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수상소감에서 벗어나 가슴을 울리는 대답으로, 시상식 이후 그 장면으로만 CF를 찍은 배우는 과연 몇이나 될까. 지난해 <너는 내 운명>으로 200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어버린 황정민이 선택한 <올 댓 재즈>의 상영회 날. 저 멀리 부산에서 영화 촬영중 올라온 이 인기만점의 배우는 관객들 틈에 섞여 있어도 누군지 못 알아볼 정도의 ‘평범함’으로 상영시간 30분 전에 서울 시네마테크에 도착했다.

그러나 무대인사에 나선 순간 그에게 나오는 아우라는 관객들의 환호로 이어졌고, 자신이 선택한 밥 포시의 작품 <올 댓 재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렇게 좋은 공간에서 만나 뵈니 너무 반갑네요. 사실 이 영화를 왜 택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본건 고등학교 때였어요. 예고를 다니며 연극과 학생이었던 저는 배우가 되려면 기본 소양으로 배워야 할게 많다고 생각해 성악이랑 발레를 배우고 있었구요. 발레 학원 가서 타이즈 신고 유치원 애들하고 함께 배운 게 생각이 나네요.(웃음) 그렇게 배우던 발레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꾼 영화가 바로 <올 댓 재즈>예요. 제가 배웠던 몸동작들과 전혀 반대로 추면서도 아름다웠고, 예술에 대해 잘 모르던 그때 그 열정만은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라며 안무가 이면서 영화를 찍은 밥 포시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밝혔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힘을 얻곤 한다며 <올 댓 재즈>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보낸 황정민은 “저는 ‘쇼 타임’ 이라는 단어를 되게 좋아해요. 우선 왜 쇼 타임이라고 얘기하냐 면, ‘뮤지컬’ 이란 장르를 우리는 공연이라고 하지만 브로드웨이 에서는 ‘쇼’라고 하거든요. 예전에 서부 영화들 보면, 선술집에서 공연하고 그런대서 파생된 공연 형태가 뮤지컬로 변형된 거죠. 밥 포시는 싸구려 선술집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 나이트 클럽에서 자란 거죠. 어릴 때 왜 그렇게 크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지만 눈이 두 개 인 사람이 정상인데 하나만 있으면 미정상이라고 하잖아요. 원래는 두 개였다가 하나로 바뀌는, 사람이에요. 그만큼 천재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면서 이 영화를 극찬했다.

특히, 우리 나라의 뮤지컬 영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과거 뮤지컬과 연극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진솔한 대답을 해 눈길을 끌었는데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아쉬움은 동료들끼리도 얘기 해요. 지금은 조금씩 하려는 추세인데, 우리나라 작품을 가지고 외국에서 발표할 날이 올 것 같아요. 작년인가 뮤지컬 영화를 만들다가 다시 접은 일도 있고. ‘뮤지컬’이란건 쉽게 만들 수가 없어요. 일례로 <시카고>는 진짜 뮤지컬 올린 것처럼 음악, 춤 모든 것들이 완벽히 세팅된 다음에 카메라가 돌아가잖아요? 아직까지는 조금은 실력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저 자신부터 열심히 공부해야겠죠.”라고 말했다.

관객과의 대화인 만큼 영화 외적인 질문도 이어 졌는데 실제로도 영화 속 캐릭터처럼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성격이냐는 질문에는 같이 참석한 뮤지컬 배우 김미혜씨에게 “미혜씨, 저 애처가인가요?”라고 직접 물어봐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에 대해선 “저는 일부러라도 뮤지컬도 하고 연극도 하고, 영화도 하고, 단편과 독립 영화를 할거예요. 제가 하고 싶어서 기도 하지만 다 할거예요. 그렇게 다 해야 여러분들이 골라먹는 재미가 있잖아요.”라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뮤지컬을 다룬 <올 댓 재즈> 때문인지 유독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 쏟아 졌는데, 동료 영화배우들이 뮤지컬로 데뷔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뮤지컬’은 철저하게 비즈니스고, 상업적이라고 말문을 열면서 “문제는 관객들이 돈을 내고 본다는데 있어요. 누굴 탓하는 건 아니지만 공연을 준비하면서 쓰러질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그렇게 안되게끔 자신을 발전 시켜야죠. 제가 공연할 때는 관객이 한 명밖에 안 들어서 공연을 못해하고 같이 술 마시면서 미안하다고 한적도 있어요. 관객이 너무 많아서 돌려보낸 적도 있구요. 저는 후배들에게 항상 얘기해요. ‘영화는 7천원이고, 연극은 최하가 만 오천 원이다. 최하 7천원에 대한 값어치는 해야 된다’고.” 라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역할의 장르에 대해서도 캐릭터에 대한 ‘진심’과 ‘열정’만 있으면 다 똑같다고 말하면서 지금도 고등학교떄 본 <올 댓 재즈>를 지금 다시 봐도 틀린 게 없고 그때 느꼈던 감동이 지금까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 황정민은 1시간 남 짓 진행된 이번 행사의 말미에 자신의 연기관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딴 거 없고 그냥 미친 듯이 열심히 하는 거예요. 할 때만큼은 거짓말 하지 않는거고. 저는 <아들의 방>에 나오는 난니 모레티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하지 않은 그 사람처럼. 연기 안하고 우두커니 서있어도 모든걸 다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연기하고 싶어요.”라며 연기에 대한 속내를 내비쳤다. 배우 황정민이 극찬한 영화 <올 댓 재즈>의 재 상영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영화제가 끝나는 1월 26일 5시 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