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청춘의 공감, 동시대와의 소통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다. 최근 영화화된 <댓글부대>를 비롯해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 이미 인정 받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영화만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한국이 싫어서>에 내포된, 시대와의 소통과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가 높은 평가를 받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작으로 연달아 선정되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등의 영화로 호평을 이끈 장건재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아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장건재 감독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특유의 장점을 <한국이 싫어서>에서도 발휘해, 보편적인 고민이라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 안에 곱씹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진다. 정교하게 설계된 디테일이 모여 신선한 장면을 만들고,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끌어 스크린으로 서서히 끌어당겨 몰입하게 한다
“<한국이 싫어서>는 나의 안팎의 목소리가 섞여서 만들어진 작업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동시대를 다루는 한국 소설에 관심을 갖고 살폈고, 젊은 작가들이 날카롭게 그려내는 한국 사회의 풍경에서도 동력을 얻었다”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배우 고아성이 계나 역을 맡아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20대의 초상을 그려낸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주종혁, 김우겸이 청춘의 다양한 색깔들을 그려나가며 젊은 세대에 대한 공감을 가득 담아 위로를 전한다. “배고프고 춥지만 않으면, 나는 그게 진짜 행복이야” 한국을 떠나는 계나에게 공감하는 이유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들과의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는 평범한 20대 후반의 여성이다. 지독한 취업난을 겪고 들어간 직장과 결혼을 하자는 오랜 남자친구 지명, 적금을 깨서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부모를 뒤로하고 한국을 떠난다. 스스로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계나에게 한국이 싫은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은데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어서다. 계나가 어떤 운명적인 사건을 겪기보다는 나의 이야기 같고,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기에 관객들은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계나 뿐만 아니라 <한국이 싫어서>에 나오는 여러 청춘들은 미래에 대한 많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한국이 싫어서>에는 여타 영화나 드라마에서 생략되는 청춘이 처한 현실과 다양한 고민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있다. 특히 <한국이 싫어서>에서 진정한 행복을 좇는 계나가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마다 자신의 자존을 지켜나가는 삶에 대한 태도는 곧 젊은 세대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영화는 그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고 용기와 희망을 준다.
한국이라는 특정 국가를 지칭한 도발적인 제목은 보편적으로 젊은 세대의 어려움을 표현한 말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정직하게 반영한다. 영화 속 계나가 보여주는 용기 있는 선택과 출발은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고민을 이해해주는 소통의 장으로, 또 다른 세대들에게는 지난날의 열정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두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제시한다.
고아성, 독보적 커리어 빛낼 또 하나의 대표작 완성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계나, 고아성 배우는 동세대 배우들 중 손꼽히는 커리어와 황금 필모그래피를 다시 한번 빛낸다. 신뢰를 주는 배우답게 새롭게 선택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통해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20대 청춘의 초상을 그려내어 젊은 세대의 치열한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고아성 배우는 “계나라는 캐릭터의 전혀 상반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시간과 환경에 따른 적절한 변화를 연구하며 준비했다”고 말한다. 또한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캐릭터의 매력을 그대로 녹여내고자, 캐릭터가 여실히 설명되는 소설 속 문장을 엽서 몇 장에 적어두고 현장에 늘 가지고 다녔다”며 노력을 알렸다.
장건재 감독은 “고아성 배우가 대본을 읽고 바로 회신을 준 유일한 배우”라면서 “이 대본이 언제나 ‘최고’라고 말해주었고, 그 덕분에 영화도 출항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고아성 배우는 단단한 마음과 불안하고 여린 결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원작에서의 시니컬하면서도 통쾌한 계나와 다른 결의 인물이 고아성 배우의 육신을 통해 탄생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아성은 2004년 아역배우로 데뷔해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설국열차>에 잇따라 출연하며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과 함께 강렬한 에너지와 존재감으로 언론과 평단,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우아한 거짓말>,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등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구축하고, 특히 <괴물>, <여행자>, <오피스>까지 세 번에 걸쳐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으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다잡은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자체발광 오피스>로 대한민국 청춘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고,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권모술수’ 주종혁, 뉴질랜드 유학생 완벽 변신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통해 탄탄한 필모를 쌓아가며 성장하는 배우 주종혁의 색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주종혁은 계나가 뉴질랜드에서 만난 유학원 동기이자 절친 재인 역으로 등장한다. 뉴질랜드에 완벽 적응한 노하우를 통해 ‘계나’가 뉴질랜드에서 변화를 맞이할 수 있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친구이다.
