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최고의 더위를 기록한 8월의 첫 토요일. 선유도 공원에서 대학교 동창인 두 남녀가 뒤늦게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멜로 영화 <사랑을 놓치다 (제작: 시네마서비스)>의 티저 포스터 촬영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르는 뙤약볕의 공원에서 저 멀리 설경구가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다. 임시 그늘막을 쳐놓은 대기실은 외부전기를 끌어다가 선풍기를 연결해 놓았지만 더운 바람만 무더기로 쐬는 격이었다. 곧이어 도착한 송윤아는 폭염에 촬영이 걱정 되는 듯 잔디마당에 설치된 촬영용 그네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잠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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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팅과 의상준비로 한 시간 가량 늦게 시작된 촬영은 밑단이 뜯어진 청바지를 입은 설경구가 등장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진행 초반, 두배우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는데, 더운 날씨 때문인지 반갑게 인사하는 한 기자에게 “거, 바람 좀 가리지 마. 더워죽겠다”고 면박을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설경구는 그렇게 무심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촬영에 들어가면 언제그랬냐는듯 사진작가의 요구에 최선을 다해 보였다.
첫 촬영 컨셉은 나란히 걸려있는 그네에 않아 송윤아가 설경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 그 모습을 무덤덤히 응시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아~주 좋아! 이럴 때 바람이 불면 완벽한데…”라는 작가의 말에 때마침 강바람이 불어오는 등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애틋하고 미묘한 감정을 표현해야 되는 주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촬영에 집중하는 두 배우는 점차 호흡이 척척 맞는 듯 보였으나 서로의 감정이 바뀌면서 촬영을 방해하는 장난을 써댔다. 이번엔 송윤아를 애틋하게 바라봐야 하는 설경구가 순간적으로 우울해 지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을 찍어야 할 차례가 오자 감정을 잡는 설경구 앞에서 ‘메롱~’을 하면서 장난을 치자 자기 자신이 “컷!”을 외치며 촬영을 중단 시키기도 했다.
그런 장난이 오고 가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지자 설경구 자신이 먼저 자세를 바꾸며 애드립을 치기도. 옆에 있던 송윤아가 “아주….더위를 먹은거죠~”라고 놀리면 이에 지지 않고 “완전 미친거죠~”라고 되받으면서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의 촬영이 끝나고 즉석사진을 보며 얘기를 나누면서 “너무 잘 나왔어요.”라는 말에 “그럼 이걸로 하면 되겠네. 안나와요.더~”라며 유난히 더운 날씨에 진행된 촬영에 지친 속내를 보였다.
더운 날씨 때문에 웃고는 있지만 말다툼을 하는 배우들에게 “자..자..싸우지 말고…”라며 사진 설명을 하던 이 작가의 행동에 새초롬히 설경구가 삐진 척을 해 보였지만 간단한 의상만 갈아 입은 채로 한술 더 떠 터질 듯이 껴안고 있으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화면상 예쁘게 나오려면 고개를 비틀고 허리를 꺾어 안아야 했던 불편함에 송윤아 역시 “감독님! 고개가 너무 아파요”라고 말해봤지만 이들에게 내려진 상은 가슴팍에 얼음 주머니를 넣고 껴안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다.
연신 땀을 뻘뻘 흘리며 포옹을 하고 있던 배우들은 촬영이 끝나면 바로 기진맥진 했지만 그 와중에 서로를 놀리면서 촬영장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예를 들어 손을 잡고 웃어 보이라는 말에 “70년대 영화같이 나왔어요”라고 말하면 설경구가 “자기가 이쁜지 알아~”라고 말하는 식. 너무 놀려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단독 컷을 촬영하면서 진지모드로 바뀌었다.
꽃과 서류가방을 들고 양복 외투까지 입고 그네에 올라타 있어야 했던 설경구는 “’내 인생 왜 이러냐..’..하는 표정을 지어주세요. 꽃까지 들고가 고백했는데 실연당한 컨셉 이예요”라는 주문에 집중하다가도 갑자기 ‘V’를 그려 코믹한 표정을 연출했다.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 사랑이 떠난 후의 절망을 표현해 내기 위해 들고 있던 꽃을 거칠게 내리치는 장면은 전작에서 보여진 설경구의 거친 모습이 드러나는 듯 싶더니 바로 실연남의 처연하고 씁씁한 미소를 연출해내 찬사를 듣기도 했다.
