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Wild Card)란?
승률 100%, 단 한 장 뿐인 만능패. 절대 절명의 위급 상황을 위한 비장의 무기. 영화 <와일드 카드>에서는 김반장을 필두로 오영달, 방제수, 장칠순 등 여섯명의 강력3반 형사들을 응집시키는 일곱번째 동료. 희생, 믿음, 용기로 뭉친 동료애를 뜻한다.
Production Note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공의 적]을 앞지르는 2003년 형사영화의 세대교체 [와일드 카드]!!
1993년 본격적인 형사 영화의 서막을 열었던 [투캅스]부터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공의 적]에 이르기까지. 관객의 뇌리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걸출한 형사 영화들에 대한 기억은 그 뒤를 이을 또 다른 형사 영화의 등장을 기다리게 한다. 2003년, 관객의 가슴을 뒤흔드는 힘있는 연출가 김유진 감독을 필두로, N세대의 우상 양동근과 압도적인 카리스마 정진영의 막강 투톱이 뭉친 리얼형사활극 [와일드 카드]는 본격적인 형사 영화의 세대교체를 선언한다. 들끓는 혈기의 소유자 젊은 형사 양동근의 브레이크 없는 전력질주는 [공공의 적]의 설경구를 능가하며 관객의 허를 찌르는 양동근식 웃음을 선사하고, 피해자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지만 범인들은 싸그리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베테랑 형사 정진영의 살벌한(?) 휴머니즘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비장함을 넘어서는 진한 드라마로 관객의 가슴을 적신다. 또한 언제나 칼같이 빈틈없는 정박자 연기를 보여주는 정진영과, 자신만의 자유로운 엇박자 리듬을 타는 쿨한 연기자 양동근의 리드미컬한 하모니가 만들어낸 독특한 세트 플레이는 [투캅스]의 안성기 & 박중훈 콤비보다 한층 강력한 즐거움과 색다른 신선함으로 단번에 새로운 형사 영화의 선두 자리를 거머쥘 것이다.
뭐? 양동근이 형사를 한다고라? 네티즌 선정 2003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 배우 1위! 양동근의 '양동근식 형사 변신', Check It Out!!
청춘시트콤 [뉴 논스톱]의 구리구리 양동근,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 불명]의 흑인 혼혈아 창국, 레게머리와 현란한 랩을 선보인 앨범 YDG a.k.a. Madman 힙합맨,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매치기 고복수. 아역 데뷔 이후 15년 이상이 흘렀지만 그의 이미지를 하나로 압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가 [와일드 카드]에서 강력반 형사를 연기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놀란 이유 역시 양동근+형사라는 공식의 답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속 방제수 형사는 머리 회전도 빠르고 멋지게 범인을 제압하고 싶은 욕심도 큰 신참. 선배 오영달의 파트너가 된 후 무고한 피해자의 시체를 마주하고는 눈이 돌아갈 정도의 분노를 경험하면서 진짜배기 강력반 형사로 거듭나는 캐릭터다. "시나리오를 읽고 받은 느낌 그대로 연기한다. 특별한 설정을 만들거나 머리를 써서 연기하지 않는다"는 배우 양동근이 말하는 방제수는 범인에 집요하고 사랑 앞에 무릎 꿇는 멋진 남자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제 형사들로부터 강도 높은 술자리 특훈을 받고, 달리기 선수로 직종 변경을 해도 될 정도의 추격씬을 찍고, 다리가 풀리고 전신이 후들거릴 정도였던 액션연기 보다 더 몸을 던져(?) 찍었다는 한채영과의 멜로까지 마음껏 펼쳐 보인 영화 [와일드 카드]. 어떤 압력에도 무게 중심을 잃지 않는 독특한 양동근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는 형사 방제수에 대한 기대감은 2003년 [와일드 카드]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형사, 우리시대의 아날로그 히어로를 보여주마!!!
