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베테랑 3인 방.. 아카시아로 의기투합하다!
장동건, 정준호 주연의 영화 [아나키스트]로 시네퀘스트 산호세 영화제, 아시아태평양 영화제등 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유영식 감독과 98년 [여고괴담]으로 공포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박기형 감독은 공동으로 다다필름이라는 영화사를 설립하여 새로운 작품을 찾고 있었다. 차기 작품은 세련되면서도 뭔가 차원이 다른 공포물이라는 점에서 합의한 두 감독은 기획을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시절] 제작투자 겸 프로듀서로 두 가지 역할을 확실하게 성공시킨 아름다운 영화사의 강성규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강대표가 오랫동안 기획해 온 [오렌지]라는 영화의 시나리오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심기 시작했고 드디어 [아카시아]프로젝트가 기획되기 시작했다.
아카시아... 한국영화계의 흥행 제왕을 만나다!
3인이 공동으로 새롭게 기획하기 시작한 [오렌지]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명쾌했지만 구조적 헛점이 있었다. 그들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그 헛점을 고치는데 주력했고 보다 색다른, 보다 완벽한, 보다 재미있고 오싹한 공포를 이야기속에 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작 가능에 대한 해답은 미지수였다. 하지만 쇼이스트 김동주 대표를 만나면서 그 고민은 단번에 해결되었다. [친구]와 [챔피언]등의 굵직한 영화의 제작,투자 및 배급을 맡았던 김동주 대표는 [아카시아]의 이야기를 검토한 후 전격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결국, 성공 할 수 있는 영화를 가리는 눈이 남다른 김대표의 가세로 본격적으로 [아카시아]만의 모양새로 갖춰 들어갔고 여러 차례에 걸친 시나리오 수정작업을 통해 4명이 모두 만족할 만한 완벽한 작품을 완성해 내었다.
한국의 조엘 오스몬드를 찾아라!
완벽한 시나리오와 완벽한 제작 시스템, 든든한 투자사와 최고 여배우의 가세까지 [아카시아]는 모든 것을 갖춰 놓고 크랭크 인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하지만 크랭크 인을 앞두고 초비상에 걸렸다. [아카시아]의 중요한 아역 배우 ‘진성’의 캐스팅 문제 때문이었다. [아카시아]의 내용상 ‘진성’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했다. 게다가 공포영화에서의 아역 캐스팅은 그 영화의 성패와도 관련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엑소시스트], [오멘], [폰], [식스센스]등 영화의 키를 쥐고 있는 아역배우의 캐스팅은 모두 완벽했고 그에 따른 영화의 힘도 더욱 커지게 되었다. 제작진은 [아카시아]속의 ‘진성’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맸지만 적합한 아이를 찾을 수 없었고 결국 공개오디션을 통해 [식스센스]의 조엘 오스몬드 같은 이미지의 아이를 캐스팅 하게 됐다. 아이로서 표현해 내기 힘든 슬픔과 외로움에 가득 찬 눈빛을 보여야 하고, 늘 혼자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야하는 진성 역할은 결국 800명에 가까운 배우의 오디션을 거쳐 선택되었고 그 결과 문우빈이라는 걸출한 신인 아역배우를 찾게 됐다.
아카시아 나무 한 그루에 매달린 30여명의 스탭!
제목 [아카시아]가 말해주듯 이 영화에서 나무는 이야기의 중심이자 세상에서 가장 큰 배우였기에 나무의 제작은 그야말로 정성 그 자체였다. 아카시아 나무만 제작하는 전담 작가를 영입했고 미술팀, 세트팀, 분장팀등 아트 분야의 모든 스탭이 협조하여 나무는 제작되었다. 평화로운 집 정원 가운데에서 그 집안을 감시하듯 내려다보고 있는 카다란 아카시아 나무는 그 느낌만으로도 뭔가 달라야했다. 더욱이 장면 장면마다 그 생김과 이미지가 달라야 했으므로 그걸 표현해 내는 노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화사한 꽃과 잎으로 행복한 가정을 부각시켰고, 극 중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관객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만큼 정교하게 제작되었다. 이러한 특수장치를 위해 나무의 속을 비우고 호스를 연결했으며 실제나무의 껍질을 붙여 아카시아 나무의 섬세함이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렇게 돈과 시간과 정성을 들인 아카시아 나무의 촬영 후 거취는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
비극적 저주를 품고 있는 죽음의 집을 빌리기란....
[아카시아]의 주요 배경이 되는 미숙 집의 촬영장소는 행복한 가정에 걸 맞는 예쁘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집 이여야만 했다. 감독은 새로 지은 인위적인 세트 보단 사람들의 때가 많이 탄 실제 집을 원했다. 그렇지만 영화 속에 딱 맡는 집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촬영 장소로 사용될 집은 교외의 전원주택이어야 했고 아이가 뛰어 놀 수 있는 커다란 정원과, 아카시아 나무를 세울 수 있는 화단, 그리고 내부에서도 아카시아 나무를 볼 수 있는 큰 창이 있어야 했다. 즉 나무가 중심이 될 공간이 필요했다. 제작진들은 이를 위해 전국에 있는 전원주택지를 샅샅히 뒤졌고 조건에 맞진 않지만 그런 대로 비슷한 몇 집을 찾아내었다. 하지만 이번엔 영화의 내용이 문제.. 집주인이 영화에 대한 내용을 듣기만 하면 모두 발뺌을 하기 일쑤였다. 집에서 일어나는 저주스러운 일들이 줄거리라 했을 때 그 누가 좋아할까? 모든 것을 포기한 제작진은 헌팅을 끝내고 돌아가던 중 아주 우연히 용인의 한 전원주택에서 모든 조건이 맞는 집을 찾게 되었다. 별장으로 쓰고 있는 집주인에게 촬영제의를 했고, 두 달 안에 촬영을 마치는 조건만으로 촬영은 시작되었다. 신이 내린 선물일까? 그 집은 모든 조건을 갖춘 시나리오상의 딱 그 집이었던 것이다. 약간의 공사만 거치고도 바로 촬영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도 이상적이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끔찍한 현실의 공포가...
