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시보다 순수하고, 한편의 소설보다 애절한... 곽재용 감독의 또다른 사랑이야기!
인간은 살면서 많은 우연과 마주친다. 우리는 우연 속에서 사람들, 또는 사건들과 만난다. 그 많은 우연 속에서 어떤 질서를 느낄 때 우리는 그것을 필연이라고 느낀다. [클래식]은 그 우연 속에서 찾아진 보석 같은 필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클래식]은 그 우연이 오랜 시간을 두고 필연으로 진화하는 것이란 생각을 담고 있다. [클래식]은 사랑에 관한 아주 작고 담백한 이야기지만, 사랑에 스며있는 우연과 필연의 법칙이 좀 더 나아가 인류의 역사에도 적용됨을 넌즈시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클래식]에는 7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우리들 부모 세대의 사랑과 밀레니엄의 사랑이 교차한다. 사랑의 감정은 시대를 초월해서 동일함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클래식]은 사랑의 감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영화이다. 현재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감정을 배가시키고, 사랑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때의 감정을 일깨워주고, 사랑을 모르는 사람의 가슴에는 설레임을 꽃피게 할 영화이다. 사랑의 감정은 언어가 아니라 감정 자체로 전달되고 서로의 가슴을 열게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할 영화이다.
2001년, 400만 관객의 응원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곽재용 감독의 추억으로 가는 시간 여행!!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전국 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감독으로 자리잡은 곽재용 감독이 4년간의 시나리오 작업 끝에 완성한 [클래식]으로 돌아왔다. 시나리오에 어느 누구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곽재용 감독의 손끝에서 무려 4년이라는 작업을 거쳐 탄생한 영화 [클래식]은 70년대의 낭만과 재기발랄한 현대의 감성이 공존하는 영화이다. 전작 [엽기적인 그녀]에서 유쾌한 웃음을 뭉클한 감동으로 마무리한 곽재용 감독은 이번 [클래식]에서는 요란하지 않으면서, 문득 순수하고 투명한 사랑으로 정제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서로 마주할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들, 그러나 끝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의 애틋함. 이렇게 영화 [클래식]에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기쁨과 환희,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모두 녹아있다. 마치 우연처럼 다가온 첫사랑이지만, 우연이란 것은 결국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명이 주는 선물인 것처럼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첫사랑의 흔적이 담긴, 엄마 주희의 일기장 속 사랑은 딸 지혜에게 마법처럼 찾아오며, 그 만남에 숨겨진 놀랄만한 인연의 전설이 펼쳐진다. 우연과 필연이 과거와 사랑에 인연의 다리를 놓아주는 사랑의 전설처럼...
소설 [소나기]의 어린 연인들이 이만큼 성장했다면... 곽재용 감독이 스크린에 투사하는 낭만적 상상
한국적 멜로의 감성이 가장 잘 녹아있는 작품이라면,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곽재용 감독이 꿈꾸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가장 잘 녹아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엽기적인 그녀]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소나기 패러디 역시 곽재용 감독의 소나기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사춘기 시절 국어 교과서를 통해 처음으로 접했던 소나기의 감동을 스크린으로 옮겨오고 싶었던 곽재용 감독에게 영화 [클래식]의 제작은 축복이었다. 소설 소나기와 영화 [클래식]은 빗 속에서 이루어지는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을 공유한다. 끝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애틋한 이별의 아픔까지. 또한, 영화 [클래식]에는 소설 소나기에서 느낄 수 있는 세대를 초월한 아스라한 감동이 있다. 쉽게 찾아 오지 않는 진실된 사랑. 평생에 단 한번 찾아오는 운명적인 사랑이지만, 어쩔 수 없이 놓은 손이 아쉬워 평생 동안 그리움을 가슴에 묻어두어야만 했던 소중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함께 한 추억이 있어 행복했을 그들. 영화 [클래식]은 바로 그 곳에서, 아주 오랫동안 준비한 사랑이란 이름의 필연적인 이끌림으로 다가온다.
영혼을 정제하는 맑고 순수한 사랑의 감동이 2003년 새로운 유행을 리드한다!
2002년, 블록버스터들의 잇단 흥행 참패와 공포 영화의 예상외의 선전을 빼면, 여전히 극장가는 조폭 코미디, 남성 중심 코미디, 원색적인 섹스 코미디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2003년은 유행에 얽매이지 않고, 유행을 리드하는 뭉클한 감동의 멜로 영화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순수한 사랑의 감동을 담은 영화 [클래식]. 다시 오지 않을 첫사랑의 기억, 누군가의 집 앞에서 서너 시간씩 기다렸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시절의 애틋함을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가볍게 소비되는 인스턴트식 사랑이 아닌, 평생 그리움을 가슴에 묻어둘 수 있는 사랑의 지속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스치는 바람에도 기쁨과 슬픔을 가슴 가득 느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의 여유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사랑은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 순수한 사랑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러므로 세상은 살만하다는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배우들이 만드는 애틋한 첫사랑의 기억
[클래식]의 가장 큰 관건은 캐스팅이었다. 특히, 30여년의 시간차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갈래머리에 검정 교복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야 할 주희와 지혜를 모두 연기해낼 배우를 찾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다. 난항 끝에 곽재용 감독은 주희와 지혜에 가장 유사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손예진을 선택했는데, 그녀는 [클래식]의 주희와 지혜 역에 맞춤옷처럼 꼭 맞는 배우였다. 더 이상 그녀는 [취화선]의 소운과 [연애소설]의 예쁜 아이 수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TV 드라마 [뉴 논스톱], [피아노]를 통해 신세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오른 조인성. 복학한 대학생으로 연극 무대에서 후배들을 호통치는 모습과 지혜를 향한 마음을 표현 못하고 주저하는 상민의 모습에서 그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여기에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데뷔, [와니와 준하], [후아유] 등에서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인정받은 조승우가 있다. 친구의 약혼녀를 향한 일생에 단 한번뿐인 사랑, 그녀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가눌 수 없어 아파하는 준하의 모습을 조승우는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영화 속 상민과 준하가 실재한다면 바로 그들 아니었을까.
