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느와르>는 서울,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남산, 남대문, 청계천, 덕수궁 등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정성일 감독은 이 공간을 담기 전 세워둔 철칙이 있었는데 바로 공간이 화면에 담길 때의 햇빛이 중요했기에 시간, 날씨가 정확해야 했던 것. 물론 모든 영화현장이 날씨에 구애를 받지만 <카페느와르>는 유독 날씨에 예민했고 헌팅 스케줄 역시 10분 단위 시간별로 짜서 정확한 스케줄로 진행됐다. 이에 스탭들은 남산 등산은 기본이고 광화문부터 청계천 끝까지 걷고, 또 걷는 강행군을 계속 해야 했다고. 특히 청계천 촬영씬에서는 감독이 배우들에게 ‘걷고 있을 때의 느낌’을 얻어 갈 것을 제안하여 신하균, 정유미, 김혜나도 걷기에 동참했고 그 해 겨울 배우와 스탭 모두가 걷는 진풍경이 펼쳐졌다고 한다.
<카페느와르>에는 <극장전><올드보이 ><괴물>이 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최근 출간된 정성일 감독의 영화비평서가 있다. 정성일감독은 책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세상의 구성원들은 영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주장한다. 우리는 종종 삶의 어떤 순간에 영화의 장면을 떠올릴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올드보이>의 세상에서 살다 한강에 오니 <괴물>의 세계로 들어가고, <괴물>에서 나오니 다시 <극장전>의 세계로 들어가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객들이 영화의 세계로 들어가길 바라는 진정한 시네필의 마음이다. 정성일 감독은 <극장전>,<올드보이>,<괴물>을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영화로 생각해, 이 영화들과 함께 살아간 한국사회를 끌어당기고 싶었다고 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카페느와르>에서 영화 속 영화를 찾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데 이 장면들을 위해 김상경, 김병옥, 김영필이 등장한다.
12월 31일, 인간바리게이트로 완성한 보신각 촬영 현장!
<카페느와르>에는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타종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장면을 위해 실제로 12월 31일을 손꼽아 기다린 스탭들은 주어진 단 하루, 정해진 시간 내에 수 많은 인파가 모이는 종로 보신각에서 촬영해야만 했다. 그 어떤 날도 그날을 대신해줄 수 없기에 모든 집중력을 이날의 촬영에 쏟아 부었던 스탭과 배우들. 추운 날씨에 밤촬영이라는 악조건 가운데 긴장감 도는 촬영은 시작됐고 철저한 사전 리허설을 통해 한 치의 오차 없이 촬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스탭들 간의 바리게이트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 때 발전차가 진입할 수 없는 종로의 특성상 말통에 기름을 가득 넣고 옮기던 제작부 스탭을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한 경찰이 검거하는 상황이 발생해 촬영이 미뤄졌고 현장에선 제발 한 해가 가지 않기를 기원하며 애가 탔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 속에서는 미연(김혜나)의 뒤로 오가는 행인들 모두 현장 스탭들로 스탭 아닌 척 행인 연기를 하며 배우의 동선을 보호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