대한민국 강력계 형사들의 저돌적인 순수함에 이끌려 영화제작을 결심한 김유진 감독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두 주먹 불끈 쥐고 범인들에게 있는 힘껏 아날로그 펀치를 날리고 있을 형사들의 리얼리티를 살려내기 위해 정공법을 택한다. 헐리우드의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낸 첨단 무기나 초능력, CGI를 이용한 현란한 볼거리로 치장한 무적의 수퍼 히어로가 아니라, 두 발로 뛰고 맨손으로 싸우는 형사들의 거친 리얼리티를 100% 그대로 담아내기로 한 것. 덕분에 [와일드 카드] 스탭들은 범죄자들의 생활 반경을 그대로 뒤쫓을 수밖에 없는 형사들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2002년 11월 3일 크랭크인 한 이후 전체 장면의 70% 이상을 야외에서 한파에 맞서고 밤새 졸음과 싸우며 촬영하는 강행군을 견뎌내야 했다. 범인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였던 양동근, 정진영 또한 어떤 눈속임이나 특수효과 없이 온몸을 던진 리얼 액션으로 진검승부를 벌였으며, 도주하던 범인의 차를 몸으로 막아세우는 장면에서는 강력반 형사 전원이 실제로 자동차 한 대가 산산이 부서질 때까지 쉬지 않고 몽둥이를 휘두르는 열연을 펼쳤다. 그 결과 [와일드 카드]는 세계와 인류의 운명을 구하기 위한 심오한 대사나 거창한 액션대신, 컴퓨터로는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36.5도의 체온만큼이나 가슴 뜨거운 아날로그 히어로 형사들이 보여주는 살아있는 유쾌함과 통쾌함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2년간의 리얼한 현장취재! 현직 형사들이 숨결을 불어넣은 최고의 시나리오!!
[와일드 카드]의 제작진들이 일제히 Special Thanks To를 외치는 상대는 바로 영화 속 정진영과 양동근의 모델이었던 두 명의 강력계 형사들. 형사기동대 소속 조폭전문 선배 형사와 범인과의 기싸움에서 한 번도 밀려 본 적이 없다는 강렬한 눈빛의 후배 형사는 김유진 감독을 비롯한 [와일드 카드] 제작진의 애타는 삼고초려(?) 끝에 서서히 그들의 진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서로를 가슴에 묻고 뛴다는 뜨거운 동료애부터 사선을 넘나들던 긴박한 순간의 피말리는 경험까지 여과 없이 털어놓아준 그들은 두말할 필요 없는 [와일드 카드]의 일등공신. 영화 속 소재인 퍽치기 역시 수법이 간단해 범행이 쉽지만 피해자 대부분이 사망하고 증거가 남질 않아 가장 해결이 어렵다는 현직 형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 이렇듯 2년여에 걸친 수많은 인터뷰와 철저한 현장취재에 두 형사의 육성이 가세하면서 시작된 [와일드 카드]는 김유진 감독 특유의 굵고 박력 있는 드라마와 완벽한 글쓰기로 유명한 이만희 작가의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가 어우러져 최고의 리얼리티와 완성도를 살린 한 편의 시나리오로 태어났다. 투자, 배급을 맡은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은 [공공의 적]과는 전혀 다른 영화라고 극찬하며 시나리오를 읽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전액 투자결정을 내렸으며, [네멋대로 해라] 직후 수많은 시나리오가 쇄도하던 양동근 역시 [와일드 카드] 시나리오를 읽은 직후 곧바로 제작진에게 출연의사를 전해왔다.
김유진-장윤현-강우석, 충무로 최강의 트리오! 의리로 뭉친 한국 최고의 스탭들이 [약속]의 영광을 재현한다!!
1998년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약속]으로 전국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감독 대열에 올라선 중견 김유진 감독 연출. [접속]의 감독이자 [텔미썸딩]에서 감독과 제작을 겸하며 충무로를 책임질 차세대 제작자로 떠오른 장윤현 감독 제작. 수많은 히트작을 제작하며 한국 영화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호칭을 얻은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 투자, 배급.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김유진 감독의 절친한 파트너인 이만희 작가는 [약속]에 이어 시나리오를 맡았으며, 충무로 최고의 끈끈함을 자랑하는 김유진 감독의 패밀리들은 꼬박 4년간 김유진 감독과 동고동거(同苦同居)하며 작품을 위해 헌신했다. 서서히 영화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빛의 마술사 임재영 조명 감독, 탁월한 영상감각으로 극적인 드라마를 표현해내는 변희성 촬영 감독,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성우 음악감독, 등 한국 영화계 최고의 스탭과 배우들이 [와일드 카드]를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출연을 먼저 결정한 후 모든 스케쥴을 비워놓고 시나리오를 기다렸던 의리파 배우 정진영 뿐 아니라, [약속]에 참여했던 최고의 스탭들이 또 다른 흥행폭풍을 일으키기 위해 다시 뭉친 [와일드 카드]는 분명 2003년을 극장가를 화려하게 장식할 최강의 프로젝트다.
