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무도 당당히 동화도에 입성했던 차승원의 <혈의 누>가 기세도 당당히 박스오피스 정상에 등극, 흥행가뭄에 시달리던 충무로에 핏물이 아닌 살맛나는 단비를 확실히 흩뿌렸다.
웬만해서는 한국영화 지형도에 있어 잘 먹히지 않는 ‘사극’ ‘스릴러’를 접목시켜 걱정깨나 시켰음에도 사실과 허구를 결합시킨 팩션 소설 및 각종 퓨전 사극드라마의 가공할 만한 인기폭발이라는 호기와 잔혹물이라는 호기심 자극에 딱 좋은 마케팅적인 요소가 적잖이 작용한 결과라 볼 수 있음이다. 물론, 전국 318개에 달하는 위력적인 배급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서도.
지난 5월 4일 개봉, 첫 날부터 전국 14만이라는 장난 아닌 스코어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혈의 누>는 주말 사흘 동안 서울 16만 명, 전국 53만의 가열찬 관객 동원력을 보였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일요일까지 90만 이상의 관객 장악력을 기록, 월요일 스코어를 가늠해보자면 개봉 6일 만에 100만 돌파가 충분히 가능하고, 주최측 역시 당연한 전망이라 전했다.
개봉 전 <혈의 누>와 예매율 선두싸움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올란드 블롬의 <킹덤 오브 헤븐>은 301개 스크린에서 전국 누계 65만 여명, 서울 11만명을 기록했다. 1위 자리를 놓치긴 했지만 그런 대로 선전한 편이다. 그나저나 웬만한 블록버스터 역사 서사물들, 안 해볼 것 해볼 것 다 해보며 죄다 선보인 <반지의 제왕> 땀시 적잖이 피곤하지 않을까 헤아려진다. 문근영을 향한 10대들의 질풍노도스런 순정은 이번 주에도 큰 변심 없이 쭉~~이어졌다.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던 <댄서의 순정>은 주말 사흘에 걸쳐 서울 누계 1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를 나타내며 지금까지 전국 125만의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 들였다.
여튼, 애들은 가! 등급에 다름 아닌 18세 관람가 임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혈의 누>는 한국의 영화 관객층이 전보다 훨 다양하고 단단하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나름 의미 있는 출발을 알렸다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