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이장님을 파트너로 한 영화를 하니까 너무… 좋아요.(웃음) 역시 남자는 이렇게, 나이에서 오는 푸근함과, 그런 것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전작에서는 제가 더 케어해 줘야 하는 부분이 있고 신경 써줘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제가 그런걸 받는 입장이 됐죠. 그래서 마음이 굉장히 편해지고, 기대서 할 수도 있고, 의논을 할 수도 있고 하니까, 더 편해졌죠. (웃음)
안진우 감독 : 히스토리 채널에서,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실제로 가족계획 요원을 했던 분을 인터뷰를 하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어요.
그분이 실제로 우리 영화 촬영하고 있는데 우연히 놀러 오셔서 정은 씨와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거기서 얘기를 들었던 것 중에 굉장히 놀라웠던 것 중에 하나가 당시에 부부 중에 한 분이라도 불임 시술을 하면 - 국가에서 장려를 하기 위해서 두 자녀 이하인데 불임 시술을 해서 - 그 증명을 병원에서 받아오면, 아파트 입주권을 줬어요. 그래서 그 아파트가 ‘불임촌’ 이라고 해서, 거기 사는 사람들은 다 두 자녀 이하로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람들이 산다 라고 했었죠.
진짜로 그랬나 하고 알아보니까, 그거 외에 굉장히 많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좀 상식을 벗어나는 선까지 가더라구요. 뭐 그 부분들은 영화에 대입하기에 굉장히 수위가 쎄서 뺐어요. 보면서도 ‘정말 저랬단 말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것들을 모티브로 해서 자료를 많이 수집을 하고 에피소드화 해서 진행하게 되었죠.
Q : 영화 제목인 <잘 살아보세>는 어떤의미인가?
안진우 감독 : <잘 살아보세> 제목은 새마을 운동 때 가장 많이 나왔던 노래, 이 영화를 상징적으로 얘기하기 쉬운 제목이지 않나, 회사에서 여러 차례 협의를 해서 이 제목이 가장 적당한 것 같다 해서 짓게 됐습니다.
Q : 오늘 촬영 분량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다면
안진우 감독 : 오늘 찍을 분량은 서울에서 내려온 보건소 요원인 박현주가 용두리 마을 사람들, 특히 변석구 이장을 중심으로, 열심히 가족계획운동을 벌여 전국에서 놀라울 만큼 성과를 거두게 되고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표창까지 받게 되요.
근데 그 사건이 의미가 있는 게 당시에 전 세계적으로 가족 계획을 했을 때, 우리나라가 굉장히 짧은 기간에 1위를 하게 됐어요.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고, 보사부장관하고 대통령한테 상을 받고, 마을에서 잔치를 벌이면서, ”우리 이대로 잘 나가면 정말 잘 살고 부자가 될 수 있다” 하고 좋아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춤추고 놀다가 다음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모티브가 오늘 끝부분에 생기게 되요. 그건 영화 내용상 밝힐 순 없고요. 굉장히 즐겁게, 오늘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출연하는 씬 입니다.
Q : 두 주연배우의 멜로 라인이 전혀 없는지?
안진우 감독 : 변석구라는 인물은 원래부터 동네 이장도 아니고요. 현주가 와서 나라의 빽으로 이장을 시키게 되거든요.(웃음) 가족하고 애들밖에 모르는 순박한 사람이에요. 현주를 여자로 생각하는 부분이 전혀 없고, 오히려 동네 총각들 중 현주 좋아하는 인물이 몇몇 있고요. 오로지 ‘잘 살아보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변석구는 가족을 위해서 현주가 얘기하는 것에 혹해가지고 함께 가족계획 사업을 시작 하면서 이장도 되고 감투가 생기다 보니까 조금씩 변해가는 인물입니다.
이범수 : 저와 김정은씨 사이에는 멜로 대신 우정과 의리가 있습니다 (웃음)
안진우 : 멜로 라인은 처음부터 생각을 안 했습니다. 신뢰가 쌓여가면서 인간적인 신의가 생기게 됩니다.
Q : 실제 두 배우 분의 가족계획은
이범수 : 저는 개인적으로 다복한 가정, 왁자지껄한 가정을 꿈꿔왔기 때문에 많이 낳을 생각이에요. 기회만 되면, 그런 여건이 주어지고, 그런 체력(웃음)과 경제력, 뭐 무시할 수 없겠죠. 집중력이 주어진다면 한 3명 이상 갖고 싶습니다.
김정은 : 저도 한 셋 정도가 생각해보니까 여러모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고 있는 게, 제가 둘인데 하나는 지금 유학 가서 집에 없어요. 그러니깐 저밖에 없는 셈이고 전 또 맨날 촬영하느라 내려와 있고, 그러니깐 그냥 둘보다는 셋 정도가 제일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장담은 못 하구요.(웃음) 열심히 해서 되는 대로 되면, 그 정도 하고 싶어요.
자료협조 및 사진제공: 래핑 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