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처럼 상큼하고 시린 히로스에 료코의 청춘 로맨스 :
<철도원>과 <비밀>을 통해 신비롭고 사랑스러운이미지로 자리매김해오며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히로스에 료코'. 아이돌 스타를 넘어 한층 성숙해진 그녀가 영화 <연애사진>을 통해 자신의 진솔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가는 곳마다 남자들이 줄줄 따라다니는 '얼짱'이지만 그 인기만큼이나 많은 비밀을 간직한 수수께끼 같은 여대생 '시즈루'를 연기했는데, 때로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때로는 성숙한 여인처럼 요염하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완벽히 표현하여 극찬을 얻었다. 첫사랑 마코토를 만난 후 가슴을 움직이는 그 무엇(원더, wonder)을 찾아 카메라를 든 채 거리를 달려가는 모습이나 두려움 없이 전봇대 위에 올라가 어린아이가 잃어버린 풍선을 날려주는 모습, 남자친구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포즈를 취하는 그 모습은 세상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생명력으로 다가온다. 사랑하고 이별하면서 훌쩍 커버린 시즈루처럼 세월의 햇살을 머금은 채 성숙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선 히로스에 료코. 그녀로 인해 영화 <연애사진>은 한 입 물면 가슴이 시릴 정도로 시큼하지만 먼 훗날 추억의 앨범 속에 상큼하게 기억될 첫사랑의 기억을 너무나 생생히 전달해주고 있다.
도쿄에서 뉴욕으로 사랑을 찾아가는 로드무비
살아가면서 추억을 담아내는 사진을 많이 찍지만, 가장 많이 버려지고 또 그만큼 가슴 속에 서 잊혀지지 않는 사진이 있다면 그건 바로 '연애사진'일 것이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세월 어느 한 가운데쯤에서 늘 추억을 부르는. 그래서 가끔 방황을 부추기는. 오래 전 헤어진 연인에게서 받은 편지를 들고 잊었던 첫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떠나는 남자주인공 마코토의 모습은 그런 면에서 사랑의 상실과 방황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세월 속에 바래진 사랑은, 퍼즐처럼 수수께끼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장소, 내가 가야 할 길,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이 작품은 우리가 찾고 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해준다."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방황하는 시간을 통해 숨바꼭질처럼 숨어있던 삶의 소중한 비밀과 아픔을 드러내고 위로한다. 가끔은 썰렁한 유머와 또 가끔은 가슴을 후비는 슬픔을 안기면서. 생사를 모르는 연인을 찾아 연고도 없는 뉴욕을 무작정 찾아가는 주인공 마코토. 다 버리고 남은 단 한 장의 사진만을 든 채 사랑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와 상처만 남은 사랑의 과거를 안고있는 그에게9.11테러 이후 공황기에 접어든 뉴욕은 감독의 의도대로 더없이 어울리는 영화적 배경이 아닐 수 없다.
감각적인 기법을 선보이는 새로운 영상의 콜라주!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도, 자기가 꿈꾸는 이상에 대한 좌절감도 츠츠미 감독의 영상 매직에 걸려들면 한층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다른 색깔과 모양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하나하나 잘 맞추면 하나의 큰 그림이 되는 퍼즐처럼 츠츠미 감독은 두 남녀의 사랑을 그때마다 각각 다른 색감과 질감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사랑이라는 커다란 그림을 완성시킨다.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던 감독답게 16mm, 8mm, 24p 하이비젼, 비디오, 스틸, 폴라로이드, 디지털 카메라 등 각종 영상기구를 활용한 카메라 기법과 앵글구사, 리드미컬한 화면구성은 그야말로 한 편의 '영상의 콜라주' 를 보는 것 같다. 게다가 영화 속엔 두 주연 배우가 촬영기간 동안 직접 찍은 스틸 사진이 실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수 많은 드라마나 최근 영화 <트릭>, 옴니버스 영화앨범인 에서도 참신한 표현법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자극을 선보였던 츠츠미 감독. 그의 재기발랄하고 감각적인 영상 덕분에<연애사진>은 전혀 새로운 러브 스토리로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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