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1. 혜미와 민재간의 사랑의 징표. 화려한 변신을 꿈꾸는 시골총각 민재는 애벌레 시절을 고향에서 마무리하고, 서울에서 화려한 나비가 되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와 고향을 등진다. 그런 그에게 순수한 연정을 바쳤던 혜미는 그의 나비가 되기 위한 몸부림을 사랑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각자의 몸에 나비를 새긴다. 2. 나비는 산업이 고도화되던 80년대 초, 성공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온 3류 인생의 이상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산업화는 시골청년(?)들에게 서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지만 최소한의 양심을 버리지 못하는 촌티를 벗기에 민재는 정이 너무 많다. 사회 주변부인 깡패세계와 화류계에서조차 주변인으로 존재하는 민재로 대표되는 그 시절의 3류인생을 살아가는 젊은이들. 그들의 이상과 사랑이 바로 나비가 뜻하는 내재적 의미다.
세기를 뛰어넘는 사랑, [나비] 짓눌릴 정도로 가슴 아픈 현대사. 폭압적인 권력이 낳은 산물 삼청교육대.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진 은지와 민재의 사랑을 가로막은 삼청교육대. 그리고 시대가 요구한 왜곡된 애국심에 세뇌당한 황대위. 그는 자기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민재와 혜미의 사랑은, 갈라놓을수록 더 큰 장애가 있을수록 거칠게 더, 거칠게 발버둥친다. 그렇게 삼류인생들의 보잘 것 없는 사랑은 거칠지만, 숭고하게 태어난다. 다시 태어난다. 나비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Hot Issue
김정은, 멜로배우로 성숙한 연기
[재밌는 영화]와 [가문의 영광]으로 단숨에 한국영화계를 점령한 김정은. 그녀가 영화 [나비]를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다. 재기발랄하고 심지어 엽기적이까지했던 캐릭터를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소화했던 김정은은 완숙미가 넘치는 멜로 배우로 다시 태어난다. 세상물정 모르는 시골처녀에서 요정의 아가씨까지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줄 김정은은 이번 [나비]에서 눈물연기가 70%나 달했다. 처음 눈물 흘릴때는 고생이 많았다고 토로. 그러나 김민종은 이렇게 잘 우는 여배우 처음본다고 말한다. 다른 멜로와는 달리, 시대가 갈라 놓는 가슴아픈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선 그녀로서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가문의 영광]에 이어 두번째로 김정은과 일하게 된 김현성 감독은 그녀의 변신 성공을 확신했다.
은지 vs 혜미 : 순수 vs 쿨
김정은은 이번 [나비]에서 이름이 두개다. 고향 강원도 횡성에서 쓰던 오은지와 서울에서 쓰는 오혜미. 시골 양아치이지만 마음이 따뜻한 민재를 사랑하는 은지는 성공하기 위해 서울로 떠나는 민재에게 꼭 돌아와야 한다고 소리치며 눈물을 흘린다. 분홍색 귀마개와 벙어리 장갑 때문에 촌스럽기 그지 없지만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5년 후, 서울에 올라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은지는 혜미로 다시 태어난다. 5년 전에 은지는 죽었다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물정 모르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은지는 요정을 거쳐 군장성의 애첩이 되어 버린다. 백평이 넘는 집에서 세이블카를 몰고 다니며 비싼 옷을 입는 혜미는 그러나 맘은 멍들어 있다. 화려한 삶을 대가로 사랑하지 않는 허대령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시나리오의 이름은 은지가 아니라 봉자였었다. 비극적인 결말에서 봉자라는 이름 때문에 관객들로부터 웃음이 나올 것을 염려해, 다른 이름을 찾던 중에 김민종이 낸 아이디어다. 촌스럽지만 순수함이 담긴 이름이라는 점에서 채택되었다.
김민종, 나비에 목숨건다!!
