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상 감독 제작 노트 중에서
중기씨에게 말하다. 흐르는 대로 가겠습니다. 연기도 흐름을 타길 바랍니다. 제가 중기씨에게서 끄집어 낼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중기씨 스스로 흐름을 타십시오. 아아, 그 흐름의 절정은 마지막 섹스에서 나타나겠지요. 죽음으로 이어지는 그 마지막 섹스.
老子의 無爲. 莊子의 無碍. 달마의 無事. 이 삼무가 내 영화의 정신이다.
춤- 빈몸이 제몸을 밀고 나가는. 섹스- 정나나淨裸裸(남김없이 드러냄)하여 승당承當(긍정)할 것도 없고 적쇄쇄赤灑灑(남김없이 버림)하여 초구(보금자리)조차 없도다. 죽음- 순간의 빛. 역전, 반전, 승화며 황홀이다! 삶을 무화시키는, 삶을 숭고하게 하는. 그리하여, 삶을 간단히 내팽개치기. 그 까짓 삶!
형식을 가지려 했다. 포기하고 흐르는 대로 가기로 하다. 물이 흘러 흘러 계곡을 만들고 계곡이 어느새 물을 안아 바다로 보내듯이, 이야기가 흘러흘러 제몸 안을 어느 형식 하나 만들겠지. 콘티도 포기한다.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지만 이 개똥철학으로 콘티도 포기한다. 그러니, 욕망하지 마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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