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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순지가 보내온 6월의 러브레터
이와이 순지 초기작은 그의 광적인 에테르를 느낄 수 있다. | 2005년 6월 23일 목요일 | 최동규 기자 이메일

우선 뒤늦게나마 이와이 순지의 초기작을 공식 루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이 영화들은 93년 개봉을 준비 했던 작품으로 당시에 비해 우리나라 영화 시장이나 관객들의 의식이 조금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기쁘다. 이와이 순지의 초기작 4편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이와이 순지의 작품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조금 더 큰 이야기를 과감한 영상과 파격적인 모습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보여주고 있는 초기작들은 진정한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화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이번 개봉작 중 가장 대중성을 지닌 영화다. 아메리카 드림이란 용어처럼 엔타운 드림을 찾아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일본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이가는 색다른 이야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우선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변주곡이다. 그리코에 대한 페이 홍의 사랑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외사랑을 키우는 아게하 그리고 그 주변의 수많은 사랑들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내고 있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결코 아름답거나 즐거운 영화가 아닌 거칠고 황량한 가슴 아픈 작품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행복이란 꿈을 찾아 방황하고 모든 행복을 손에 쥐기도 한다. 영화의 가장큰 의미는 그리코가 ‘마이웨이’를 부르는 눈물이 고인 행복하면서도 슬픈 모습으로 모든 것을 대변한다. 정답이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에서 두 가지 공간인 도시와 엔타운의 사람들을 비교하면서 보여주는 스타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사실 <러브레터>에 대해서도 수많은 평론가나 기자들이 각양각색의 의견을 내어 놓은 것도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상 미학과 상징성 그리고 미묘한 감정의 묘사 때문일 것이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도 다양한 시각과 의미 그리고 상징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관객들은 스스로의 관념이나 의식에 따라 수많은 의미를 발견하고 서로 다른 감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147분이라는 러닝타임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몇 줄의 글로 풀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분명한 것은 이와이 순지의 영화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빠트려선 안 될 중요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일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영상 에세이다. 영화의 전개는 릴리 슈슈라는 가수의 펜카페의 채팅창이 중심이다. 일본의 작은 지방의 중학생 유이치와 그 주변의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일본 사회의 굴절된 사고방식을 그리고 있다.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존재들이 마음 속 감성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의식은 신선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서움까지도 느껴진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정적인 영상과 동적인 영상이 조화를 이루며 긴장을 더해주고 몰입감을 높인다. 얼굴한번 보이지 않고 몽환적 목소리를 통해 에테르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릴리 슈슈는 영화 속 인물들을 움직이는 삶의 기초가 된다. 간간히 보이는 왜곡된 정서의 인물들의 모습은 광적인 에너지가 주는 폐해를 시사한다. 마치 인터넷의 발달로 자기 중심이 되어져 가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중학생들이 나온다. 하지만 절대 중학생이나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에 찌든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한번쯤 보고 릴리 슈슈의 에테르를 통해 꿈을 다시 찾아보라고 하고 싶다.

절대 편한 마음으로 보면 안 된다. 전체적으로 자극적이고 상당히 충격적인 영상으로 점철 되어있고 불쾌하고 불편한 심기가 드는 이야기를 강요하고 있지만 마지막 장면인 유이치의 릴리의 음악을 듣는 엔딩장면은 영화에서 느꼈던 모든 슬픈 감정을 릴리의 에테르로 아우르며 마무리를 한다. 불편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에테르의 에너지를 통해 다시 태어나 보자.

<언두>
사람들은 스스로를 어떠한 한가지의 의식에 가둔다. 사랑을 시작을 해 놓고 자신 중심적인 마음으로 상대방을 방치한다. 이렇기에 현대인들은 슬퍼 보인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대의 존재를 자신 안에 가두고 마음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발견하거나 누군가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것은 사랑일까? 우리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언두>는 이와이 순지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어둡고 난해하며 슬프다. 일반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고 별 흥미를 얻을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너무 생각하지 않고 영화 속에 보이는 그대로를 느끼고 마음을 인물들과 동일하게 일치시키고 감상한다면 눈물이 흐르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사랑에 대한 마음은 정신적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일방적이거나 소홀해진다면 그 사랑은 병이되고 만다. <언두>의 여주인공 모에이는 동거중인 작가 유키오의 소홀해진 사랑의 감정에 서서히 마음의 병이 생기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강박증을 겪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스스로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보지만 외로움의 감정은 그녀를 더욱 속박한다.

