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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다. ‘류승완’은 감독으로서가 아닌 한 명의 관객으로서 사무엘 풀러 감독의 <충격의 복도>를 스크린으로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본 영화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남용해 당 영화를 선택했다고 이실 짓고 자백했다.
폼생폼사 영화 스타일을 추구하는 김지운 감독은 쑥스러운 고백을 서슴지 않고 감행해 행사장 분위기를 야릇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제가 선택한 영화 <벌집의 정령>엔 우리나라로 치면 국민여동생으로 취급받는 문근영 같은 여배우가 나와요~”
이 말을 하는데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감독들 동의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낄낄 웃느라 난리 났다. 남자들이란 다 이런 거다. 감독, 평론가 할 것 없이 엉큼하긴~
굳은 표정으로 잔뜩 어깨를 움츠리고 있던 ‘오승욱’ 감독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갱들>이 너무 어깨에 힘준 영화라 (영화적인) 누수가 발생했다며 열변을 토해냈다. 그 열정은 좋았지만 영화적 누수를 설명하면서 본인의 입에선 침을 튀기는 만행을 저질러 행사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만드는데 앞장서 주위를 더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배우 못지않은 아우라를 자랑하며 근엄하게 앉아 있던 ‘박찬욱’ 감독은 돈 시겔의 <킬러>가 무진장 근사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 양반도 거기서 끝냈으면 좋았으련만 연신 쥑이는 작품인 만큼 재미는 무담보 보증한다고 호들갑을 떨어 결국 이날 모임을 쥑이는(?)데 직격탄을 날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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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곤욕 중 하나가 팬들의 싸인 요구에 친절하게 대응할 것. 두 번째는 관객들과 영화보고 관객들에게 재미난 영화이야기 해주기, 세 번째는 얼굴마담임을 자각 수시로 행사장을 방문해 관객들의 카메라 앞에서 베스트 포즈 취해주기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죄 아닌 죄값을 치를 계획이라 한다.
영화촬영과 원고마감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이날 불참한 배우 ‘황정민’ ‘문소리’, 평론가 ‘정성일’ ‘김영진’, 감독 ‘김홍준’은 나머지 영화제 기간 동안 섭섭지 않은 근면한 활동을 전개, 발랄한 영화제를 성심성의껏 이끈다고 약조했다.
‘서울아트시네마’라는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그 존재가치를 위협받고 있는 작은 극장의 생존문제를 걸고 이들이 뭉쳤다. 그들이 만든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그들의 애달픈 사연에 눈물 한 방울 떨어뜨렸다면 제발 종로3가 낙원상가 옥상에 위치한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와 달라.
1월 26일까지 아무 날이나 골라잡아 와도 황정민과 문소리 그리고 스타 감독들은 당신들을 반갑게 맞이해줄 것이다. 거기다 우리가 후원가입까지 해준다면 그들은 더할 나위 고마워하며 관객이 아닌 후원자로 우리를 융숭하게 대접함은 물론이다.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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