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1위, 900만 관객 동원 공포영화 10년 역사
2013년 <컨저링>의 등장은 그야말로 공포영화 장르의 역사를 뒤바꿨다. 제임스 완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제작비 2천만 달러로 전 세계적으로 3억 달러를 넘게 벌어들이며 역대 아시아 감독이 만든 공포영화 가운데 세계 최대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국내에서도 226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외화 공포영화 역대 흥행 1위의 자리에 올랐고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성을 지키고 있다.
<컨저링>을 시작으로 2014년 <애나벨>, 2016년 <컨저링2>, 2017년 <애나벨: 인형의 주인>, 2018년 <더 넌>, 2019년 <애나벨 집으로>까지 이어지는 ‘컨저링’ 유니버스는 세계관을 응집시킨 기획력과 장르적인 완성도로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으며 공포영화의 신기원을 이뤘다. 이에 전 시리즈가 북미 역대 공포영화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올라있다. 총 흥행 수익은 20억 달러로 평균 제작비 대비 17배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시리즈 관객이 900만여명에 달해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컨저링’ 유니버스는 호불호가 극명한 공포영화 장르에서는 드물게 대중과 장르 마니아들, 그리고 평단과 언론 모두를 사로잡은 것이 특징이다. 실존 인물인 초자연 현상 연구가 에드 워렌, 로레인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에 등장하는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가족애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에 집중해 대중적인 공포감을 획득했다. 지금까지의 공포영화 장르들이 추구했던 잔인한 신체 훼손이나 무차별적인 점프 스케어를 자제하고 음산한 분위기와 탄탄한 스토리, 치밀한 구성으로 오락성을 높여 어린 관객층까지 확장시킨 것이 인기의 요인이다.
이처럼 근 10년간 이어온 ‘컨저링’ 유니버스의 새 시리즈로 오랜만에 등장한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는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새로운 스타일로 정립하기 위한 작품이다.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는 실제로 수많은 기현상을 경험한 초자연 현상 연구가 에드 워렌과 로레인 워렌조차 충격에 빠트릴 만큼 섬뜩한 공포, 살인, 악마의 이야기를 담았다.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 중 하나인 이 이야기는 한 어린 소년의 영혼을 지키기 위한 사투에서 시작해 워렌 부부도 접한 적 없는 그 어떤 곳으로 그들을 몰아넣는다. 그리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살인 혐의 피고인이 악마 빙의를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유니버스의 창시자인 제임스 완이 기획과 제작, 오리지널 스토리를 담당하고,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쿠아맨>, <컨저링2>의 각본가와 ‘컨저링’ 유니버스를 만든 촬영, 미술, 의상, 음악 등 제임스 완 사단이 총 집결했다.
축성과 정화
“주님의 전신 갑주를 걸쳐라. 그리하면 악마의 속임수에도, 이 세상의 사악한 힘에도 대항할 수 있을 지라” –로레인 워렌
“주님, 우리는 주님의 이름으로 모였사옵니다. 우리의 마음을 깨우쳐 주시옵고, 우리에게 빛과 힘을 주소서. 주님께서 만물의 주인이시오니, 그 힘으로 우리를 도와 주소서”
애틀란타 성 니콜라스 성당 소속의 구마 기사단 수장인 브라이언 D. 오울렛 주교의 기도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제작 착수 시 전 제작진과 배우진이 참석해 축복 기도 말씀을 듣는 것은 <컨저링> 영화와 스핀오프 작품들의 전통이다. 개인의 믿음과는 별개로, 앞으로의 촬영 분위기를 조성하며 안정감을 선사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오울렛 주교는 “사운드스테이지는 세상이 창조되는 장소이며, 우주는 허구와 사실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며 배우들이 어둠의 원형에 특히 취약해 공포영화 작업 경험을 현실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배우들은 연기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원형에 쏟아 붓는 에너지와 하나가 되기에 기도 같은 의식으로 어둠의 에너지를 완화하고자 한다”고 의식의 목표를 밝혔다.
