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부천
폐막식은 심사위원장이자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두려움과 떨림>의 감독이기도 한 알랭 코르노를 위시해 콜린 게디스, 얀 할란, 김윤진, 유키 구도, 김동원 감독, 배우 겸 감독 김인권, 인정옥 작가를 비롯한 심사위원과 제제 다카히사 감독, 빈센초 나탈리 감독,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등 영화인들, 그리고 약 1천여 명의 관객들이 자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사회를 맡은 사람은 방송인 배유정과 김창완. 가수 이적은 수상작 발표 중 축하공연을 선보였다.
<지구를 지켜라>, <침묵의 랩퍼> 쾌거
비경쟁영화제를 표방하는 부천 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 ‘부천초이스’ 장단편 시상은 이 날의 하이라이트. 단편 부문 관객상은 이언 클락 감독(영국)의 <침묵의 랩퍼>가 차지했으며, 심사위원 특별상은 한스 페터 몰란트(노르웨이)의 <대동단결>에 돌아갔다. 관객이 중심이 되는 영화제임을 반영하듯 단편 대상을 수상한 것은 관객상을 가져갔던 <침묵의 랩퍼>. 두 번 연이어 무대에 오른 감독 이언 클락은 얼떨떨함과 감격이 교차하는 반응. “다른 작품이 더 뛰어나서 전혀 상상도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하는 감독을 향한 사회자 배유정의 코멘트 “상 받고 저렇게 미안해하는 분은 처음 봤다”는 꽤나 적절한 요약이었다. 랩퍼를 꿈꾸는 농아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침묵의 랩퍼>에 부천의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 날 누구보다 행복했던 사람들은 아마 <지구를 지켜라> 팀이었을 것.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는 장편 부문 대상과 남우주연상(백윤식), 관객상 세 개 부문을 싹쓸이했다. 배우나 감독보다 더 기뻐했던 것 같은 사람들은 <지구를 지켜라> 팬클럽인 ‘지구수호단’. 무대에 오른 장준환 감독은 “멀리서 온 다른 분들을 제치고 이래도 되는 건가. 정말 미안하다(왠지 그 말이 더 약올랐을 것 같다). 이 상은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겠다(모스크바 영화제 트로피 분실 사건을 두고 하는 말). 이런 날은 지구에 태어난 게 정말 좋다.”고 수상소감을 표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장편 부문 감독상은 올 부천에서 각별히 사랑받은 작품 중 한 편인 <로봇 이야기>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감독 그렉 박에게 돌아갔으며,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와이 칭 호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편 심사위원 특별상은 스페인 영화 <그들이 보고 있다>에게 주어졌는데, 제작진을 대표해 시상대에 오른 영화의 각본가는 “처음 와 본 한국이란 나라가 너무 좋았다”며 거꾸로 박수를 치는 관객들의 사진을 찍어가기도. 물론 관객들은 위로 한껏 팔을 치켜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열렬한 박수를 보냄으로써 여기 호응했다. 폐막작으로 상영된 <싸이퍼>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큐브>)의 달변도 인상적.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큐브>처럼 가둬놓고 고문하는 영화가 해외에 초청되는 건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는 말로 관객을 웃긴 후 “한국인처럼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한다. 영화를 보기 전 경고할 것 하나.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세요(아마도 열심히 연습했을 한국어 코멘트)”라고 한 마디. 이어진 객석의 호응은 실로 열렬했다.
이번 영화제 기간 중 부천을 찾은 관객은 영화제 측 집계에 따르면 약 7만여 명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숫자다. 특히 쇼 브라더스 회고전, 볼리우드 특별전을 비롯한 특별전과 패밀리 섹션이 인기를 모은 것도 특기할 만한 부분. 김홍준 집행위원장은 폐막에 부쳐 “다양한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 진짜 재미있는 영화제”로 자리잡은 것을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영화보다 더 신나는 영화제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내년 7월 15일부터 24일까지 다시 관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