국내 최강의 배우들이 펼치는 불꽃튀는 살인연기
멋진 외모로 인기를 끌다 잊혀져 가는 많은 이름들 사이에서, [와일드 카드]의 두 주연 정진영, 양동근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중량감과 신뢰감, 그리고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진지한 정극, 과감한 액션, 때로는 포복절도 코미디까지,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정진영과 의심할 바 없는 동세대 최강의 연기력 양동근. 마치 시소를 타는것 같았다는 양동근의 표현처럼,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각각의 상황과 타이밍에 맞춰 절제와 폭발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두 배우는 거의 모든 연기를 NG없이 순식간에 끝내 오히려 오랜 시간 촬영 준비를 했던 스탭들을 허무하게(?) 했다. 이들과 각별한 애정을 나누는 강력반장 역의 기주봉 역시 여러 편의 연극과 드라마, 영화에서 관객들의 뇌리에 남는 강한 연기를 펼쳐온 베테랑 배우. [와일드 카드]에서도 덩치가 산만한 후배 형사들을 휘어잡는 강한 리더쉽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네멋대로 해라]에서 고복수를 뒤쫓는 끈질긴 형사 역에 이어 [와일드 카드]에서도 양동근과 상극인 장형사를 연기한 김명국의 칼에 맞는 연기 또한 [와일드 카드]의 백미. 표정 뿐 아니라 얼굴 색깔 마저 사색(死色)으로 변해버린 그의 열연에 배우들과 스탭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조폭 두목을 맡은 연극계의 중견배우 이도경이 깜찍한 사투리를 남발할 때면 웃음보가 터질 것 같다가도, [욕망]의 레오로 급부상한 신인 이동규가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연기를 할때면 한기에 몸이 떨렸다는 [와일드 카드] 스탭들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와일드 카드]는 국내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의 불꽃튀는 열연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촬영 에피소드
양동근과 여자 스탭들간의 불화설, 그 속사정을 낱낱이 밝힌다!
[와일드 카드] 촬영이 막 시작되었을 무렵, 스탭들 사이에서 양동근의 인기는 무척 높았다.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가 막 종영되었을 무렵인데다, 평소 독특한 개성을 가진 그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많은 여자 스탭들이 촬영기간 중 어떻게든 모종의 사고(?)를 쳐보려고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이러한 분홍빛 기대도 잠깐, 촬영중 양동근과 대화를 나누던 여자 스탭들의 얼굴이 붉으락 풁으락 해지다 못해 언성을 높이기까지 하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기 시작했는데. 스탭 A양 : "동근씨 오늘 진짜 멋있다." 양동근 : "..." 스탭 A양 : "진짜라니까! 너무 멋있어요!!!" 양동근 : "제거 뭐가 멋있어요?" 스탭 A양 : "아니 정말 멋있다는데 왜 내 말을 안믿어욧!!" 양동근 : "거짓말하지 말아요..." 스탭 A양 : "뭐예욧??!!"
일반적으로 칭찬은 그 사람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양동근은 달랐다. 여자 스탭들이 멋있다고 칭찬을 할때면 거짓말이라며 상대방을 의아한 듯 쳐다보았고, 자연히 화목하기만 했던 양동근과 여자 스탭들간의 관계는 위태로워지는 듯 했다. 그러나 오해는 잠깐, "저는 누가 저에게 멋있다고 하면 저를 놀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길거리에서 여학생들이 저에게 오빠 멋있어요라고 소리지르면 막 화가 나기도 해요..."라고 수줍게 고백하는 양동근의 애처로운 눈빛을 본 여자 스탭들은 그의 연예인답지 않은 순수함과 겸손함에 더욱 매료되었고, 그 사건 이후 양동근의 인기는 나날이 드높아져만 갔다.
