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레드포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스파이 게임>은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의 영화다. 해결이 불가능 할 것 같은 사건을 하나 던져주고 남자간의 의리와 사랑이 곁에 붙으며 미국인의 자존심을 걸고 스스로 자신들을 지켜나간다. 뻔한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는, 다들 예상 했겠지만 결국엔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랑도 다시 얻는다. 주인공인 로버트 레드포드는 못하는 것이 없는 전형적인 미국 만능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하지만 나이도 비켜 간듯한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터뜨리게 할 만한 특별함이 분명 존재한다.
장동건, 나카무라 토오루 주연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2009로스트 메모리즈>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영화는 돈을 어디다가 썼는지 명확히 보일 정도로 엄청난 물량과 특수효과로 넋을 잃게 만든다. 한국영화도 돈 있으면 못할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퍼뜩 떠오른다. 영화가 특이한 점은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일제시대의 앙금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물론 소문과 같은 친일 성격의 영화는 절대로 아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특수효과나 액션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저리 가라 일 정도로 화려하고 눈부시다. 영화 속 대부분의 대사들이 일본어로 처리되어 있고, 기모노를 비롯 온통 일본적인 색채로 가득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한국적’인 정서에 부합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존 미국영화와 마찬가지로 장동건이라는 홀홀 단신의 한국인이 극의 흐름을 이끌며, 결국에는 그 한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사회장에선 박수소리가 뜨거웠다지만 한국영화라는 타이틀이 붙지 않은 할리우드 영화 혹은 일본 대작 영화라는 수식어로 바뀐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손을 들어 줄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