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의 여왕 전도연과 연기파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너는 내 운명 (제작: 영화사 봄)>의 기자 시사회가 6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너는 내 운명>의 무대인사에 오른 두 배우와 감독외에 극중 석중의 어머니로 나오는 나문희씨가 무대인사에 동참했는데 “그 동안 영화는 많이 찍었지만 무대인사는 처음이다. (그만큼)얼른 보고싶었다”며 영화시작 전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석중' 역할을 맡은 황정민은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면서도 연신 머리를 긁적이며 뻔한 인사말을 해서 괴로운 제스처를 취해 영화시작 전에 취재진들 사이에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사 봄의 10번째 작품이자 사랑이 이뤄지는 첫 번째 영화인 <너는 내운명>은 2002년 전남 여수에서 실제 적발된 에이즈 보균 윤락녀 사건을 극화한 영화로 순박한 농촌총각과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는 다방 여종업원이 솔직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영화다.
박진표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한 것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것이기 때문에 진심이 전달되길 바란다 .”며 운을 뗀 뒤 실제 주인공들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실제 인물들 모두 잘 살고 있다고 병도 발병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인물들은 보호를 해드려야 하기에 나머지는 비밀로 붙이겠다”라고 밝히며 영화 속 주인공들의 평범한 삶에 대한 예의를 표하기도 했다.
극중 다방 레지 출신의 아가씨 ‘은하’로 분해 사랑스럽지만 까탈스럽지 않은 평소의 매력을 그대로 드러낸 전도연은 영화속 노메이크업 분장에 대해 “어쨌든 여배우니까 예뻐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런데 내 얼굴은 화장을 해도 안 이쁜 것 같다. 시나리오 지문에도 ‘붉은 립스틱만 바른 수수한 모습’이란 설명이 나온다. 제가 워낙 피부가 좋아서(웃음)…평소에도 자꾸 극중 ‘은하’를 닮아가서 큰일이다. 영화를 찍을땐 최선을 다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라며 그녀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되려 진지한 모습을 보이며 발랄한 전도연과 무게중심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준 황정민은 영화에 대한 애착을 연신 드러내며 촬영 당시 힘들었던 장면으로 어머니와 대화하는 장면과 소를 직접 받는 장면들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말을 아끼는 박진표 감독과 극중 사랑에 대한 느낌에 대해 열변을 토한 전도연, 부연설명으로 같이 공연한 배우들에 대한 깍듯한 예우를 차린 황정민의 모습이 인상적인 기자회견장은 영화 상영이 끝나자 기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영화 관계자들과 언론의 기대감을 충족 시켜준 영화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다루면서 최루성 강한 멜로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너는 내 운명>은 오는 23일 개봉예정이다.
-영화 스토리에 어느정도 실화가 반영됐는지 궁금하다.
박진표 감독: 퍼센트로 정확히 계산해본 적은 없다. 약 50%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제가 영화적 상상력이 부족한거 같다 (웃음). 내가 보고 싶은 세상을 그렸던 것 같다.
-각각 맡은 배역, 인물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전도연: 영화를 보는 내내 은하가 부러웠다. 저런 사랑을 받는 은하는 얼마나 행복할까. 저는 굉장히 사랑스러워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촬영때도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촬영을 한 것 같다. 보면서 은하에게서 닮고 싶은 부분도 많고 배우고 닮고 싶다. 운명적인 사랑을 갖고 있는 남자에게 사랑 받고픈 욕망이 강해졌다.(웃음)
황정민: 우선 석중이란 친구는 저보다 몸무게도 많이 나가지만 몸무게만큼 마음도 넓은 친구다. 또 사람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삐딱하게 바라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착한 사람이다. 나름대로 영화를 처음 보니까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진표 감독은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영화에 대한 진심이란 게 어떤 것인지 생각을 알고 싶다.
박진표 감독:이 영화의 진심이 뭐라고 물어보시면 제가 할말이 없다. (웃음) 그냥 그랬다. 지금으로부터 2년반 전쯤에 이 사람들을 지방에 내려가서 만났을 때 참 예쁘구나, 세상으로부터 밀려나고 외로운 사랑을 하고 있는데 이 아름다운 사랑을 축복했으면 좋겠다, 세상이 못하면 나라도 해주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생각이 들면 그게 이 영화의 진심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 영화 속에서 표현한 사랑은 어떤 사랑이었나.
전도연:누구나 다 사랑은 한다. 저도 그렇고 세상에 사랑 안하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영화를 보고) 참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구나,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다 똑같은 사랑을 끝까지 지켜내서 운명적인 사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하고 싶고 받아보고 싶고 그런 것 같다.
황정민: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이건 그냥 사랑하는 얘기다. 거추장스럽지 않고, 이랬네 저랬네 그런 것 빼고. 그냥 '너 사랑해. 그러니까 내 마음 받아줘.' 이런 단순한 거다. 그 단순함에서 사랑이 전해지길 바랬다.
-황정민씨는 정통멜로가 처음이고 전도연씨는 사실 멜로퀸이 아닌가.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황정민:정통 멜로는 두 번째다.(좌중 웃음)첫번째는 <로드무비>였다. 이 영화를 왜 선택했냐고 물어보신다면 첫 번째는 대본, 두 번째는 도연씨였다. 최고의 배우와 함께 한다 느낌은 대단한 거다. 제가 석중으로 서 있으면 도연씨 때문에 플러스 알파가 된다. 은하 때문에 현장에서 나는 더 석중이 같아졌다.
-가장 소중한 장면을 꼽는다면?
황정민: 좋은 장면이 많다. 아쉬움은 없지만 지금 눈앞에 아른거리는 장면은 좋은 장면은 은하가 혼자 상상으로 거울을 본 뒤 매화 꽃잎이 떨어지고 매화 꽃밭으로 가는 장면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전도연: 매화밭 신에서 대본에 써준 것만 보고는 이걸 어떻게 하나 싶었다. “오빠 나 잡아봐라”하고 도망가고. 닭살스러워서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찍으면서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황정민:또 부연 설명을 하자면 그거 찍고 나서 다음날 스태프들이 "형 나 잡아보소~" 하고 흉내내고 그랬다. (웃음)
-눈물이 많이 나는 영화인데 마지막에는 절제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어디까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겠다고 생각한 건가.
박진표 감독: 앞 전에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통속 사랑 극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이뜻은 감정을 절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름대로 과잉했다고 생각한다. 많이 울수록 많이 공감을 하시고 제가 많이 생각한 부분, 보이고 싶었던 부분이 조금이라도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눈물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박진표 감독이 생각하는 사랑의 진정성에 대해서 말해 달라.
박진표 감독: 제 사랑관과 제 세상을 보는 눈이 이 영화와 일치하느냐를 물으시면 대충 비슷하게 일치하는 것 같다. 어쨌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만드는 사람이나 연기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질문을 안 해주셔서 덧붙여 말씀 드리고 싶은 게 두 분이 현장에서 석중과 은하로 사셨다. 난 특별히 한 것이 없다. 웬만한 건 대본에 다 써있으니까. 현장에 음악을 틀어놓고 놀면서 했던 것 같다.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다. 시나리오라는 것이 죽어있는 글인데 그 글에 생명을 부여하고 생명력을 준 두 분에게 정말로 감사하다.
취재: 이희승 기자
사진: 권영탕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