<광복절 특사>이후 남다른 친분을 자랑하며 진행된 <사랑을 놓치다>의 촬영은 2시쯤 점심식사를 한 뒤 송윤아의 단독 컷 촬영으로 계속됐는데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인해 촬영이 중단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평소 남자처럼 털털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정작 고백하지 못하는 ‘연수’역을 맡은 송윤아는 설경구를 때론 안타깝게, 수줍게 바라보는 감정신을 훌륭히 연기했다.
<사랑을 놓치다>는 <마파도>의 300만 흥행을 이끈 추창민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이번 영화는 추감독이 3년 전부터 직접 쓴 자작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10년을 알고 지냈지만 속마음은 미처 몰랐던 두 남녀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영화는 올 가을이면 만날수 있다.
Interview① : 설경구가 이야기 하는 <사랑을 놓치다>
1.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어떤 영화인가?
'사랑을 놓치다'라고 해서 놓치는 건 아니에요. 원래 사랑이란 게 놓쳤다, 잡았다, 놓쳤다 하는 게 아닐까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가볍고 밝은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칙칙하지 않고.. 절대 무거운 영화는 아니고, 내가 전에 겪었던.. 사람 사는 데 일어 날 수 있는 그런 사랑.. 추억여행?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현재 사랑일 수도 있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해요.
2. 극 중 ‘우재’란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지?
조정선수인데.. 대학시절에 큰 실연의 아픔을 겪고 그 아픔을 잊기 위해 군대로 도망가다시피 가죠. 갔다가 제대하고 졸업해서 기업 조정선수로 취업을 하는데.. 조정이라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비 인기 종목이잖아요. 대학부도 학교들이 조정부가 많이 정리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취업팀에서 쫓겨나고 고등학교 조정코치로 옮기죠. 그때 대학시절 친구로만 생각했던 여자친구 연수를 다시 만나는 데 사랑이 확 불붙듯이 타오르는 건 아니고 나중에야 뒤늦게 알았는데 이게 사랑이구나 나중에 아는.. 확 다가가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Interview② : 송윤아가 이야기 하는 <사랑을 놓치다>
1. 이번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이번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3년 전에 시나리오가 들어왔던 작품이었어요. 시나리오를 한번에 다 읽고, 개인적인 느낌으로 제 3자의 입장을 떠나서 내가 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이런 삶을 살아가는 한 여자의 모습이 그려졌어요.그러면서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3년 전에도 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당시 상황이 안 좋아서 늦춰져서 못하게 됐는데..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몇 년 뒤에 다시 시나리오가 온 거에요.. 그때는 우리 영화에서도 운명과 인연이 계속 반복되잖아요.. 근데 저한테도 그런 인연과 운명이 느껴졌어요. 이 영화로 인해서 “내가 해야 하나보다. 이 역은 내꺼인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결정을 하게 됐어요.
2. 극 중 ‘연수’란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가?
사실 이 시나리오는 지금 저희 영화 연출하시는 추창민 감독님이 직접 쓰시고 연출을 하시는 데 연수라는 캐릭터를 잡아놓은 게 있어요. 굉장히 털털하고 어찌 보면 중성적인면도 있고 솔직하고 밝고.. 여자들이 좋아하고 동경하는 모습이죠. 그런 여자의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제 나름대로 계산하고 잡아 놓은 게 있었는데 사실을 촬영을 들어가면서 어려웠던 게 그렇게 잡아 놓은 캐릭터는 그렇게 털털하고 그렇지만 그것을 표현해야 하는 방법은 아주 절제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모습들을 감독님이 요구하시더라고요..지금은 그게 가장 어려운 숙제에요. 정해진 캐릭터가 있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법은 절제하고 감추고 숨기면서 또 한편 나의 캐릭터를 충분히 관객들에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게 어렵더라고요..
취재: 이희승 기자
촬영: 권영탕 PD
사진: 이한욱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