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오락영화의 결정판 <춤추는 무뚜>
연간 800편이 넘는 세계 최대의 영화왕국 인도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인도 오락영화의 최고걸작 <춤추는 무뚜>가 국내 상영된다. 이 작품은 영화가 최대의 오락이자 위안거리인 인도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5주간이나 롱런 히트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하여 70억원 이상의 흥행수익을 거두며 젋은층에게 인도 영화 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춤추는 무뚜>는 인도판 '왕자와 거지'에다 극단의 꽃다운 여배우 랑가와의 러브스토리가 더해진 웃음과 감동이 있는 영화다. 거기에 시종일관 흐르는 신나는 노래와 테크노의 디지털비트에 어우러진 춤으로 화려한 뮤지컬 영화를 보는 듯하다.
인도영화는 '마사라'(마사아라는 요리에 사용하는 스파이스)영화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춤과 음악, 사랑과 기쁨, 눈물과 폭력등이 어우러진 영화형식이 음식의 양념처럼 한 곳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 영화에는 현실의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춤, 그리고 환상의 세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할리웃 영화처럼 로맨스, 스릴, 분노, 액션 등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있어, 관개들에게 충분한 오락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도 대중들에게 영화는 자신의 힘으론 도저히 벗어나기 힘든 계급과 고단한 삶을 잠시라고 잊게 해주는 탈출구이자 휴식의 역활을 한다. 이런 점들이 인도 영화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양적으로 할리우드을 능가하게 된 이유다.
영화의 즐거움이란 무엇인가? 오락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춤추는 무뚜>는 이러한 물음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컴퓨터가 만들어낸 폭발이나 SFX같은 헐리우드영화에 식상한, 예민한 유럽영화를 보고 속물처럼 점잔을 빼는데 지친 사람들이 "아 영화란건 이렇게 솔직하게 즐기는 것이구나"라며 원점으로 돌아오게 한다. 자연스러운 '무공해 상상력'이 그려낸 이 영화의 재미는 신선하고 기발하기까지 한다. <춤추는 무뚜>는 손장단, 휘파람 , 탭댄스, 웃음과 눈물, 오감을 총동원해서 '그냥 느끼는'영화다.
지난해 일본에서 상영된 <춤추는 무뚜>는 흥행에서 크게 성공을 거둠으로써 일본에서의 인도영화의 지도를 크게 바꿔 놓았다. 힌두어 영화 대신 남인도 타미르어 영화가 인도 영화의 대명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타미르어 영화 역사는 1931년 터키에서 도입되어 힌두어 영화와 그 역사를 같이 한다. 남인도 특히 타미르나드주의 영화는 무성영화시대 이후사회적인 테마와 연결되어 메시지가 강한 것이 특색이다 또한 정치적인 프로파간다적인 요소가 있어서 타미르 영화계는 많은 정치가를 배출해 왔다. 현재의 주 수상도 원래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다. 영화속에 강한 메시지를 담은 전통은 대중연극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중연극에 대해서는 영화 <춤추는 무뚜>속에 등장하는 유랑극단의 모습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배우들은 마을에서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생활을 꾸려나간다. 유랑극단은 19세기말에 나타나, 금세기 전반에 전성기를 누렸다.) <춤추는 무뚜> 는 작품속에 메시지를 짜넣은 타미르 오락미디어의 고집스러운 전통을 잇고 있다. 하지만 작품에 담긴 메시지는 지금까지 타미르 영화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실로 <춤추는 무뚜>는 고전의 전통위에 현대적 스타일을 가미한 새로운 영화인 것이다. 그러면 영화 <춤추는 무뚜>가 이어나가는 타미르영화의 좋은 전통과 <춤추는 무뚜> 가 전달하고자 하는 새로운 메시지는 무엇인가?
영화<춤추는 무뚜>에 담겨진 메시지란 "경제적인 가치와는 다른 무언가에 눈을 뜨자"라는 것이가. 기존의 도덕이난 윤리를 강요하는 식의 설교가 아니라 "기존의 가치관에 의문을 가져라"라는 것이다. 인도는 90년대에 경제 개방정책으로 도시의 중간계층이나 상류계급을 중심으로 더욱 윤택해 졌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정치 상황이나 아시아 경제 후퇴의 영향으로 고속성장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더우기 핵실험으로 인한 경제제재가 뒤따를 지도 모른다. <춤추는 무뚜>는 순간적인 경제발전에 넋을 잃은 인도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영화다. 이는 고도성장을 달성하고 거품경제를 경험한 후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우리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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