89년 [내사랑 동키호테]의 조연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김민종은 23번째 영화 [패밀리]까지 이렇다할 흥행영화를 만나지 못한 불운의 사나이다. TV드라마에서 하이틴 스타로 인정받고, 가수로서도 성공했던 그지만, 유독 흥행작을 만나지 못했던 그. 영화 [나비] 시나리오를 받기 전까지 영화의 길에 대해 심각한 회의에 빠졌었다. 그런 그가 [나비]를 통해 영화배우로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며 연기변신에 나섰다. 감독이 제의하기도 전에 배우 스스로 금니를 뽑는 열의를 보이고 있는 김민종은, 복싱체육관에 다니며 몸 만들기에 나섰다. 김민종의 영화에 대한 열의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지난 1월 영하 10도를 웃도는 강추위 속에서 비까지 맞아가며 그물아래를 기어가는 장면을 촬영할 때다. 김민종의 클로즈업 때문에 똑 같은 장면을 다시 촬영해야 했는데, 몇 명의 엑스트라들이 함께 해야 했다. 너무 추운 나머지 촬영을 두려워하던 보조출연자들에게 김민종은 '얼른 촬영하고 소주 한잔!'을 외쳤다. 보조출연자들은 이런 김민종의 모습에 감동받아 그의 팬이 되었다고 한다. 연기변신 차원을 떠나 영화 연기인생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는 그의 강한 의지가 유난히 추운 2002년 겨울, [나비] 촬영장의 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의리맨 김민종 vs 순종파 윤민재
김민종이라는 배우를 떠올릴때면 생각나는 단어 '의리맨'. 술자리에서 조차 '의리로 한잔'을 외치는 김민종은 소문대로 성격이 좋다. [나비]의 윤민재를 보고 있으면 김민종의 모습과 닮아있다. 윤민재는 성공하기 위해 깡패세계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크게 한 방 땡겨보겠다며 제비세계에 나서보지만 번번히 정과 의리가 앞선다. 그리고 사랑 역시 순애보. 5년 후 잊고 있던 혜미와 사랑을 다시 약속하는 민재와 민종은 닮아 있다. 김민종은 민재 캐릭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군인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김정은과 눈물을 흘리며 가슴아픈 재회를 하고 있던 김민종. 그러나 군인들이 김민종의 팔을 뒤로 꺽고 끌고 가자, 김민종은 몸부림 치다가턱을 바닥에 부딪히고 말았던 것. 이 때문에 턱에 영광의 상처가 났다. 또한 김민종은 민재때문에 평소 좋아하던 순안주를 뻔데기에서 골뱅이로 바꿨다.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데 6개월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된 김민종은 민재에 대한 의리 때문에 즐겨먹던 뻔데기를 버리고 차선책으로 골뱅이를 택했다. 이 때문에 마지막 촬영 때, 골뱅이 2박스를 끓여 먹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촬영 동안 먹은 골뱅이만 대략 100박스였을 정도. 어느새 나비 촬영스탭은 골뱅이 매니아(?)가 되어버렸다.
김정은 & 김민종, 가슴에 나비 새기다
서울가서 성공해서 폼나게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는 민재. 그러나 불안해 하는 은지. 은지는 다음에 만날 때 서로를 알아 볼 수 있게 나비문신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민재는 해골이나, 멋진 나비를 하고싶다고 말한다. 이 말에 눈물 많은 은지는 주루룩 눈물을 흘리고 어쩔 수 없이 민재는 은지와 똑 같은 나비를 가슴에 새긴다. 이 날 촬영장에서 김정은은 할머니가 입는 두꺼운 내복패션(?)을 선보였다. 배경이 75년이다 보니 근래에는 보기 드문 드꺼운 내복을 입고 나비를 그린다. 천연덕스럽게 내복을 입고도 연기에 몰입하는 깁정은을 보고, 김민종은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악역 카리스마의 제왕, 이종원!!
촬영장에서 멋있다고 칭송받았던 배우를 꼽으라고 하면, 이종원이 으뜸이었다. 삼청교육대 장면에서 허술한 군복을 입어야 했던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대위 계급을 단 제복 때문에 이종원의 카리스마가 빛났기 때문이다. 이종원의 전작 [밀애]를 관람했던 감독은 이종원의 장점인 카리스마를 부각시키기 위해 조명에 신경쓰겠다고 약속했다. 영화내내 반쪽 얼굴을 어둡게한 조명 때문에 멋있는 군복과 꾹 닫은 입술로 그의 카리스마는 빛이 났다. 마지막 이종원이 죽는 장면은 감독이 뽑은 영화 [나비]의 최고 장면 중 하나다.
화려한 조연들의 향연 이문식, 김용건, 독고영재, 유해진, 엄춘배 등
긴장감 있는 스토리를 전개하는 가운데 감정의 이완을 시키는 역할은 바로 조연의 몫. 특히 영화 [나비]에서는 조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도철과 광팔의 역할을 맡은 이문식과 김승욱은 웃음에서 울음까지 모두 책임진다. 개그콘서트의 생활사투리 버전식의 이들 코믹은 영화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깡패보스로 스크린 나들이를 한 김용건, 우정출연한 [광복절 특사]의 유해진. 그리고 SBS TV 드라마 [올인]에 출연한 두번째 보스 정호빈,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엄춘배. 그리고 삼청교육대 입소식에서 과감하게 노출한 100여명의 엑스트라까지. 조연들의 연기가 어느 영화보다 빛났다.