두근 두근 콩당 콩당 발그레~ 양동근+한채영 키스씬 찍던 날
키스씬 촬영 소식은 추운 겨울날 계속되는 밤샘촬영에 심신이 지친 제작진 모두에게 가슴 훈훈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형사와 외모로는 구별이 안가는 깡패와 떡대들이 출연진의 대부분인 영화 특성상 유일한 여배우인 한채영에 대한 남자 스탭들의 관심과 배려는 남달랐는데, 그녀의 촬영이 있는 날이면 모두 평소와 달리 한결 깔끔한 옷차림에 청결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기현상(?)이 벌어졌을 정도. 드디어 키스씬 촬영일. 평소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던 두 배우는 이날 따라 묵묵히 서로를 외면하다 감독님의 지시대로 몸동작(?) 취하기에 들어갔다. 예상외로 담담한 한채영에 비해 기습키스를 연기해야 했던 양동근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독하게 하라는 감독님의 요구를 제대로 시행하기까지 한채영에게 십 여 차례 기습키스를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양동근의 기습키스가 약했다고 판단한 김유진 감독은 훗날 있었던 두 번째 키스씬에서 한채영에게 네가 격렬하게 퍼부으라고 주문했고, 임무를 가볍게 완수한 한채영은 "감독님! 저 진짜로 했어요!"를 당당하게 외치며 참았던 웃음보를 터뜨린 반면, 양동근은 망부석을 연상시키는 멍한 표정으로 한참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 묵묵히 지켜봐야 했던 남자 스탭들은 훗날 그날처럼 양동근이 미웠던 적은 없었다, 양동근이 땅을 치도록 부러웠다, 양동근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내가 대신 시범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각자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배님이라 불리우는 남자 정진영
사실 [와일드 카드] 촬영장에서 스탭들의 애정을 가장 듬뿍 받은 사람은 정진영이었다. 그 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좋은 예는 바로 호칭. 그보다 훨씬 나이 어린 스탭들이 많은 [와일드 카드] 촬영 현장에서 그는 선배님이라 불리운다. 예의 바르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정진영씨도 아니고 마냥 친근하기만한 오빠나 형도 아닌 선배님. 스탭들이 그를 선배라고 부르며 따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과거 배우 생활을 시작하기 전 연출부 스탭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그의 끝없는 스탭사랑에 대한 자연스러운 보답인 것이다. 백여명의 스탭이 수시로 들고나는 현장이건만 그는 각 팀의 퍼스트부터 막내까지 모두의 이름을 기억한다. 자신의 촬영이 없는 시간은 물론이고 모든 스탭들이 일을 마칠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항상 스탭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촬영 장소를 이동할 때도 자신에 차에 스탭들을 가득 태우며, 제작부가 현장 섭외에 어려움이라도 겪는 날이면 먼저 나서 문제를 해결한다. 크리스마스와 신정, 구정을 모두 촬영장에서 보내야했던 제작진들을 위해 푸짐한 삼겹살 파티를 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항상 서로를 보살피고 배려해주게 만드는 정진영 효과는 과묵(?)하기로 유명한 배우 양동근에게 까지 전염되어 배우와 스탭 사이에 흔히 생길 수 있는 거리감을 없애고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탁월한 연기력, 마르지 않는 영화에 대한 열정, 언제나 변함 없는 타인을 위한 배려와 스탭들에 대한 애정. 많은 인생 후배들과 함께 했던 [와일드 카드] 촬영장에서 정진영의 인기는 10대 인기가수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조폭이 아닙니다, 경찰이라니깐요!!