촬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의 초기 홍보를 위한 티져포스터 촬영이 진행되었다. 장소는 경기도 화성시 시화 간척지.. 스탭들은 화성이라면 연쇄살인이 일어난 곳이라며 수근수근 대고 기분이 안 좋다는 둥, 느낌이 이상하다는 둥 농담을 주고받으며 촬영에 임했다. 반나절에 걸친 포스터 촬영은 무사히 마치게 되었고 모두 서울로 돌아왔는데 그날 밤 뉴스에서 화성 시화 간척지 내 도랑에서 손과 발이 묶이고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운 여자 어린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보도를 듣고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워낙 음산하고 몸을 죄어 오는 듯한 공포스러운 영화인 데다가 이런 끔찍한 사건까지 터지는 바람에 제작진들은 소름끼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카시아]의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 변사체가 발견된 것은 현실적으로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던 것이다.
개미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
아카시아 나무에 살고 있는 개미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찍기 위해 스탭들에게 총 비상이 걸렸다. 대강 C.G로 표현해도 될 것을 박기형 감독에게는 조금 다른 컷이 필요했다. 요즘 시대에 개미는 박멸의 대상인데 수백 마리의 개미를 어디서 구해야할지 막막할 따름이었다. 목조건물인 집안에서부터 개미 찾기는 시작되었다. 문틈이나 침대 밑,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에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인 설탕물을 가져다 놓고 개미를 유인하기로 했다. 어디선가 기어오는 개미를 본 순간 스탭들은 재빨리 통속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촬영당일 냉장고안에서 얼어 죽어버린 개미를 본 순간 스탭들은 허탈감을 금치 못했고 또 다시 개미를 찾아야만했다. 이번엔 잡은 개미들을 처음부터 자연 양식을 하기로 하고, 정원구석에 개미집을 만들어 극진한 보살핌을 시작했다. 비에 젖을까 사람들에게 밟히지 않을까 애지중지 키운 개미들은 결국 촬영에 크게 일조를 하고서야 자연방목 되었다고...
또 한번의 핏빛 아카시아..
또 한번의 살인사건은 크랭크 업 당시에 일어나 제작진들을 더욱 섬뜩하게 만들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전원주택에서 막바지 촬영 중 살인사건 신고가 들어왔다며 경찰이 출동한 것. 집 근처에서 핏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며 동네 주민들이 신고를 한 것이다. 이날 제작진들이 촬영 소품으로 사용한 핏물이 마을로 흘러 들어갔고 이것을 목격한 동네주민들이 놀라 신고한 것으로 판명나 살인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심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지나친 우연으로 [아카시아] 제작진들은 시작부터 끝나는 날 까지 공포를 맛보았다. 끔찍한 현실의 공포가 [아카시아]가 대박을 터뜨릴 좋은 징조로 생각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2003년 부산국제 영화제의 만장일치 선택.. 아카시아..
[아카시아]는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영화제 조직위원회에서 폐막식에 주안을 두고 특별히 폐막작을 한국영화로 처음 선정한 해라 그 기쁨은 두 배였다. 지금까지 그 해 최고의 한국 영화만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카시아]를 올해의 영화로 주목했다. 세계가 인정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공포영화라는 점에서 프로그래머들에게 만장일치로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 9일간의 향연에 화려한 휘날레를 장식하기에 완벽하다고 판단했다. '미완성 상태에서도 감독의 재능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고, 소재의 독특함과 허를 찌르는 반전은 국제 영화제에 걸맞는 작품'이라는 영화제 측의 만장일치로 그 자리에서 폐막작으로 선택된 [아카시아]는 선정 근거만 보더라도 그 완성도를 알 수 있다. [아카시아]는 또한 세계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제 36회 시체스영화제 판타스틱 부문에 초청되어 국제적 신뢰를 얻었다.
국내 최초 시도되는 디지털화
후반작업에 심혈을 기울인 아카시아는 공포영화에서 색감이 중요하다는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모든 색감 조절을 디지털화했다. 이는 필름 현상시 광학 작용으로 인해 감독이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색이 나오게 되어 영화의 분위기가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색 보정이란 필름 하나 하나를 디지털화해서 기계적으로 색의 톤, 컴퓨터 그래픽, 자막까지 한번에 보정하여 더욱 선명한 색으로 화질을 높이고 필름이 손상되지 않게 하는 작업을 말하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방법으로 영화가 재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시도는 [화산고]에서 컴퓨터 그래픽과 2K에 의한 부분적인 시도가 있었지만 이번 [아카시아]에서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기술로 HD와 2K가 결합된 작업으로 그 완성도를 더욱 높여 주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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