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다른 두 여자의 육체와 영혼을 탐닉하는 이야기
<살결>은 실패한 사랑과의 육체적 관계에 집착하는 한 남자가 자신의 아픔과 닮아있는 한 소녀와 만나는 이야기이다. 두 인물은 우연히 같은 공간을 배회하며 서로의 삶을 엿보게 되고, 점차 서로에게 스며들게 된다. 그들이 속한 차원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장소에 사랑과 육신과 정체성이 빚은 갈등의 자국들을 남긴다.
<살결>은 주인공 민우가 겪는 두 가지 만남에 의해 전개 된다. 하나는 옛 애인과의 육체적 만남이고, 다른 하나는 죽은 소녀의 영혼과의 만남이다. 두 만남은 서로 대비되기도 하고 뒤섞이며 교차한다. 영혼과의 교감이 계속되면서 옛 애인과의 육체적 관계도 변화된다. 남녀의 육체적인 관계는 개개가 절정을 가진 하나의 드라마이고, 그 드라마들은 두 사람의 감정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이야기는 민우가 옛 애인과의 육체적 관계와 소녀의 영혼과 맺게 되는 관계의 변화를 추적해 가고 마침내 그들 내면에 덮어두었던 진실에까지 이른다. 카메라는 인물들에 아주 가까이 다가서거나 멀리 떨어지는 것으로 운명에 무력하면서도 한편 그 안에서 발버둥치는 그들의 이중성을 묘사한다.
영화의 이미지는 램브란트의 초상화를 닮았다. 램브란트가 추구한 빛과 그림자가 단지 형상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인물의 갈등과 욕구, 불안, 공포가 내재돼 있는 것처럼 <살결>도 점차 그림자 속에 들어있는 인물들의 이면을 드러내고 마침내 주인공 자신의 정체성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내밀하게 그린다.
앙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대상 이성강 감독의 첫 실사 영화
애니메이션은 실사가 불가능한 모든 환상을 스크린에 담는 장르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며 ‘한국의 미야자키 하야오’라 불리는 이성강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칸이라 설명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에 빛나는 세계적 감독이기도 하다. 실사가 담아내지 못 하는 아름다움과 서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창조해낸 그가 그 감각 그대로, 첫 실사영화를 만들었다.
환타지와 사실적인 내러티브의 만남. 카메라와 필름에 스며든 그림의 色과 질감. 이성강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역작 <살결>은 특별한 감성으로 이미 국내 개봉 전 임권택 감독에게 격찬을 보냈던 모스크바 영화제와 홍상수 감독을 발굴하고 이창동 감독에게 용호상을 수여했던 밴쿠버 영화제에 초청되며 그랑프리의 경합을 벌였을 만큼 탁월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실사,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담은 영상. <살결>의 매혹은 당신이 보아왔던 이제까지의 영화들과 감각의 本이 다르다.
신비로운 형식, 섬세한 디테일, 연인의 살결처럼 다가오는 영화
영화 <살결>은 ‘한 여자의 죽음을 목격한 다음날, 죽어도 못 잊을 옛 애인과 마주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에게 다가온 두 명의 여자는 각각 죽음과 삶, 슬픔과 열정, 비밀과 진실의 다른 표정으로 그를 사로잡는다. 죽은 여자의 영혼과 살아있는 연인의 육체를 동시에 느끼는 통로, 그것이 바로 ‘살결’이다.
<살결>은 이처럼 신비로운 이야기를 섬세한 디테일로 담아낸다. 저예산 HD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풍부한 색감과 공들인 미술이 영화의 곳곳을 마치 명화처럼 아름답게 채운다. 램브란트의 그림처럼 빛과 그림자에 인물의 갈등과 욕구, 불안과 공포가 담겨지고 카메라는 스크린을 애무하듯 팽팽한 클로즈업과 아스라한 원경, 매혹적인 미장센들을 포착해낸다.
2007년 5월 10일.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과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살결>은 ‘마음의 누드’ 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초대가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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