그녀의 강박증은 날로 심해지고 유키오는 그녀의 병이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고쳐 주려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한다. 과연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관객들은 궁금해 하게 될 것인데 그 결론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에 대한 성찰 혹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에 대한 반성이다. 관객들이 감상하기는 쉽지는 않지만 보고 나면 느끼는 점이 있는 색다른 작품으로 다가오게 되는 작품이다.

<피크닉>
차라를 많이 아는 국내 관객들은 없을 것이다. <피크닉>을 통해 이와이 순지 감독과의 만남을 시작한 그녀는 일본의 유명 가수다. 이와이 순지는 자신의 영화 스타일에 몽환적이면서도 묘한 카리스마가 있는 차라라는 여가수를 배우로 기용하면서 더욱 색다른 감각의 영상과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성공을 했다. 피크닉은 시대가 어느 때인지도 모른다.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들이 모여 있는 정신 병원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주인공들이 자유와 억압의 경계인 담장을 넘나드는 모습을 통해 우리사회의 말이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규율과 규칙들을 빗대고 있다. 까마귀를 잡아 털을 뽑아 옷을 만드는 여주인공 코코는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를 보여주며 찢어진 우산은 보호받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대신한다.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인 신부의 코코에게 던지는 까만 천사라는 단어는 반어적으로 얼마나 우리 사회가 선입견과 이기주이로 스스로를 백색의 천사 즉 주체임을 우기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피크닉>이란 제목은 이런 이방인 같은 사회 약자들의 사회로의 여행이다. 정신 병원에서 담을 타고 사회로 나온 주인공들은 그 담에서 이탈하면 안 된다는 생각 바로 사회의 규범위에서의 위태로운 피크닉을 떠난다. 하지만 사회 약자인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우리사회는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것을 강요한다. 그러므로 우리와 다른 생각과 다른 의미를 부여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나치리 만큼 가혹한 편견을 보낸다. <피크닉>은 바로 이런 사회에 아니 우리 자신에게 보내는 반성의 메시지며 슬픈 노래다.

<피크닉>의 결말은 슬프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사투로가 담에서 떨어져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담으로 올라가려는 모습도 슬프다. 또한 마지막 남은 총알로 자살을 하는 코코도 슬프다. 하지만 가장 슬픈 것은 홀로남아 죽은 코코를 안고 있는 츠무츠의 모습이다. 사회 부적응자가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괴로워하는 모습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이방인에 대한 사회의 의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이와이 순지 감독의 모든 영화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면이다.

이와이 순지 감독의 초기 4편의 영화는 하나같이 어둡고 슬프고 어렵다. 하지만 이 영화들을 통해 우리 관객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실로 엄청나기 때문에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일본 영화라는 편견을 버리고 주인공의 감성에 자신의 감정을 일치시켜 감상하면 더욱 좋다. 단 <러브레터>의 인지도에 힘을 얻으려는 홍보 방식은 이번 4편의 작품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고 관객 스스로도 이미 공개된 <러브레터>나 <하나와 앨리스>와 비교하려 하지말고 새로운 작품을 만나듯 새로운 열린 마음으로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다.

5 )
callyoungsin
러브레터 만큼 감동을 주진 못한듯   
2008-05-15 15:26
kyikyiyi
저는 별로 보고싶지 않은 영화네요   
2008-05-09 15:12
qsay11tem
비호감 영화네요   
2007-11-23 12:00
kgbagency
다 보고싶었는데...   
2007-05-12 06:38
ldk209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일본 감독 중 한 명...   
2007-01-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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