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를 잇는 21세기 최고의 걸작 결코 놓쳐서는 안될 영화사 빛나는 명 장면
범죄와 폭력이 얼룩진 세계, 소녀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으로 드러나는 어두운 세계 속 상처 받은 영혼들의 충격적인 비밀, 마피아 세계의 장엄한 묘사….
<이스턴 프라미스>는 20세기 최고의 걸작 <대부>를 잇는 21세기의 걸작으로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마피아 세계에 얽힌 가족들간의 복잡한 갈등과 어긋난 증오를 무게 있고 웅장하게 풀어낸 거장 크로넨버그 감독의 연출력과 궁극의 정점에 오른 비고 모텐슨의 연기력 등 금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특히 ‘미친 사람’의 별칭을 갖고 있는 도스토예브스키의 <악마>라는 책에서 많은 도움을 얻어 완성된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처럼 비극 속에 놓여진 남자 니콜라이는 영화사상 전례 없이 고독을 품은 캐릭터. 비고 모텐슨의 열연에 힘입어 그의 어조에 담긴 분위기와 비바람이 휩쓸고 간 길거리, 낡아빠진 인테리어 안에 있는 표정 등 관객들 뇌리에 각인되는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을 목도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이스턴 프라미스>에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화제의 명 장면이 등장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비고 모텐슨과 그를 암살하려는 두 명의 조직원과의 대결을 보여주는 일명 ‘욕탕 결투씬’은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강렬함을 선사할 것. 비고 모텐슨이 대역 없이 실제로 나신(裸身)으로 열연한 이 장면을 두고 유명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앞으로 나올 폭력묘사의 귀감’이라 평하기도 했다.
인간내면에 대한 깊어진 성찰 거장 크로넨버그 감독의 새로운 세계관
<이스턴 프라미스>는 동시대 감독 중 가장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연출하고 있는 크로넨버그 감독의 달라진 연출력을 만날 수 있기에 더욱 주목 받는 작품이다. 그간 실험적이고 독특한 세계관으로 끊임 없이 화제를 모았던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인간외형의 변형을 통해 내면을 탐구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이스턴 프라미스>를 통해 인간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캐릭터에 대한 연민 등 더욱 포용적이고 넓어진 세계관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실험적인 묘사에 대해 극렬한 찬반논쟁을 펼쳤던 언론과 평단은 이번 작품이 공개되자마자 한 목소리로 “거장의 자리에 완벽하게 안착했다”는 극찬을 보냈다.
<이스턴 프라미스>는 일정 부분 감독의 전작인 <폭력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표현방식이나 내용적으로는 별개이지만 두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정체성의 문제, 전통적 가족구조, 개인적 위기와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감독이 끊임없이 되묻고 집착했던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있는가?’하는 화두를 또 다시 던질 것이다.
전세계 스탭들이 함께한 유일무이 프로젝트 현실에서 일어나는 실제 범죄조직의 이야기
<이스턴 프라미스>는 전세계 스탭이 함께한 유일무이한 창조적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전세계 프로젝트답게 캐나다 출신의 감독, 영국인 시나리오 작가, 각 두 나라와 미국의 프로듀서들과 미국, 호주, 독일, 프랑스, 폴란드 등 각국의 배우들이 참여했고, 영국과 캐나다의 공동제작으로 촬영은 영국에서, 마무리작업은 캐나다에서 이루어졌다.