지난 8년간 ‘컨저링’ 유니버스에서 로레인 워렌 역을 연기한 베라 파미가는 축성 의식에 대해서 “촬영장이라는 공간을 정화하고 축성하는, 제작에 필수적이면서 아름다운 시작”이라고 정의한다. 이어 “사람이 뭔가에 집중하면 그 대상은 확대되면서 다가가는 게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마음과 우리를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기도로 제작을 시작하는 것은 우리의 뜻을 하나로 묶어 준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선하고 성스러우며 순수한 모든 것을 믿는다고 로레인 워렌이 내게 늘 말했다”고 전했다. “로레인은 종종 이런 말을 했다. ‘적이 쳐들어오면 나는 주님께 기댄다. 끝까지 거부하면 악마는 결국 달아난다’ 지금도 그녀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컨저링’ 유니버스의 새로운 도약
영화 시작 후 몇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전까지와는 다른 <컨저링>을 경험하게 되리란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워렌 부부는 피고인 아르네 존슨의 편에 서서 모든 것을 건다, 이전과 달리 악령들린 집에서 벗어나 죄악으로 가득한 공포의 공간에 도달해 더 넓은 세상에서 끔찍한 범죄를 일으킨 가장 강력한 빌런과 대결하며 역대급 공포를 선보인다. ‘컨저링’ 유니버스에 기대하는 모든 공포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세계관을 벗어난 차별화된 미스터리를 풀어낸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컨저링2> 제작 당시 에드와 로레인이 다음 영화에서 다룰 사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제임스 완은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이제는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나오기를 바랐다. 악령 들린 집의 하위 장르에서 벗어나면서도 공포감만큼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컨저링2> 촬영장에서 패트릭과 베라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나는 에드와 로레인이 범죄를 해결하는 경찰의 조력자가 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세 번째 작품은 다른 느낌이길 바랐다” 이를 위해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 중 특히나 가장 섬뜩하고 충격적인, 당시 기사들의 헤드라인이었고 이를 통해 사건의 별칭이 된 ‘악마가 시켰다’ 사건을 찾아냈다. 바로 미국에서 악마 빙의가 피고인의 주요 항변으로 내세워진 첫 번째 살인 사건이다. 제작진은 이 사건이야말로 에드와 로레인이 자신들의 능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피고인의 결백과 사악한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게 할 완벽한 사건이라고 느꼈다.
제임스 완은 아토믹 몬스터를 통해 존 레오네티 <애나벨>, 데이비드 F. 샌드버그 <라이트 아웃>, <애나벨: 인형의 주인>, 코린하디 <더 넌>, 게리 도버먼 <애나벨 집으로>, 마이클 차베즈 <요로나의 저주> 등 신인 감독들을 지원해왔다. 마이클 차베즈와의 작업을 끝낸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 그의 창조성과 사고 방식이 정확히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와 부합함을 알게 되었고 감독직을 제안했다. 차베즈와 제임스 완은 <요로나의 저주> 촬영장에서 데이빗 핀처 감독의 고전 심리 범죄스릴러 <세븐>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고, 이는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 작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진화의 기준점이 되었다. 고전 수사 스릴러를 표방하면서도, 수사관이 에드와 로레인 부부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현실과 영화의 조화
이번 시리즈에 있어 기존의 세계관을 어떻게 신선하게 유지할 것인지, 사실과 허구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이전의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로레인의 영매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 또 다른 미스터리를 만들기로 방향을 정했다. 이에 존 카펜터의 <로라마스의 눈>과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데드존> 같은 영화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로레인이 심령 탐정으로 활약할 수 있을 만한 사건을 구성했다. 그 능력은 이전과는 다르게 활용되어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역할이 아닌, 플롯의 핵심 요소로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로레인 워렌은 실제로도 여러 사건에서 경찰에게 조언을 제공했고, 아르네 샤이엔 존슨 사건 또한 너무나 잘 알려진 사건이었다. 반면, 데이빗 글라첼 가족이 다른 누군가로 인해 저주에 걸리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어 그만큼 완벽한 플롯을 구성해야 했다. <컨저링>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이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소설적 허용을 반영하기는 했으나 이번 작품은 현실에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끄집어 내야만 했다. 이에 단편적인 사실로 구성한 허구와 현실을 촘촘히 엮고자 서로 다른 상황에서 벌어진 다양한 실제 사건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녹아 들게 만들었다.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2막에 들어서면 좀 더 허구적인 배경이 펼쳐지면서도 로레인과 경찰 사이에 실재했던 상호 작용을 반영했다. 