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랑엔 비밀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당신, 사랑의 계절은 언제인가요?
사랑이란 혹은 행복한 결혼이란... 그 상대가 내 곁에서, 나만 바라볼 땐 영원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한 두 번쯤은 누구나 마음에 바람이 분다. 그러고 보면 가정이란 참 아슬아슬한 보금자리다. 남남인 남녀가 사랑이라는 감정의 그물로 얽혀 만든... 언제고 한쪽이 그물을 자르면 금새 풀어지고 마는... 누가 봐도 남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다 어느날 갑자기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파 프롬 헤븐]은 그런 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영원할 거라 믿었던 사랑 그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 여기, 평생 아름다운 삶의 주인공으로 살 것 같던 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색깔과 깊은 향취가 묻어나는 삶과 사랑의 사계절 속으로 들어가보자.
Behind of Love
사랑이란, 항상... 또 다른 사랑을 꿈꾼다...
물감으로 물들인 듯 선명한 가을단풍 아래로, 파스텔톤의 스테이션 왜건이 평화롭기만 한 코네티컷 마을의 어느 집 앞에 선다. 평온한 일상이다. 단정한 곱슬머리에 쉬폰실크 스카프를 한 주인공 캐시의 집엔 바로크 장식과 정돈된 장식장, 깨끗이 닦여진 테이블들로 모든 게 흐트러짐없이 제자리에 있는 것 같다. 그녀가 소중하게 가꾸어온 사랑도 그렇게 제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남편의 비밀은 영원일 거라 믿었던 캐시의 사랑과 행복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 시작한다. 사랑이 늘 같은 자리에 머물기를 누구나 바라지만 세상 모든 게 영원하지 않듯이 사랑 또한 세월을 따라 어떤 형태로든 조금씩 변해간다. 살아가면서 유혹이란 언제나 그렇게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껏 가꾸어온 사랑과 행복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그것이 지독한 사랑 때문이건, 지금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리움과 애착 때문이건 간에. 영화 [파 프롬 헤븐]에서 주인공 캐시는 남편의 비밀을 알고도 엄마와 아내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 내면의 진실을 마주했을 때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행복만이 전부인줄 알았던 그녀는 정원사 레이몬드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때조차 나도 그랬길... 이라는 말만 남긴 채 돌아선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 그녀는 볼티모어로 떠나는 그를 만나기 위해 기차역으로 달려간다. 캐시를 플랫폼에 남겨둔 채 기차는 떠나지만, 영화 마지막 크래딧과 함께 흐르는 엘머 번스타인의 음악은 겨울에서 봄으로 캐시가 새로운 삶과 사랑을 시작할 것 같은 희망을 안겨준다.
줄리안 무어,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다!
고요한 호수처럼 한없이 평온해보이지만 눈망울에 언제나 슬픔이 고여있는 그녀. 완벽한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는 이상적인 여성으로써 그녀보다 적절한 배우가 있었을까? 영화 [세이프]에서 토드 헤인즈와 처음으로 함께 일했던 줄리안 무어는 캐시 역에 1순위로 캐스팅 되었다. "2000년 봄 토드가 내게 대본을 보내주었다. 그는 내가 작업해왔던 영화이고, 당신이 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거의 마지막 초고였다.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이 시나리오에 명백하게 표현돼 있었다. 함께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난 그가 [파 프롬 헤븐]에서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파했다." 줄리안 무어 외에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 [파 프롬 헤븐]에서 그녀의 연기는 완벽하다. 바람피우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에 충실한 여자에서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레이몬드와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용감한 여자로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 캐시의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를 잘 표현해준 까닭이다. 여기에, 친구인 엘레노어와 함께 연례 칵테일 파티를 계획하고 이웃들로부터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으로 사랑을 받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또 사람들 속에서도 항상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연기는, 그녀가 최고의 연기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겉으론 행복하고 온화한 웃음을 띄고 있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깊은 내면에 요동치는 열정과 분노와 슬픔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눈빛 연기. 영화 속에서 그런 그녀의 내면을 읽어내는 건 가장 친한 친구도 이웃도 가족도 아닌, 바로 레이몬드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와 함께 있는 시간동안 줄리안 무어는 가장 편안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영화 속 캐시의 마음이 그러했듯이.
Production Note
엘머 번스타인의 슬픈 음악, 샌디 파웰의 유쾌한 의상 에드워드 레이크만의 유려한 영상!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소품과 의상, 색감, 음악은 영화의 전체적인 내러티브와 캐릭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색상은 각기 다른 캐릭터를 상징하고, 영화의 분위기는 빛과 색상을 따라 변화한다. 이를 위해 토드 헤인즈는 [아이스 스톰]의 미술감독 마크 프리드 버그, [에린 브로코비치]의 촬영감독 에드워드 레이크만, [갱스 오브 뉴욕], [셰익스피어 인 러브], [벨벳 골드마인]의 의상 디자이너 샌디 파웰 등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함께 1950년대 시대의 영화들을 연구했고, 결국 당시의 세트, 의상, 색상, 프레임 배치와 조명을 완벽하게 재창조해냈다. "50년대 멜로드라마의 모습과 양식이 현실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영화 속에 드러나는 감정적인 진실들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다. 실연 혹은 사랑이라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삶을 세트 안에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토드 헤인즈의 말대로 스탭들은 시대와 상황을 디테일하게 살려내었는데, 거의 모든 장 면에서 흐르는 엘머 번스타인의 음악은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 드라마에 풍부한 선 율을 불어넣어주었다. 토드 헤인즈, 더글라스 서크의 멜로드라마를 새롭게 변주하다!
"그의 영화 이전에는 한 번도 영화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파스빈더 감독을 감동시킨 더글라스 서크의 1955년작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 제인 와이먼이 그녀의 젊은 정원사와 불륜에 빠지는 미망인을, 록 허드슨이 소로우를 읽는 멋진 남자를 연기했던 이 영화는, 그후 1974년 파스빈더에 의해 리메이크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영화 [파 프롬 헤븐]은 파스빈더에 이어 토드 헤인즈가 더글라스 서크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작품. 인물관계나 당시 시대상황을 그대로 가져오긴 했지만, 토드 헤인즈는 영화 [파 프롬 헤븐]에서 사랑의 표면 아래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틈에 주목함으로써 보다 새롭고 깊이 있는 멜로드라마를 완성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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