과거와 현재, 이어질 듯 다른 공간을 표현하다
영화 [클래식]은 1960, 70년대에서 현재까지 30여 년의 시간차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 8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해적, 디스코왕 되다], [몽정기] 등의 영화가 일부러 키치적인 컨셉을 고수했다면, [클래식]은 과거와 현재를 모두 차분하고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전략을 택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게 하면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영상으로 전달하려 한 것이다. 또 과거 주희와 준하의 사랑과 현재 지혜와 상민의 사랑이 필연에 의해 연결되기 때문에 현재와 과거의 소통은 [클래식]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진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우아한 분위기의 창틀은 60년대 주희와 딸 지혜의 그것이 거의 동일한데, 창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사랑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시냇가에 놓여있는 작은 통나무 다리는 주희와 준하가 처음 만나 사랑을 느끼는 장소인 동시에 지혜와 상민이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이며, 사랑의 필연성을 보여주고 있는 목걸이 역시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주요한 소품 중 하나다. 소품이 현재와 과거를 이었다면, 타바코 필터를 이용한 촬영은 과거와 현재의 톤을 구분시켰다. 제작진은 과거를 표현하는데 있어 클래식한 느낌이 들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색감을 찾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했는데, 세피아, 코랄 등 다양한 색감의 필터를 테스트하고 콘티까지 고려하여 마침내 찾은 것은 타바코 필터. 필터를 통해 착색된 엘로와 마젠타 색은 [클래식]에 가장 어울리는 고풍스럽고 우아한 색감으로 화면 전체를 물들이면서 관객과의 추억 여행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교복, 인형 등 시대를 대변하는 작은 소품도 직접 제작하다
[클래식]의 제작팀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60년대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교복에서부터 집안에 걸려있는 달력까지 작은 소품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곽재용 감독의 완벽주의 때문이다. 의상팀은 우선 주희와 준하의 교복을 제작하기 위해 60년대 말 졸업 앨범을 구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고교 얄개] 시리즈를 비롯한 당시의 영화 자료를 참고하여 700벌에 달하는 교복을 만들었다.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는 산업발전으로 인해 변화가 많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자료 조사가 힘들었다. 제작팀은 어려움을 딛고 사진이나 인터넷을 토대로 여러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 1, 2년 사이에 변화한 것을 모두 체크하였다. 우체국 현판이나 길거리의 간판이 그 당시 변화한 것들 중 하나. 영화 속에서 나온 수원 우체국의 현판과 우체통, 수원 길거리를 채우는 간판 모두 소품팀에서 직접 제작한 것이다. 주희의 방에 있던 못난이 삼형제 인형, 유리로 된 서울우유 병, 나무로 직접 깎아 만든 편지칼 등 구석구석까지 소품팀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노고가 빚어낸 [클래식]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은 소품들을 통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곽재용 감독의 차기작은 [파브르 곤충기]?!
곽재용 감독의 전작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와 그녀가 1년 동안 묻어둔 타임캡슐에서 불쑥 튀어나온 두꺼비. 그 두꺼비를 잡기 위해 3박 4일동안 전국을 뛰어 다녔다는 무용담을 가진 [클래식] 소품팀은 [엽기적인 그녀]에 이은 감독과의 작업에 심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평소 자신의 차기작은 [파브르 곤충기]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곤충에 대한 조예가 깊은 곽재용 감독이 [클래식] 촬영에 앞서 소품팀에 내린 미션은 멸종 위기의 곤충인 쇠똥구리와 물방개를 찾아내라는 것! 각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두 종의 곤충은 보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잡으면 처벌을 받게 되어있다. 그러나 천우신조로 이 곤충들을 출연시킬 수 있었으니. 제작진은 우선 물방개를 구하러 자연사 박물관까지 찾아갔지만 헛걸음을 쳤는데, 산책 도중에 물방개 한 마리를 발견했던 것. 물방개는 준하와 냇가씬에 함께 등장해 열연한 후, 자연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갔다. 그 다음 미션은 쇠똥구리. 쇠똥구리를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제작팀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농촌 진흥청에서 쇠똥구리를 협찬해준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농촌 진흥청으로부터 분양 받은 쇠똥구리 열마리는 촬영 다음날 죽었다. 우여곡절 끝에 곤충 촬영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소품팀은 하늘을 향해 감사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흔적이 수수께끼처럼 배치
영화 [클래식]에 등장하는 건물과 소품들은 나름대로의 복선이 된다. 주희와 준하가 처음 만났을 때, 주희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귀신의 집에 동행해줄 것을 부탁한다. 귀신의 집은 인적이 끊어진 폐가이며,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는 장소인데, 그런 곳에서 시작된 둘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복선으로 깔고 있는 셈이다. 또한, 주희와 준하가 만나는 수원 거리의 극장 앞에는 [클레오파트라], [로마의 휴일] 등의 포스터가 있는데, 두 영화 주인공들의 사랑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준하와 주희의 은밀한 만남의 약속을 대신한 골목 앞 전등은 주희와 준하의 사랑이 반대에 부딪치자 더 이상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반면, 주희의 집은 겉으로 보기엔 아름답지만 회색톤의 건물로 옹벽 앞에 세워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희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이렇듯 영화 [클래식]에서는 영화 속 곳곳에 소품과 배경, 상황 설정 등을 모두 수수께끼처럼 숨겨두고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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