현실에는 3막도, 짜릿한 결론도 없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제공해야 했다. 데이빗에 대한 마지막 구마 의식의 여파로 아르네 존슨에게 벌어진 일은 새로운 이야기의 훌륭한 발판이 되었다. 데이빗의 구마 의식 중 악마와 직접 소통하지 말라는 에드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악마에게 말을 건 존슨은 몇 달 후 본인이 살던 집의 주인과 자신의 친구를 죽였고 이후 재판에서 워렌 부부의 도움을 받아 무죄를 주장했다. 이것을 타당한 항변으로 인정한 영국 판례를 인용했고, 항변 사유로 악마 빙의를 시도한 사례는 미국 역사상 이 사건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화는 데이빗 글라첼이 빙의되어 고통 받았던 이야기와 후에 아르네 샤이엔 존슨이 빙의되어 벌어진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동된다. 일반적으로 <컨저링> 영화의 결말부에 해당하는 악령 들린 집 사건을 도입부에 다뤄 곧바로 구마 의식을 시작하고 바로 아르네에게 악마가 옮겨가며 빠르게 자극적인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아르네의 사연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기 위해 제작진은 다각도로 조사에 임했다. ‘악마가 시켰다’ 사건은 전국적으로 유명했고 당시 모든 사람들이 그 얘기를 할 만큼 뉴스위크지와 타임지와 같은 주요 언론 뿐 아니라 지역 신문에서도 매일같이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법원 기록이 소실되거나 폐기된 상태였기 때문에 재판 내내 누가 법정에 출석했고, 어떤 목격자 증언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과거 지역 신문 자료가 더욱 중요했다.
사건의 제반 사항을 파악한 제작진은 근본적인 요소를 다루기 위해 아르네 존슨과 당시 여자친구인 데비 글라첼까지 인터뷰했다. 실제로 아르네 존슨과 데비 글라첼은 41년 간 인연을 이어왔다. 두 사람은 아르네가 1급 살인죄로 복역하던 중 결혼하였으며, 2021년 데비가 사망할 때까지 이 결혼은 유지되었다. 두 사람은 2006년 에드가 사망하고 2019년 로레인이 사망할 때까지 워렌 부부와 가깝게 지냈다. 워렌 부부의 딸 주디와 남편 토니 스페라와도 좋은 인연을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에드와 로레인의 관계를 좀 더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고자 <컨저링> 1편에서도 짧게 다뤄졌었던, 실제 구마 의식 영상에서 에드 워렌이 심장마비를 겪는 장면이 이번 작품에 반영됐다. 그리고 둘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그려낸다. 일례로 에드는 이전 시리즈에서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활동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건강 상태가 나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서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일례로, 로레인이 에드 대신 위험한 지하로 들어가는 장면처럼 그가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장면이 연출된다.이 과정에서 둘의 애틋한 감정을 확인하는 동시에 로레인이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직접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까지 보게 된다.
세계관을 이끄는 핵심 스토리
<컨저링> 시리즈의 모든 작품은 초자연적 스릴러로 포장된 러브 스토리다. 그 모든 것은 에드와 로레인의 관계로 귀결된다. 제작진은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에드와 로레인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항상 많은 노력해왔다. <컨저링>으로 시작해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에 이르는 지난 십 년간 에드와 로레인은 변함없이 열정적이고 단호했지만, 상대적으로 질병과 부상에는 더욱 취약했다. 그들의 사랑은 깊어졌고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도 마찬가지였다. 파미가가 덧붙였다. “이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에드와 로레인의 유대감과 사랑이다. 이게 다른 공포영화와 차별화되는 요인이다. <컨저링>은 러브 스토리다”
이번 작품에는 에드와 로레인의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로 워렌 부부의 과거가 짧게 등장한다.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한 사랑에 빠진 모습을 처음으로 조명해 공포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감동적인 장면이 나온다. 작품의 근간이 되는 사랑 이야기를 다뤄 작품과 캐릭터들뿐 아니라 ‘컨저링’ 유니버스 전체의 배경이자 엄청난 소용돌이의 중심에 위태롭게 놓인 것의 정체를 명확히 드러낸다. 실제 에드와 로레인에게서 비롯된 따뜻함, 사랑, 빛과 같은 것들은 그들을 연기하는 윌슨과 파미가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져 제작진 모두에게 퍼져나가 이 이야기들이 생명력을 얻었다. ‘컨저링’ 유니버스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가족이 되는 것이다. 이 세계관의 제작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한 작품을 끝내고도 재차 다음 제작에 참여하기 위해 수년간 애써 왔음이 이에 대한 중요한 증거다. 완이 말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모두가 제작 과정을 즐거운 경험으로 여기길 바란다”
지난 8년간 베라 파미가와 패트릭 윌슨은 ‘컨저링’ 유니버스에 속하는 <컨저링>, <컨저링2>, <애나벨 집으로> 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 사이 두 배우가 서로에게 가지는 신뢰와 순수한 애정은 점점 커졌다. 에드 워렌과 로레인 워렌의 서로에 대한 애정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고 강해지면서 윌슨과 파미가의 우정도 단단해졌다.