런던에 갓 정착한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더티 프리티 씽>으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각본가 스티브 나이트는 새 작품 역시 런던 속 또 다른 국적의 이민자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을 크로넨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런던의 러시아 마피아 이야기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보리 v 자콘’은 실제로도 존재하는 조직이다. 조직의 이름인 ‘보리 v 자콘’은 ‘도둑의 계율’을 뜻하는 말로 이는 도둑들의 형제애, 곧 그들의 충성심을 나타낸다. 1930년대 모습을 드러낸 보리 v 자콘은 1970년대 소비에트 경제가 무너지면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서유럽과 미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던 세력을 러시아에서 한데 모으면서 더욱 발전하게 된다. 러시안, 조지안, 알젤바니아인과 우즈벡,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아브자흐, 터키인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수 천명 조직원들은 12개 정도의 국가에서 흩어져 살며 명령의 불복종은 곧 죽음이라는 행동지침을 지키고 있다. 이 밖에도 영화 속의 많은 것들이 실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조직의 대부로 등장하는 세미온의 캐릭터도 실제 뉴욕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사람에게서 가져왔고, 안나의 캐릭터 역시 실제 런던 위팅턴 병원의 조산원을 모티브로 했다. 런던 내 자리 잡은 러시아 마피아들의 범죄행각 역시 실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존하는 조직이 연관된 세계를 그리기 때문에 런던경찰과 FBI와도 긴밀한 협조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범죄 조직의 실감나는 묘사를 위해 런던과 뉴욕에서 활동하는 범죄자들의 도움 역시 받았다.
연기파 배우들이 선사하는 신들린 연기 러시아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국적 배우들의 노력
<폭력의 역사>로 크로넨버그와 함께 작업한 비고 모텐슨은 이번 작품으로 완벽하게 감독의 페르소나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는 러시아인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여러 주를 보내며 러시아어를 배우고 러시아 영화와 TV프로그램,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읽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마피아들과 관련되어 있는 범죄와 폭력조직들에 대한 조사를 하며 실제로 조직원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촬영할 때도 항상 러시아 감옥에서 만든 염주를 지니고 주변을 러시아 초상화로 장식하는 등 캐릭터에 몰두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비고 모텐슨은 완벽한 러시아 마피아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고 ‘정점에 오른 연기’라는 극찬과 함께 올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영국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지명과 각종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비고 모텐슨의 상대역이자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안나 역의 나오미 왓츠 역시 캐릭터의 내면세계를 접근하는 동시에 간호사 역할을 위해 병원에서 출산모들의 분만과정을 관찰하고 또한 러시아산 오토바이 타는 법을 처음으로 배우기도 했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노력한 것은 언어에 관한 것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런던이지만 저마다 러시아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러시아식 영어를 구사해야만 했다. 하지만, 광대한 폭력성과 순수한 열정이라는 혼돈의 감정을 가진 키릴 역의 뱅상 카셀은 프랑스, 세미온 역으로 새로운 대부상을 제시한 아민 뮬러-스탈은 독일, 시네드 쿠삭은 아일랜드, 저지 스콜리모우스키는 폴란드 출신. 다국적 배우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오미 왓츠 역시 영어 악센트를 다시 가다듬어야만 했다. 영화 속에는 다채로움을 가진 현재 런던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기 때문에 러시아, 터키 등을 구사하는 3명의 언어코치가 초빙되었다. 동유럽식 영어 악센트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훈련을 받은 배우들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몰랐는데 저 배우가 러시아인이었구나’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줄 것이다.
온몸을 뒤덮은 43개의 전신문신 그들 각각이 가진 놀라운 의미들
