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3일 영화제작가협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매니저먼트사의 공동제작, 지분요구 그리고 배우들의 과도한 출연료 등이 한국영화 발전에 저해가 된다며 그들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할 것을 밝혔다.
이어 24일 강우석 감독은 기자단과 함께 한 자리를 통해 최민식 송강호 등 실명을 거론하며 스타들의 고액 개런티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두 배우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들춰낸 강우석 감독의 해명과 언론을 통한 직접적인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요청, 강우석 감독의 발언에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조선일보에 실린 ‘강우석 감독 "배우들 돈 너무 밝혀요"' 제하의 기사를 직접 들고 나온 최민식은 “이런 일로 여러 분과 마주하게 돼 마음이 안 좋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힌 후 기사를 작성한 담당 기자를 통해 강우석 감독이 실명을 거론하며 이 사안을 보도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말을 확인, “그의 발언은 제작가와 매니저먼트사의 충돌을 해결하기에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격앙된 어조로 전했다. 이어 최민식은 “시시비비는 가려져야 한다. 이는 결코 우리가 강우석 감독과 제작가협회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다.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왜곡되어지고 사실을 호도한 것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며 우리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자 이렇게 나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영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공공의 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전화를 한 적도 없으면서 기사의 내용이 사실인양 돈을 밝히는 배우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라며 답답한 심정을 격하게 토로했다. 송강호 역시 “아예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강우석의 감독의 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전한 후 “대중들이 내 연기는 보지 않고 작품 선택을 돈으로 결정하는 배우로 생각할까봐 잠이 안 온다.”며 강우석 감독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덧붙여 송강호는 얼마전 촬영에 들어간 봉준호 감독 <괴물> 총제작비와 자신의 개런티를 전면 밝히며 한국 영화 침제의 원인을 배우의 개런티로만 돌리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말했다.
한편, 최민식과 송강호는 성명서를 통해 “한국 영화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영화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영화계의 갈등과 영화제작현장에서 발생되는 구조적 모순들로 인해 어느 한 쪽이 매도되는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 그동안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한국영화의 발전적 상황을 모색하기 위한 공청회 및 세미나 등 대화의 장을 제의하는 바다. 그리고 한국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영화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미력하지만 힘을 보탤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 바라며, 한국영화의 갈등과 모순들이 원만히 해결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강우석 감독은 29일 저녁 각 언론사를 통해 ‘강우석 감독 공개서한’이라는 제목아래 최민식 송강호에게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는 공개 사과문을 보냈다. 다음은 그 서한의 전문이다.
최민식씨와 송강호씨에게
현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모든 영화인들의 공감과 협력을 통해 그러한 문제점들을 제거하여 한국영화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그러한 문제점들을 제기한 처음이나 이 글을 쓰는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며 지금까지 그러한 마음으로 행동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최민식 배우와 송강호 배우의 실명이 신문에 보도되어 그들의 공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된 점에 대하여서는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 글만으로는 쉽게 치유되지 않겠지만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특히, 두 배우들은 과거 한국영화에 큰 기여를 해 왔고 앞으로도 더욱 큰 일들을 해 나갈 동료들이며, 한국영화를 위하여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동지들이었기에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 때문에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기꺼이 책임지도록 할 것입니다.
이제 제가 한가지 우려하는 것은, 모든 영화인들이 합력하여 한국영화계를 살리자는 본래의 취지가 마치 개인간의 감정적 다툼으로 폄하되어 비춰지고 처음의 의도된 본질이 왜곡되는 것입니다. 모든 영화인들이 합심하여 한국영화산업의 문제점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국영화가 다시 한번 도약하여 후배들에게 더 좋은 토양을 물려주길 바랄 뿐입니다.
2005년 6월 29일
강우석(날인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