주종혁 배우는 영화의 배경인 뉴질랜드에서 6년간 유학 생활을 했고, ‘한국에 지쳐있는’ 영화 속 인물들과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던 특별한 인연이 있다. “촬영지가 유학했던 뉴질랜드라서 촬영을 하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여러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계나와 재인이 느끼는 타지에서의 외로움에 많은 공감이 되었다. 타지에서도 본인의 개성과 꿈을 찾아 노력하는 과정들이 나와 재인의 비슷한 부분이라 느꼈다”고 밝혔다. 공감을 바탕으로 연기한 재인 역할에 맞춰 주종혁은 스냅백, 쪼리, 염색 머리 등 외적인 변신까지 꾀한다. “뉴질랜드 유학 당시 만났던 여러 나라의 친구들이 떠올랐다”며 “그 중, 외형적으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친구의 염색 머리와 쪼리 등 차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감독에게 제안했고, 테스트 끝에 캐릭터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장건재 감독은 주종혁에 대해 “이전의 연기와는 다른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배우”라며 “무엇보다 현장을 즐기는 배우여서 편안히 작업할 수 있었다. 원작의 재인보다는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주종혁의 친화력 때문에 고아성과 뉴질랜드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촬영 전에 너무 친해져서 좀 더 어색해 보이려고 촬영을 다시 하기도 했다.
주종혁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권모술수’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하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MBC 드라마 <검은태양>, tvN <유미의 세포들> 등의 드라마로 다양한 캐릭터와 최근 영화 <만분의 일초>를 통해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JTBC 드라마 <비밀은 없어>로 다채로운 면모로 호평을 이끌고,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배리어프리버전 내레이션 재능 기부까지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우겸이 그리는 또 다른 청춘의 얼굴
배우 김우겸은 고아성이 연기한 계나의 오랜 연인 지명을 맡았다. 지명은 <한국이 싫어서>의 청춘들 중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현재와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주어진 상황에서 균형을 맞추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지명은 계나와는 반대로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납득시킨다. 요즘의 시선에서 자칫 고루해 보일 수 있는 청춘의 모습을 김우겸은 자신만의 색깔로 선명하게 그렸다. 김우겸 배우는 본인의 캐릭터를 십분 이해한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계나의 선택을 지지하지만, 지명의 선택도 현실적이라고 해서 절대 쉬운 선택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어려운 선택이고, 존경스럽기도 하다”고.
장건재 감독은 “김우겸 배우는 믿을 수 있는 얼굴을 지닌 사람”이라며 “극중의 지명이 가지는 생각이 비록 시대착오적이라 할지라도 김우겸 배우를 통해 발화되는 순간 믿고 싶어지는 순간이 생길 정도”라고 말한다.
김우겸과 고아성은 촬영 전날, 오랫동안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등 7년 사귄 오래된 커플을 연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실제로 오랜 연인과 서로 다른 미래를 그리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김우겸 배우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제 자신 그대로를 이해 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사람이어서 마찬가지로 상대에게도 원하는 게 있다면 존중해주고 응원해주고 싶을 것 같다. 더욱이 계나 같은 사람, 계나 같은 상황이라면”
김우겸은 영화 <복날>을 시작으로 <세이레>, <낫아웃>, <경아의 딸>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경력을 쌓았다. 또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LTNS> 등 매 작품마다 다채로운 변신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하고 있다.
뉴질랜드부터 ‘계나’의 로맨틱 서사까지 원작과의 6가지 차이점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건재 감독이 청년 독자들의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새로운 설정과 캐릭터를 구축해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 행복을 찾아 떠난 나라, 호주 VS 뉴질랜드 소설에서 주인공 ‘계나’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지만, 영화에서는 뉴질랜드로 떠난다. 장건재 감독은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로 취재 여행을 다녔고 이 과정에서 뉴질랜드가 특히 여성인권이나 자연의 생명권을 소중히 한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한, 영화에 은유적으로 쓰인 동화 ‘추위를 싫어한 펭귄’의 주인공 ‘파블로’가 떠나는 남쪽의 따뜻한 나라의 이미지에도 적합하다는 점에서 뉴질랜드로 배경을 변경하게 되었다. 6년간 뉴질랜드에서 생활을 한 주종혁 배우는, 당시 한국 생활에 지쳐 워킹홀리데이를 온 형들과 친하게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실감나는 열연을 펼쳤다.
◆ 지옥의 출퇴근을 겪는 직장인 두 번째 차이점은 계나를 둘러싼 환경이다. 소설 속의 본가가 서울시 아현동에서 인천으로 바뀌면서, 마을버스로 12 정거장을 타고 나가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환승해 2호선 강남역까지 가는 지옥 같은 출퇴근을 매일 반복하게 된다. 소설보다 1시간 정도 거리가 늘어나면서 계나는 장거리 출퇴근 직장인의 애환을 몸소 보여주는 동시에 회사에서의 지속적인 불평등을 겪으며 관객들이 ‘무엇이 계나를 한국이라는 사회를 탈출하게끔 만드는가’에 주목하게 한다.
◆ 자유로운 영혼의 동생과 새로 생긴 남자 대학 동기 소설에서의 세 자매가 영화에서는 두 자매로 바뀌었다. 동생 미나 역으로는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 ‘내가 좋아하는 건’ 등으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김뜻돌이 출연해 스크린 데뷔식을 치뤘다. 김뜻돌 배우 덕분에 영화에는 인디씬의 유명 가수들이 흥미로운 역할로 등장한다. 박승현 배우가 연기한 계나의 대학 친구 경윤도 여자 동기였던 소설과 달리 공무원 시험 N수생 남자 동기로 각색됐다. 경윤은 계나가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지는 계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특히 계나의 이름을 가지고 말끝마다 ‘~게나’라고 장난을 치는 깜찍한 설정이 추가되어 소소한 즐거움을 더한다.