‘컨저링’ 시리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등장인물로 워렌 부부의 지인 고든 신부, 워렌 부부의 조수 드류 토머스, 부부의 딸 주디가 있다. 드류와 고든 신부는 이번 작품에서 좀 더 비중 있게 등장해 사건 해결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이중 고든 신부가 브룩필드에 있는 글라첼 가족의 집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려 중절모를 쓰고 가죽 가방을 든 채 가로등 아래에 잠시 멈춰 서서 빙의된 소년이 서 있다가 사라지는 창문을 올려다본다. 다음 장면에서 고든 신부는 결연한 표정으로 문을 향해 걸어간다. 이는 공포영화 사상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인 <엑소시스트>에서 메린 신부가 조지타운에 있는 맥닐의 집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과 <사이코>에서 창가에 어머니가 서 있는 것을 모두 오마주한 장면이다.
이번 작품에서 워렌 부부는 더 넓은 세상과 엮인다. 빙의된 소년 데이빗은 8세인 줄리안 힐리아드가 연기했고, 아르네 존슨 역은 아일랜드 배우 로우리 오코너가 맡았다. 데이빗의 아버지 역은 패트릭 윌슨의 형제인 폴 윌슨이다.
이중 로우리 오코너는 악령에게 빙의된 역할로서 감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혼란을 겪어야 했다. 후회, 비통, 분노처럼 강력한 감정들이 겹겹이 쌓인 상당히 복잡한 캐릭터로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 몇 주간 그런 감정에 빠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배우로서 힘겨운 일이었다. 오코너는 촬영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홀로 동떨어져 스스로 구축한 아르네의 세계에서 빠져 나오지 않기 위해 테이크 사이마다 헤드폰을 쓴 채 80년대 음악을 들었다. 그는 완벽한 연기를 위해 머릿속을 채우는 악마의 소음이 지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이런 노력은그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노련한 프로인 윌슨과 파미가가 긴장감이 팽팽한 장면이나 육체적으로 힘겨운 장면을 찍고 난 다음 금세 역할에서 빠져 나와 유쾌한 태도로 임하는 작업 방식을 보고는 이런 모습이 배우의 철저한 자기 관리 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앞으로 겪어야 할 악령 빙의와 무시무시한 육체적 고통, 수많은 비명과 절규를 떨쳐야 했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 끼어 웃기는 영상들을 함께 감상하기 시작했다. 패트릭과 베라도 편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었으니까.” 영화의 가장 끔찍한 장면 일부에 등장하는 힐리아드 역시 그 캐릭터가 악령에게 사로잡힌다는 사실까지 완벽히 이해했다. 하지만 힐리아드는 공포 장면과 현실을 쉽게 구별했다. 늘 주어진 상황을 즐겼고, 루마니아에서 <더 넌> 촬영 중 구조한 ‘컨저링’ 유니버스의 멤버 중 하나인 고양이 푸키와 친구가 되었다.
기존 ‘컨저링’ 시리즈에서 한발 전진한 이번 작품의 악당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다. 로레인은 유지니 본듀란트가 연기한 주술사를 통해 자신의 상대를 마주한다. 이 주술사는 거울 속 존재처럼 모든 면에서 로레인의 대척점에 서 있다. 육신을 가진 존재로 에드와 로레인의 신념을 비웃는 실질적인 위협이다. 또한 어둠의 세력을 이끌기 위해 악마를 소환하기까지 한다. 이 주술사를 상대할 때 드러나는 로레인의 취약점과 그들 간의 대결은 새로우면서도 강력한 방식으로 긴장감을 높인다. 주술사의 모습은 로레인이 다른 길을 택했을 때의 모습이기도 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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