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제 52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 2002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 2002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노미네이션 여우조연상 노미네이션 남우조연상 노미네이션
감독의 말
[아이리스]는 본질적으로 사랑이 어떻게 변해가고 어떻게 지켜지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내 영화 가운데 최초이자 최고의 러브스토리며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관계는 상대방과 자신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율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영화는 결혼 생활에서 어떻게 독립적 삶을 지켜나갈 수 있는가를 모색하는 탐구이기도 하다. 내 생각에 책벌레로서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존이 아이리스를 그토록 헌신적으로 돌봤던 것은 사랑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생각된다. 그들의 관계는 완전히 주객이 전도되어 있었다. 주도권을 쥐고 있던 아이리스가 존에게 완전히 의지하는 처지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녀의 병은 둘의 관계에서 허구성을 벗겨버리고 본질을 밝혀냈다. 나는 이 영화를 아이리스에 대해 전혀 들어본적 없는 사람들이 봐주길 바란다. 사람들이 아무런 편견 없이 그녀의 모습에 접근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리스 머독은 실제했고 문학 비평가 존 베일리와 40여년을 해로했다. 저명한 소설가이자 철학자였다는 점, 치매로 고통을 받았다는 점, 선과 악, 자유, 성, 사랑의 문제에 관해 많은 글을 남겼다. 그녀의 이런 여러 모습에 있어 영화는 객관성과 사실성을 확보하고 있다. 존 베일리가 아이리스를 그리며 쓴 책 'Elegy for Iris'가 원작인 이 영화에서 존은 그녀를 처음 만난 무렵과 말년을 주관적 시선으로 서술한다. 극중 두 사람의 대화나 주변 캐릭터, 사건등은 책속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것도 있지만, 개중엔 극적 효과를 위해 다소 압축, 과장, 재창조된 요소들도 없지 않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아이리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사실적 요소에 충실하면서도, 전기라고도 픽션이라고도 딱히 규정 지을 수 없는 중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리스 머독, 그녀의 인생 이야기
아이리스 머독은 1919년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프로테스탄트 앵글로 아이리쉬 가문 출신으로 영국과 아일랜드 어느쪽에도 구속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지만, 바로 그점 때문에 양쪽 어느쪽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옥스퍼드의 여학생 칼리지 소머빌에서 수학했다. 2차 대전때 공무원으로 잠시 일하다가 런던과 옥스포드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35세때 처녀작 'Under The Net'을 발표했으며 2년 후에는 3년간 사귄 대학강사 존 베일리와 결혼했다. 아이리스 머독과 존 베일리의 40여년에 걸친 독특한 결혼생활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세기의 로맨스라고 일컬어진 이들의 삶은 한편으로 역경을 이긴 위대한 사랑의 결실이기도 했다.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여자로 일컬어진 아이리스 머독은 당대 최고의 철학자이자 소설가로 명성을 날렸지만, 옥스포드 대학시절부터 특유의 자유분방함으로 늘 입방아에 올랐다. 이런 아이리스의 결혼생활은 그녀의 전기를 쓴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이 세상과 거리낌없이 양성애적 사랑을 주고받는 보헤미언적인' 것이었다. 아이리스 머독은 1997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고 남편 존 베일리의 지극한 간병을 받던 중, 증세가 악화되어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요양원에 들어간지 3주후인 1999년 2월 숨을 거두었다.
아이리스의 머독의 남편이자, 'Elegy for Irise'의 원작자 존 베일리와의 인터뷰
*아이리스에 대한 책을 쓴 건 고통스러운 삶을 견대는 방편이었나? 그렇다. 상황이 너무 안 좋을 때 나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위해 글을 썼다.
*자신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나? 당시엔 꼭 그런 생각은 아니었다. 난 당시 알츠하이머 환자 모임에 자주 나갔는데 거기서 늘 내가 한 얘기는, 환자를 돌보는 사이에 하루 1시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내라는 것이었다. 난 이른 아침에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일이었다.
*극중 주디 덴치의 모습이 아이리스와 닮았다고 여기는지? 외모가 놀랄만큼 비슷하다. 새로 출간된 내 책의 표지에 실릴 사진을 봤을 때 난 그게 아이리스인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주디 덴치였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녀는 점점 더 아이리스를 닮아간다. 특히 작은 황소를 연상시키는 걸음걸이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케이트 윈슬렛은? 그 멋진 외모가 젊은 시절의 아이리스와 비슷한가? 아이리스도 물론 멋진 여자였지만 난 사실 아내가 예쁘다고 생각한적은 없다.
*어떻게 그럴수가? 젊은 시절, 소머빌 칼리지의 강의실에서 찍은 아이리스의 사진을 보면 눈을 뗄수가 없을 정도로 메혹적이고 섹시한데? 그녀의 인상은 강한 편이다. 내가 갖고 있는 여성미의 기준은 전적으로 영화에 나온 스타들의 영향을 받았다.
*극중 당신과 아이리스가 처음 사귀게된 장면은 사실과 닮은 점이 있는가? 비교적 그렇다. 책 속에선 그 장면을 자세히 기록했지만 영화에서는 많이 생략됐다. 내가 근무하던 칼리지는 그녀 학교의 길 건너편에 있었다. 그녀가 자전거 타고 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내다보며 누굴까 궁금했었다. 괜찮은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면 어떨까 싶었다. 나 아니면 아무도 감히 결혼하려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영화속의 자신의 모습을 본 소감은? 주디 덴치가 묘사한 아이리스의 모습만큼 사실적이진 않지만 짐 브로드벤트의 연기도 훌륭했다. 더듬는 내 말투 흉내도 훌륭했다. 물론 내가 더듬는 걸 내 자신이 객관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그녀를 성자처럼 묘사한게 정확하다고 보는가? 별로 정확한 묘사는 아니다. 그녀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긴 하다. 연애를 해도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그녀는 원치않았다. 그런 점에선 엄격했다. 그렇지만 성자라고까지 하는건 무리다. 젊은 시절엔 자기의 친한 친구와 애인을 교환한적도 있었으니까... 장난삼아 그랬던건 아닌 것 같다. 그로 인해 피차 굉장한 고뇌를 느낀 듯하다. *선의 문제에 천착하는건 소설가에겐 드문 일이며 특히 철학자에겐 더더욱 드문 일이다. 대개 선보다는 악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마련아닌가? 그녀는 힘과 악, 악으로서의 힘에 관한 문제에 몰입해 있었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연인이자 친구였던 엘리아스 카네티는 대단한 남자였다. 그는 무척 모호한 인물이었다. 자신은 힘을 증오한다고 늘 말했지만, 그 자신이 힘을 이용했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돈을 주었고 그는 사람들을 교묘히 지배했다. 아이리스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오래가진 못했다. 그런 인물에게서 벗어나는 법을 아이리스는 자신의 책 'Flight From The Enchanter'에서 기술하고 있다.
*당신이 아내를 위해 그토록 노력했다는 건 무척 감동적인 일이다. 난 끊임없이 그 때를 돌아보며 후회한다. 왜 좀더 좀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하고 말이다. 때로 참을성 없이 아내에게 화를 낸적이 많았다. 하지만 아내가 전혀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선 큰 아픔은 없다.
*영화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여기는지? 영화를 보며 내 평생 운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눈물을 흘렸다. 우리의 삶을 너무나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예술작업이다. 예술은 현실보다 인간의 마음을 더 잘 움직이는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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