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의 귀재, 볼프강 페터슨의 귀환 재난영화의 걸작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완벽한 리메이크
볼프강 페터슨 감독은 2004년 <트로이>로 국내에서만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세계적으로 5억불의 흥행수익을 거둔 최고의 흥행감독이다. <사선에서><아웃브레이크><에어 포스 원> 등 제목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였던 그가 2006년 <포세이돈>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왔다. 더욱이 이번 작품의 소재가 지진해일인 쓰나미라는 사실은 더욱 주목할만하다. 볼프강 페터슨은 거대한 태풍에 대항하는 인간의 사투를 그린 <퍼펙트 스톰>의 감독. <퍼펙트 스톰>은 물의 대재앙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해 2000년 아카데미상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SHOWEST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뿐만 아니라 볼프강 페터슨을 일약 국제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린 작품은 잠수함을 소재로 한 1981년 작 <특전 U 보트>이다. 이 작품은 독일어 영화로는 최초로 감독상, 각본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명작으로 긴박한 재난상황과 인간의 심리적 강박 묘사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이처럼 물의 재앙에 대해 누구보다도 탁월한 능력을 선보인 볼프강 페터슨이 재난영화의 고전이라 불리는 1972년 작 <포세이돈 어드벤처>을 리메이크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첫 장면은 새해 이브에 호화 유람선에 탄 수 천명이 갑자기 큰 파도에 휩쓸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원작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들이 등장해 한 개인으로서 혹은 단체의 일원으로서 생존자들이 어떤 경험을 해나가는지, 그리고 그들의 여정이 어떻게 끝을 맺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1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창조해낸 거대한 스펙터클은 원작을 뛰어 넘는 역대 최강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탄생을 예고한다.
죽음이 눈 앞에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극한 상황 속에 드러나는 삶에 대한 우화
볼프강 페터슨 감독은 <포세이돈>을 찍으며 이런 의문을 갖게 됐다. 만약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져 종말과도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리더가 될 것인가, 뒤에서 따라 갈 것인가, 혼란에 빠져 삶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평소 인간본성 탐구에 관심이 많았던 볼프강 페터슨은 이 영화를 통해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호화 유람선의 스펙터클한 비주얼 뿐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들 사이의 극적 드라마에도 렌즈를 들이대고 있다. 삶과 죽음의 극단적인 기로에 선 인간들은 모든 격식과 가식의 허물을 벗고 적나라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희생자들이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재난을 당한다는 점은 감독의 전작들과는 차별된다. <특전 U보트>의 등장인물들은 군인이었고 <퍼펙트 스톰>은 뱃사람들로 바다에 적응이 된 인물이었지만 이번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관광객이다. 뿐만 아니라 배 안의 사람들은 나이와 외모, 성별, 국적 등이 천차만별로 재난은 사람들 사이의 차별을 없애고 모두 평등하게 만든다. 이러한 요소를 더욱 부각시켜 배를 타지 않고도 관객들이 바로 자신에게 닥친 일처럼 느끼게 만들기 위해 익사, 화재, 추락 등 인간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포의 요소들을 영화 속에 최대한 집어넣었다. 이중 공포를 배가시키는 것은 바로 공간의 폐쇄성이다. 통로도 없고 공기도 부족한 죽음의 공간, 수 천명에서 소수의 몇 명으로 생존자가 줄어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스스로 그 상황과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생존자들의 앞에 닥친 도전과 선택은 그 자체가 삶의 모습을 대변하는 우화라고 감독은 말한다. "극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손을 잡을 때, 우린 그를 구하거나 아니면 그에 의해 죽음으로 끌어내려진다. 어떤 시점에서 그 손을 놔야 할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순간은 생과 사를 결정한다.'
연기력은 기본, 대역 없는 스턴트 연기까지 재난의 공포와 진실을 알리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
죽음을 목전에 둔 승객들을 연기하기 위해 불록버스터급 재난영화에 단골로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분노의 역류>에서 잊을 수 없는 명 장면을 연기했던 커트 레셀과 <스텔스>의 조시 루카스, <투모로우>와 <오페라의 유령>으로 익히 알려진 에미 로섬, <죠스>의 리차드 드레이퍼스를 비롯해 제이신더 배럿, 케빈 딜런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특히 세계적인 밴드 ‘블랙 아이드 피스’의 보컬로 잘 알려진 가수 겸 작곡가 스테이시 퍼거슨이 출연해 직접 노래를 부른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감독은 출연진에게 이 영화는 재난에 관한 얘기가 아닌 자신이 닥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바로 자신에 관한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때문에 배우들은 극한 상황 속에서 고통 받았던 사람들의 심경을 생각하며 캐릭터에 몰두했다. 촬영이 시작됐던 2005년 6월 무렵,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쓰나미의 충격이 세계인의 뇌리 속에서 아직 생생할 때였다. 배우들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과 공포를 진실되고 생생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출연배우들에겐 연기력뿐 아니라 강인함도 요구됐다. 줄에 묶여 날아다니고, 물살에 휩쓸리는 위험한 연기는 기본이고, 촬영기간 동안엔 물속에서도 연기를 해야 했다. 수중 연기를 위해 출연진은 각자 일주일간 다이빙 안전 팀으로부터 훈련을 받았다. 커트 러셀, 조시 루카스 등 거의 대부분의 배우들이 스턴트 장면을 스스로 소화했다. 특히 거의 수직으로 뻗어있는 좁은 에어컨 배관을 타고 올라가는 8분 여의 장면을 위해 배우들은 1주일 동안 거의 수직으로 된 좁은 공간을 오르며 폐쇄 공포를 느낄만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촬영장에는 배우와 스탭들의 안전을 위해 프로 다이버들이 상시 대기했다.