◆ 돈이 없으면 ‘행복’을 모아라 영화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도 등장한다. 영화에서만 나오는 행복 멘토 채복희는 돈이 아니라 행복을 좇으라고 강연하는 스타다. 개그우먼 겸 배우 정이랑의 감칠맛 나는 연기로 완성된 복희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계나는 돈이 아닌 행복을 좇아야 한다고 다짐하며 인생을 바꿀 선택을 감행한다. 복희의 강연을 즐겨 듣던 경윤과 더불어 극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뜻밖의 전개를 보여준다.
◆ 계나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계나에게는 무엇보다 사랑도 중요하다. 소설 속 5명의 남자친구는 영화에서 7년째 연애 중인 지명, 뉴질랜드에서 만난 연하남 형서와 인도네시아인 리키로 압축됐다. 계나가 이들과 현재의 행복과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부딪히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시키는 모습이 <한국이 싫어서>의 관람 포인트이다.
◆ 적응하지 못하는 이민 1세대와 한국말을 못 하는 2세대 원작에서 짧게 언급됐던 교포 가족이 영화에서는 계나가 부부의 아들에게 한국어 과외를 하는 설정으로 바뀌어 스토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한국인을 상대로 유학원을 운영하는 태은 역에 김지영 배우가, 남편 상우 역에 박성일 배우가 특유의 활기찬 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주권자 부인과 이민자로서 뉴질랜드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은 한국을 떠나서도 행복하지 못한 상황을 보여주며 현실감을 더한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던지는 질문
<한국이 싫어서>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한여름의 판타지아>, <잠 못 드는 밤> 등 많은 영화 팬들이 사랑하는 장건재 감독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장건재 감독은 2009년 장편 데뷔작 <회오리 바람>으로 벤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 페사로국제영화제 뉴시네마 대상 등을 수상하며 여러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2012년 <잠 못 드는 밤>은 에든버러국제영화제, 낭트3대륙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2014년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무주산골영화제 뉴비전상과 전북영화비평포럼상, 아시아티카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 각본상, 들꽃영화상 촬영상을 휩쓸고, 올해의 독립영화상을 수상했다. 남대만영화제 개막작, LA, 보고타, 취리히, 마르델플라타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로 또 한 번 올해의 독립영화상을 수상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를 연출해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한국 영화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장건재 감독이 <한국이 싫어서>를 “나의 안팎의 목소리가 섞여서 만들어진 작업”이라고 하는 것은 작품과의 특별한 인연에 있다. 장건재 감독은2015년 가을, 인천공항의 서점에서 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발견하고, 파리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당시 한국 사회가 급변하는 시점이었고, 감독 개인적으로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20대 후반의 계나의 시선과 선택이 30대 후반인 장건재 감독에게도 어떤 공명을 일으켰고 그 접속의 과정이 영화로 이행되었다.
소설은 2015년에 나왔고, 영화는 2024년에 개봉한다. 시대적 간극에도 한국이 싫어서 떠난 계나의 이야기를 지금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장건재 감독은 “2015년의 한국과 2024년의 한국은 같으면서도 다르다”면서 “영화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포착하려고 했던 것은 단지 시의성이 아니라, 한 개인의 여정을 통해 변화하는 감각과 인식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소설이 변화의 외침 속에서 들린 한 목소리였다면, 지금의 영화는 더 평온한 온도에서 ‘그럼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던진다”며 “시대가 달라도 영화의 대상은 한국 청년이고,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장건재 감독은 일상을 관찰하고, 그 일상에는 동시대성이 담긴다.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 상황, 그리고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이야기의 바탕을 이룬다. 시대마다 화두가 있듯, 소설이 발간됐을 당시와 지금 시대의 화두는 다르다.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등장했을 때 화두는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혼자 생존하려 해도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하듯, ‘우리가 서로 협력하고 의존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로 인식이 바뀌었다. 지금의 중요한 화두는 ‘우리 모두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것인가’이고, 이건 변화된 질문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장건재 감독은 작업을 진행하면서 한국 사회를 살아가며 겪는 여러 통과의례가 떠올랐고, 그걸 생각하자 두려움과 공포, 피로감을 느꼈다고 한다.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사회 리더십을 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한국 사회는 치열하고 경쟁에서 이탈하는 두려움이 크기에, 그 대안으로서 계나는 환경을 바꾸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계나는 한국에서 한국인이 갖는 특정한 욕망, 예를 들면 취업, 결혼, 가정, 장기 대출을 받아 집을 얻는 등 ‘트랙’에서의 삶 대신 다른 방식을 고민했고, 환경을 바꿔야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한국을 떠나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장건재 감독은 계나가 이동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계나의 여정과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겪는 변화를 눈여겨봐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