철창 안과 철창 밖. 쇠창살로 나뉜 두 공간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지만 눈으로는 그 차이를 가늠할 수 없다. 형사와 깡패. 대한민국 정부에서 발행한 허가증 한 장으로 갈리는 이들의 운명 역시 하늘과 땅 차이지만, 일반인이 그 차이를 육안으로는 식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같은 경찰이라도 강력계 형사들은 눈빛부터 다르다는 한 경찰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수시로 맞붙어 상대방을 기로 제압해야 하는 이들이 닮아가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양수리 [와일드 카드] 강력반 세트장에서도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철창 안에 갇혀있는 범인들을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는 형사들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철창을 사이에 두고 카메라와 형사들이 마주보는 상황이 연출된 것. [와일드 카드]의 형사 정진영, 양동근, 기주봉, 김명국... 한결같이 형사스러운 외모를 가진 이들이 감독의 액션 싸인에 맞춰 일제히 매서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쏘아보기 시작하자 이를 지켜보던 감독 이하 모든 스탭들은 다 같이 폭소를 터뜨렸다.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던 배우들은 모니터를 본 후에야 웃음의 이유를 알아냈는데... 설정은 철창 밖에 있는 형사들이었지만 카메라에 찍힌 결과는 철창 안에 서있는 모습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던데다, 험악한 인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있던 그들은 영락없이 감옥에 갇힌 조폭 일당이었던 것. 배우들은 형사와 조폭은 원래 구분이 안가는게 현실이라며 웃음을 멈춰보려 하였지만, 멋진 형사 이미지를 구긴 이들의 민망해 하는 모습을 본 스탭들은 오래도록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의상팀과 분장팀의 양동근 형사만들기 비법 대공개!!
주연배우들의 외적인 변신을 책임지는 의상팀과 분장팀. 여러번의 스탭 미팅을 통해 아직은 대학생 이미지가 강한 양동근을 본격적인 사나이, 형사로 변신시키기 위해 고심하던 그들이 드디어 양동근과 첫 대면하던 날. 모자를 쓰고 나타난 양동근이 모자를 벗자 분장팀은 생각보다 짧은 양동근의 머리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양동근이 드라마에서 삭발했다는 사실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 양동근의 머리는 예상보다 훨씬 짧았기 때문. 고민하던 분장팀은 수염으로 남자다운 이미지를 살리기로 결정했고, 양동근에게는 머리는 물론 수염도 깎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의상팀 역시 첫 만남에서 당황하기는 분장팀 못지 않았는데, 평소 힙합 복장을 즐기는 양동근은 워낙 큰 사이즈의 옷을 입어왔기 때문에 허리 둘레를 비롯한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줄자로 양동근의 치수를 재기 시작한 의상팀은 옷 뿐 아니라 자신의 신발 사이즈도 모르는 양동근의 발크기를 알아내기 위해 신발을 벗기고 도화지 위에 발 모양대로 그림까지 그려야 했다. 이날 이후 여러 번의 미팅을 거쳐 딱 맞는 청바지와 남자다운 느낌의 가죽자켓, 거무스름한 수염과 짧은 머리에 어두운 피부톤으로 마무리한 형사 양동근 스타일이 완성되었고, 변신을 마친 양동근 역시 평소와 다른 딱 맞는 옷에 적응하느라 처음에 조금 애를 먹었을 뿐 자신의 새로운 스타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촬영 시작 무렵 짧았던 머리와 길이가 짧아 분장이 필요했던 수염은 촬영이 진행되면서 무럭무럭(?) 자라나 양동근의 형사변신을 도왔으며, 그 결과 촬영이 끝날 무렵 양동근은 특별한 분장이나 의상 없이도 터프함 물씬 풍기는 형사 그 자체로 변해 있었다.
