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만남, 전혀 상반된 문화의 만남을 가리키는 '퓨전'은 문화 전반뿐만 아니라 이미 일상 생활까지 깊게 침투해 있다. 그 바람이 최근 제작되고 있는 한국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도 처음으로 시도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번지 점프를 하다]가 독특한 영화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단일 구조가 아닌 영화 속에 묻어난 3가지 종류의 퓨전의 맛 때문이다. 첫 번째는 1983년도의 사랑과 2000년 현재의 사랑과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동감]처럼 시간을 초월한 것도, [시월애]처럼 공간을 초월한 것도 아니면서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과거와 현재의 사랑이 극이 전개될수록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며,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진다. 결국 1983년에 시작된 이병헌과 이은주의 사랑이 어긋난 것처럼 보이지만 2000년에 오면 두사람의 사랑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두 번째는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을 다룬 멜로의 기본틀에 달콤한 미스테리가 섞여있다. 영화의 중반이후부터 사라진 여주인공 이은주의 존재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영화의 종반이 되면 상큼한 반전과 애틋한 사랑으로 다시 이어진다. 본격적인 미스테리가 아니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긴장감을 지닌 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사상 최초로 멜로의 복합장르인 퓨전 멜로 [번지점프를 하다]는 대학시절 첫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시간이 지나 다른 모습의 사람에게서 오직 하나뿐인 사랑을 찾는다는 아름답고 애절한 독특한 컬러의 영화이다.
멜로영화로는 파격적인 제작비를 투자해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번지점프를 하다]는 지난 12월 23일 촬영을 모두 끝내고 후반작업에 들어가 이제 2월 3일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창], [춘향뎐] 등 임권택 감독의 조감독을 거친 김대승 감독의 데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