<이스턴 프라미스>의 중요한 스토리와 시각적 요소는 러시아 감옥을 다룬 다큐멘터리 <마크 오브 케인>의 원작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책을 통해 러시아 범죄 유형에 대한 사진과 도형, 그 유형에 대한 의미와 문신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 문신은 커다란 비유와 상징을 나타낸다. 러시아 수용소에 있는 범죄자들에게 있어 문신은 그 사람의 인생을 말해준다. 문신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수감 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성적인 취향이 어떤지 등 여러 것을 말해준다. 그들은 문신을 통해서 소통하는 것이다. 옥스포드 문신 박물관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문신 기구를 만들어 약 4시간 동안 비고 모텐슨의 등과 손목, 발목, 손가락까지 온 몸을 43개의 문신으로 뒤덮었다. 43개의 문신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꽃과 함께 있는 해골, 담배 피는 해골, 호랑이, 별, 아기와 함께 있는 성모마리아, 칼을 가지고 있는 여자, 뱀과 단검, 스콜피온, 항해하는 배, 바퀴 위에 있는 벌거벗은 천사, 예수, 잔인한 약탈자, 코폴라, 에폴렛, 까마귀, 십자가, 파이프를 물고 있는 고양이, 나뭇가지, 단추, 바벨탑, 발목 수갑, 7개의 다채로운 손가락 문신들과 12개의 러시안 속담들. 이 문신들은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발목 수갑 문신은 수용자들이 자신의 발목을 그어버리던 베드로 시대의 오마주이며, 가슴에 있는 십자가상은 종교가 아닌 모범이 될만한 도둑이라는 뜻이다. 등에 있는 세 개의 둥근 지붕 모양의 교회 역시 3개의 다른 감옥을 나타내고 손가락에 있는 성 페테르스버그 십자가는 그곳에서 수용생활을 했다는 뜻이다. 특히 니콜라이의 무릎에 있는 별 문양 문신은 보리 집단의 영속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권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집단 안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몇몇 문신들은 상당히 시적이다. ‘지금 어디 가니?’, ‘넌 대체 뭘 신경 쓰는 거야?’, ‘내가 살던 대로 가만히 놔둬. 마치 꿈처럼 말이야’, ‘나는 운명의 노예이지만 법의 끄나풀은 아니다’의 문장들이 신체 곳곳으로 이어진다. 이를 해석하면 ‘나는 불만 없이 내 삶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습니다만, 당신에 대한 어떠한 존경심도, 당신 말에 복종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아무 상관 없어요’라는 뜻이다. 문신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배우들이 러시아 식당을 갔을 때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그들을 보고 진짜 보리의 조직원들이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고.
다양한 문화의 조화, 반대되는 세계의 공존 삶이 담긴 런던의 ‘진짜’ 모습
<이스턴 프라미스>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도시 대신, 현지인들은 잘 알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모르는 장소를 중심으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외곽의 도시는 인도 식당 옆에 터키인이 운영하는 이발소가 있고 옆에 알바니안 보석가게가 있는 오늘날의 다문화 도시인 런던의 모습을 그대로 녹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킬번이라는 이름없는 교외와 울위치, 그린위치, 사우스와크, 브룸톤, 세메터리, 캐논 시가지, 해크니 부동산 그리고 할레스덴까지, 여행지가 아닌 삶이 그대로 담긴 런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실제로 범죄가 성행하는 할레스덴은 안전을 위해 밤이면 20명의 안전요원과 4명의 경찰들이 돌아다녀야 했다. <이스턴 프라미스>의 디자인 컨셉은 런던에서 함께 공존하고 있는 두 개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안나를 중심으로 한 혈연관계의 가족과 중간계급, 니콜라이의 부유한 범죄 세계와 그들의 ‘패밀리’를 대조시키고 있다. 영화의 촬영지 선정을 위해 토론토에서부터 런던까지 사전 답사를 했고 위팅턴 병원은 실제 건물의 외관을 촬영했고 트랜스-시베리안 레스토랑은 세인트 페테르스버그의 수도원 이미지를 차용해 음식의 모습, 담긴 모양새, 색감 등 다양한 요소와 이미지를 조합시켰다.
힘과 어두움을 상징하는 검정의 미학 아르마니 수트의 아름다움
영화 속에서 배우들은 대부분 원색적을 배제한 무채색의 튀지 않은 색들의 의상들을 입고 등장한다. 이는 런던의 중심가가 아닌 변두리,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생활하는 이민자들이 가진 어두운 면을 표현하고 있다. 크로넨버그 감독의 여동생인 데니스 크로넨버그가 담당한 의상은 이러한 런던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러시아 창녀들부터 웨이터들까지 의상제작을 위한 수 많은 사진을 수집하면서 러시안들이 검정색을 애용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 검정색은 힘을 상징하는 것이다.영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누군가를 위협하거나 조직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검정색 의상을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검정이라 할지라도 비고 모텐슨은 조직의 운전수에 걸 맞게 정장과 넥타이,드레스 셔츠 그리고 코트와 장갑,멋진 선글라스를 입었다. 그리고 이중에서도 그가 착용한 수트는 아르마니가 특별 협찬한 의상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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