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1st _ heroine
샤를리즈 테론, 그녀는 단연 눈부시다!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베를린을 석권한 혼신의 연기!
지난 3월에 열린 아카데미를 끝으로 시상을 일단락지은 미국 전역의 영화상과 비평가상. 적어도 여우주연상에 있어서만은 예외나 이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샤.를.리.즈. 테.론. 그 동안 대다수 평론가와 관객들에게 바비인형 같은 화려한 미모로 먼저 기억되던 테론은 <몬스터>에 와서 만장일치로 연기력을 인정받기에 이른다. 아카데미시상식을 비롯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골드글로브시상식 등 그녀가 트로피를 품에 안은 영화상만 해도 수십개. 지난 한해 미국 영화계, 아니 전세계 영화계에서 단연 돋보였던 여배우를 꼽으라면 당연히 샤를리즈 테론이 가장 먼저 언급될 것이다.
샤를리즈 테론이 <몬스터>에서 보여준 연기에의 열정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녀는 에일린의 외모에 충실하기 위해 몸무게를 30 파운드나 불렸으며 분장의 도움을 받아 누추한 창녀의 모습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최근에 <프리다>의 셀마 헤이엑과 <디 아워스>의 니콜 키드먼이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연기를 펼쳤으나 테론에 비할 바는 아니다. 누렇고 고르지 못한 치아와 주근깨 투성이의 붉은 얼굴을 한 채 마치 권투선수처럼 거들먹 거리며 걷는 에일린이 샤를리즈 테론이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비단 외모와 몸짓 뿐만이 아니다. 테론은 스스로 설정한 표정과 억양으로 에일린을 100% 체화시켰으며 관객들을 사랑의 신열과 절망의 고통 속으로 자연스럽게 동참시키는 탁월한 연기를 펼쳤다. 배우가 완전히 캐릭터와 합일하는 경지! 샤를리즈 테론은 그것을 무섭게 증명했으며, 때문에 <몬스터>는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람할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다.
THEME 2nd _ true story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을 영화화 매춘, 살인, 사형을 용기있게 그려낸 충격 실화
<몬스터>는 샤를리즈 테론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화제를 불러 모은 동시에 실재했던 인물과 사건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으로 기록된 에일린 워노스는1989년에 첫번째 살인을 저지른 후 다음해까지 10달 남짓한 시간동안 무려 여섯명의 남성을 살해했으며 체포 후 창녀라는 점 때문에 각종 지면을 장식하면서 미 전역을 경악케 만들었다.
언론이 에일린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낸 설명은 ‘악명 높은 플로리다의 살인자, 에일린 워노스’였다. 사형을 선고받은 후 10여년을 복역하던 에일린은 2002년 마침내 사형장에서 숨을 거두었다. 사형을 선고받는 순간까지도 에일린은 남자들을 죽인 것은 인정했으나 그것이 폭력에 맞선 자기 방어였다고 끝까지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시건주 출신인 에일린의 유년 시절은 매우 불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의 학대를 견뎌야 했으며 그때부터 이미 마약에 빠지는 등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13살 때부터 돈 몇푼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호객 행위를 하면서 창녀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마치 망자의 회상인 양 샤를리즈 테론의 나레이션에 실려 잠깐 보여지는 어린 시절은 관객들이 에일린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어준다.
하지만 <몬스터>의 가치는 단지 관객의 관심을 끄는 선정적인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것에 있지 않다. 창녀 출신의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에만 신경을 팔면서 몹쓸 괴물 취급하던 그간의 편협함을 벗어 던지고,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에일린이 겪었을 공포와 병리 현상에 관심을 기울인다. 에일린이 감내해야 했던 매춘, 살인, 사형을 아우르는 영화는, 사회가 구원해내지 못한 개인의 불행에 늦게나마 속죄하게끔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몬스터>는, 진정성으로 충만한 매우 용기있고 파워풀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THEME 3rd _ love story
진창에서 피어난 절망의 러브 스토리 사랑은 뒤늦게 찾아온 축복이자 파멸의 시작이었다!
<몬스터>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점은 범죄 드라마에서 어느 순간 두 여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러브 스토리로 변할 때다. 일종의 동성애 커플인 에일린과 셀비는 서로에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연인이 되어 주었고 깊이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녀들은 똑같이 가족한테 버림받았으며 창녀와 레즈비언이라는, 우리가 사회 부적응자로 쉽게 낙인찍어 버리는 마이너리티 집단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서로 교감의 실마리를 찾는다. 특히 에일린에게 ‘사랑’이란 한번도 가닿은 적 없는 낯선 감정이다. 그래서 셀비에게 한번 빠지기 시작하자 점점 더 그녀에게 집착하게 되고 그녀를 위해서는 모든 걸 할 수 있을 만큼 무모해진다. 영화 속에서 셀비는 레즈비언이라는 성정체성을 확고히 갖고 있는 반면에 에일린은 성적인 취향의 잣대로 판단하기 보다는 그저 한 인간으로서 누군가의 애정이 절실했던 가련한 존재로 비친다. 정작 극악한 살인자로 불린 그녀 안에는 아기 같은 나약하고 여린 속내가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셀비와의 사랑은 에일린에게 변화의 계기가 되어 준다. 하지만 에일린은 이미 하찮게 되어버린 자신의 삶을 되돌리기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 수 없는 살의로 남자들을 하나둘씩 살해해 가면서 연인을 위한 강도행각에 빠져든다. 이렇듯 사랑은 에일린에게 뒤늦게 찾아온 축복이자 파멸의 나락으로 그녀를 인도한 사건이기도 했던 것이다. 감옥 안에서 에일린이 셀비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남긴 이 한마디는 영화가 끝나고도 잊혀지지 않는 긴 여운을 남긴다. “모든 건 너를 사랑했기 때문이야” 우리는 최근에 이보다 더 애절한 사랑의 말을 들려준 영화를 만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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