감독의 변
"나의 테마는 사람, 뜨거운 심장을 가진 형사들이다." - 감독 김유진
앞에 가는 놈은 도-둑, 뒤에 가는 사람 경-찰!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어린 시절의 도둑 잡기 놀이는 뒤에 가는 경찰이 앞서가는 도둑을 잡을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앞서 가는 놈을 잡기 위한 단 한가지 방법은 오로지 무식하게 뒤쫓아가는 것 뿐이었다. 발로 뛰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게임, 그리고 언제나 뒤에서 쫓아 가야만 하는 경찰. [와일드 카드]는 어릴 적 그 놀이를 현실로 살아가는 사람들, 바로 강력반 형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경악을 금할 길 없는 잔혹한 범죄 소식들이 매일 TV 뉴스와 신문 지상에 오르내린다. 손들고 꼼짝마, 안 그러면 쏜다며 인간적인 경고를 해주던 복면 강도의 모습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 우선 사람을 죽여 놓고 지갑을 열어보는 세상. 경찰에 대한 관심이라고는 누가 비리를 저질렀고 무엇을 잘못했나가 전부지만, 깡패 영화가 인기를 얻자 중, 고등 학생들의 장래 희망이 조직폭력배가 되어버리는 현실.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돈도 많이 못 벌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 경찰, 그 중에서도 궂은 일을 도맡는 강력반원으로 자진해서 살아가는 소외받은 사람들. 그들의 당당한 모습에 매혹당한 김유진 감독은 이만희 작가, 스텝들과 합숙하며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많은 신인 감독들이 첫 작품 이후 침묵을 지키고, 90년대와 80년대를 대표하던 감독들의 이름 역시 낯설게만 들리는 요즘, [와일드 카드]에 이르기까지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충무로를 굳건히 지켜온 명실상부한 중견 김유진 감독. 전국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를 흥행감독 반열에 올려놓은 [약속]뿐 아니라, 치한의 혀를 깨물어 법정에 선 여성의 이야기를 여성의 시각에서 그려 사회적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이의 눈높이로 바라본 세상을 그려 그에게 청룡상 감독상을 안겨줬던 가족영화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 천재 예술가였던 시인 이상과 화가 구본웅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다뤘던 [금홍아, 금홍아]까지 김유진 감독은 매 작품 시간과 공간, 성별과 세대를 넘나들며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2002년. 언제나 사람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는 그가 특유의 힘있고 선굵은 스토리로 풀어내는 강력계 형사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보던 액션 영화의 멋들어진 주인공과는 다르다. 몸뚱아리 하나뿐인 인간이기에 맞으면 아프고, 칼을 보면 무섭고, 찔리면 피흘리는 사람 같은 형사들의 열정과 순수함, 그들 가슴속에 담긴 절절함을 김유진 감독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김유진 감독 인터뷰
1. 영화 감독이 된 계기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꼭 감독이 되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대학 때는 무대에 직접 서서 연기를 하기도 했다. 다행히 졸업 후 여러 가지 여건이 따라주어서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2. [와일드 카드]는 어떤 영화? 강력반 형사들의 이야기다. 경찰 중에서도 가장 험한 일을 하는 그들은 사실 기득권 층이 아니라 또 다른 소외계층이다. [와일드 카드]는 사람들이 모르는 형사들의 모습을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3. 형사 이야기를 소재로 택한 계기 형사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많은 형사들을 만나고 취재도 했다. 어떻게들 사는지, 직업에 대한 만족도, 연애는 어떻게 하는지, 월급은 어떤지, 등을 물어봤는데 험한일 하는 사람들인데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열정과 의무감을 가진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참 괜찮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화를 결심했다.
4. [와일드 카드]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 형사들을 직접 만나보면 그들의 사명감과 투철한 직업 의식을 느낄 수 있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과 달리 형사들은 사건 피해자들을 향한 연민과 진실성을 위해 일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아마 어린 학생들 장래 희망들이 형사로 바뀌지 않을까 한다(웃음).
5. 같이 일하는 스탭들 소개 이만희 작가와는 서로 신뢰하면서 아주 즐겁게 일하는 사이다. 임재영 조명감독이나 변희성 촬영 감독도 인간적으로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최고의 실력을 가진 스탭들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6. 오영달 형사 캐릭터와 정진영씨에 대해 한마디 오영달은 잔머리를 쓴다든지 사소한 데 연연하지 않는 가슴이 넓은 사나이다. 범인 잡는데는 선수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인간미가 있는 역할이고, 정진영은 어떤 역할을 맡기든지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맡은 역할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배우기 때문에 적역이다. 정진영처럼 탄탄한 기본기로 차분히 기초를 다져온 배우는 보기 드물다.
7. 방제수 형사 캐릭터와 양동근씨에 대해 한마디 방제수가 크면 오영달이 될꺼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방제수는 자유롭고 형사가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젊은이다. 영화 중간에 방제수가 범인을 설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양동근은 그런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는 본능을 가진 연기파 배우다. 양동근이 연기하는 방제수 형사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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