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영화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런 말이 있다. "대종상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설치된 영화예술상이다". 뿐만 아니라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며, "관객이 참여하는 능동적인 영화제"란 표현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국민적인 영화제"라든가 "다양한 영상문화를 소개하고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라는 말도 부끄럼 없이 남용하고 있다.
올해 수상결과를 보면 역시 '대쪽 같은 대종상'이란 말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지난해 <친구>로 인해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대종상영화제는 이번에는 좀 나아지길 기대했던 이들에게 역시나 하는 결과로 응수하고 있다.
먼저 후보작 선정에서부터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이번 대종상영화제는 사실 약간 진보된 특수효과 혹은 새로운 시나리오 정도 외에는 딱히 칭찬할 만한 구석이 없는 <2009 로스트메모리즈>에 14개 부문이나 되는 후보를 지명하면서 '돈들인 영화 밀어주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했다. 이는 영화제가 열리기 전에 모 인터넷 사이트의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는데, 작품상 후보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로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66%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순위에 올랐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밀어주기에 대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대 되는 등 화제를 모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경우 여우조연상 후보에 '옥지영'이란 이름만 올렸을 뿐 놀라운 연출력으로 화제를 모았던 정재은 감독에대해 신인감독상 후보에 조차도 그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낯선 영화로 분류되어 흥행에는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평단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던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은 아예 예심에서 탈락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은 추상미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으며, <꽃섬>, <나쁜남자> 등의 작품들도 크게 환영 받지는 못했다.
후보작 선정에서부터 비난을 들었기 때문이었는지, 수상 결과에 대해 나름대로 상 나눠주기 혹은 다른 데로 관심 돌리기 등의 전법을 구사하려고 했지만 이는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의 원성을 사는 것으로 '대종상 다움'을 과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특히나 해외파들을 후보에 지명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이번 영화제는 그러한 화제가 어느정도 관심을 끌었다고 판단 했는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장백지를 제외하고 100% 해외 영화인들에게 상을 전하는 결과를 보여주며 '대종상의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과연 온전한 반응을 얻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현재 대종상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는 과연 '전지현'이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한 연기를 펼쳤느냐 하는 문제로 갑을논박이 이어지고 있다. 후보에 올랐던 쟁쟁한 연기자들을 물리치고 신세대 배우에게 상을 준 것은 격려와 영화계를 짊어지고 나갈 희망에 준 것이라고 위안을 삼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전지현을 이용해 영화제의 엉성함을 무마해 보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삐딱한 마음만 생기니 거참 필자 스스로도 한심함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