Production Note
성당 & 삼청교육대 세트장
성당은 혜미와 민재의 사랑을 숭고한 것으로 승화시켜주는 곳이다. 또한 이들의 필연적인 사랑을 잉태하는 어머니의 태반과도 같은 곳이다. 소품 하나하나를 모두 직접 제작한 미술감독은 이곳 성당이 이번 영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장소라고 한다. 삼청교육대는 역사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고증은 필수적이었다. 고증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남아있는 방송자료 모두 삼청교육대 훈련소를 미화해 제작했기 때문에 현실성과 동떨어진 자료라는 한계였다. 때문에 실제로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통해 재현했다고 한다. 인터뷰를 통해 70%정도, 방송자료와 글 자료를 통해 재현한 것을 30%정도 비율로 해서 삼청교육대는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훈련소 재현을 위해 강원도에 있는 폐교 20곳을 비롯해 전국에 있는 폐교를 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미술감독은 단언할 정도. 특히 입소식을 촬영했던 부산의 훈련소와 차별성을 두는 것도 중요했다고 덧붙인다. 삼청교육대 세트장은 강원도 횡성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 촬영만 1달 가까이 이뤄졌다.
[나비], 삼청교육대를 처음으로 재현한 영화!!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군부의 쿠데타로 인해 80년대는 정의가 아닌 권력, 자유가 아닌 억압, 이성보다는 폭력이 합법화 되었던 시절이었다. 상부하달식 군대논리와 폭력으로 유지되었던 군사정권은 그들을 반대하는 세력을 길들이기 위해 삼청교육대를 만든다. 당시 군부는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사회악으로 규정한 범법자, 깡패들의 집합소로 홍보되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삼청교육대는 인권유린의 집약소로 판명되었다. 영화 [나비]는 삼청교육대를 용 문신 있는 흉학범이 가득한 곳이 아니라 힘 없는 사람들의 가장 인간적인 장소로 재조명된다. 어처구니 없이 끌려온 사람들의 모습은 사실적이지만 현재의 관점에서는 웃음이 나지만 슬픔이 베어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재현될 예정이다.
2 Camera System, 제작 합리화 실현!!
영화 [나비]에서 다른 촬영장과의 차별점은 Two-Camera-System. 보통 중요한 장면의 경우, 카메라 2대를 사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영화 전편에 걸쳐 2대를 사용하는 것은 영화[나비]가 처음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앵글이 소화될 뿐 아니라, 4씬을 찍는데 촬영시간이 12시간을 넘지 않았다. 게다가 좀 더 자연스러운 화면연출을 위해 모든 씬을 마스터 샷에서 미디움 샷, 클로즈업,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같은 4가지 샷으로 촬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하루에 4씬 을 소화했으며, 평균적인 영화 컷 수보다 2배나 되는 2천 컷을 찍었지만 3개월에 모든 촬영을 끝내는 경이로는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촬영은 편집하는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매 씬마다 촬영한 쏘스가 풍부했기 때문에 감정의 완급 조절에 따라 다양한 싸이즈의 영상을 사용했다. 때문에 편집의도에 따라 다양한 버전의 편집본을 만들 수 있어, 편집기사는 편집작업내내 즐거웠다는 후문이다.
헐리우드 영상과 강한드라마가 만난 [나비]
AFI에서 촬영을 공부하면서 앵글과 샷에 대한 이해가 높았던 김현성 감독은 [나비]의 강한 드라마를 끌어가기 위해 헐리우드의 정석적인 영상을 고민했다. 김현성 감독은 자연스런 흐름과 감정의 완급조절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충분히 더 파격적이고 멋낼 수 있는 장면에서도 드라마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강한 멜로드라마를 주축으로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웃기면서도 슬픈 휴머니즘 영화 [나비]의 강한드라마와 헐리우드 영상의 조화가 궁금해진다.
제작비를 절약한 C.G!!
거대한 스케일의 사랑을 담은 영화 [나비]에서 가장 하이라이트 씬은 다름 아닌 라스트다. 특히 헬리콥터에서 성당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이 장면은 스케일감을 주는 씬이다. 비좁은 촬영장소로 인해 실제 헬기를 빌려서 촬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제 크기에 가까운 모형을 제작해 크레인에 매달아 촬영했다. C.G 작업으로 제작비는 다른 장면에 비해 많이 들었지만, 헬리콥터를 빌려 촬영한 것에 비하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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