길이 337미터, 높이 70미터의 거대한 스펙터클 첨단 테크놀로지의 특수효과가 검증된 제작기술과 만나다
영화 속에서 유람선은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작 단계에서 특별하게 여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배 안에서 촬영한다는 건 상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그린 초호화 유람선은 감독의 마음에는 흡족했지만 그림만큼 멋진 배를 완벽하게 제작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은 이를 가능케 했다.
선박의 내부는 실제 세트로 제작되었지만 337.1미터 길이의 초대형 유람선의 웅대한 외형과 46미터 높이의 파도는 CG를 이용해 실물과 거의 똑같은 정교한 모습을 만들어냈다. <퍼펙트 스톰>에 참여해서 놀라운 기술력을 선보였던 ILM사가 이번에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래픽 기술로 마법을 실현시켰다.
특히 거대한 파도를 만들기 위해 스탠포드 대학 컴퓨터 그래픽학과의 지원 하에 100명의 ILM 특수효과 팀이 1년의 연구 끝에 '컴퓨터 액체 역학'(COMPUTATIONAL FLUID DYNMIC)이라고 불리는 첨단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물이 사물과 섞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로, 현재 존재하는 하드웨어로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 새로운 하드웨어 개발을 병행할 정도의 첨단테크닉이다. 이 기술 덕분에 관객들은 배가 파도에 휩쓸리는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단순히 높이 46미터의 파도가 휘몰아치는 게 아니라 파도가 배와 부딪혀 포말을 일으키고 갑판을 뒤덮고 마침내 배를 뒤엎는 모습을 물리학의 법칙을 적용해 자연현상의 미학에 가장 접근한 CG화면을 창조해 내었다.
100일간 24시간 풀 가동, 실제 크기로 제작된 2개의 연회장 거꾸로 뒤집힌 연회장 안에 34만 리터의 물을 쏟아 부어라
초현대적 아름다움과 시간을 초월한 우아함을 겸비한 유람선은 승무원들의 유니폼 단추에 포세이돈의 이니셜인 P를 수놓을 만큼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 마치 실제로 운행하는 선박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포세이톤> 기술 팀은 <노인과 바다> 같은 고전영화의 촬영장이자 페터슨 감독의 전작 <퍼펙트 스톰>이 촬영되었던 세계 최대의 스튜디오 풀에 100일 동안 24시간 풀 가동하여 두 개의 세트를 만들었다. 세트 안의 대도구와 소도구들 역시 하나는 원래의 모습으로, 다른 하나는 파도에 거꾸로 뒤집혀 박살이 난 모습으로 각각 두벌씩 제작되었다. 특히 전체 22미터 길이의 로비와 5층 깊이로 거꾸로 처박힌 승강장 등 거대한 구조물을 기울어진 상태로 받치기 위해서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할 만큼 강한 힘이 필요했다. 때문에 100명의 기술진이 5개월에 걸쳐 34톤의 철재와 1만장의 합판을 설치했다. 또한 영화 속에서 가장 압도적인 장면인 물살에 휩쓸려 박살이 난 연회장을 만들기 위해 지름 2.5미터 파이프 10개를 세워 특수 도관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34만 리터의 물을 쏟아 부었다. 이 엄청난 양의 물은 3센티미터 두께의 강화유리를 깬 뒤 계속 안으로 밀려들어왔고, 결국 화면상으로 믿을 수 없이 멋진 장면이 만들어졌다. 모든 게 눈가림이 아닌 진짜였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기술이 조합된 600여 개의 특수효과 CG 기술이 도입된 이래 가장 완벽한 기술
카메라의 시선이 물밑에서 수면으로 떠올라 선체의 모습을 비춘 뒤 선미를 한 바퀴 돌아 뱃전을 지나 갑판 위를 달리는 한 인물을 비춘다. 카메라는 인물을 줌 인한 후 그의 주변을 180도 회전한 뒤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비추다가, 줌 아웃하여 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렌즈 가득 담은 뒤 수영장에서 담소하는 사람들을 지나 그 너머로 보이는 대양 위의 아름다운 일몰 장면에서 샷은 멈춘다. 2분 남짓의 이 장면에서 실제의 피사체는 조깅을 하는 인물뿐이다. 그린 스크린으로 조깅 장면을 찍은 화면을 CG의 가상 배경에 입힌 것으로 그 어느 영화보다도 복잡한 기술로 만들어진 600여 개의 VFX 샷이 도입된 부분이다. 페터슨 감독은 ‘CG 사상 가장 대담하고 무모한 시도였지만 영상은 완벽하게 리얼’하다며 자신감을 내 비췄다. 한편, 촬영장에는 항시 한꺼번에 4대 이상의 카메라를 가동하며 촬영했다. 물속 촬영을 위해서는 방수케이스에 카메라를 넣고 수중에서 빛이 굴절되지 않도록 렌즈 위에 돔 형의 유리 조각을 끼워 카메라위로 물이 쏟아져도 촬영이 가능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촬영을 할 때는 카메라에 긴 팔을 매달아 리모컨으로 작동을 했다.
화염을 다스리는 금속판의 활약 세계 최고의 특수분장 팀이 가세한 150개의 인조인간, 65개의 시신들
극중에서는 물뿐 아니라 곳곳에서 치솟는 화염이 생존을 위협한다. 연료탱크가 터져 화염이 폭포처럼 치솟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물과 연료를 섞어 폭포 효과를 만들어낸 다음 색깔을 약간 넣어 100% 연료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가장 기발한 효과는 조시 루카스가 물속을 잠수하며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안전한 수면을 찾아 헤엄치는 장면이다. 일명 '쿠키판'이라는 금속판을 만들어 수면 위에 매달아 도관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불이 붙어 화염이 번져도 쿠키판이 누르고 있어 다른 곳으로 불길이 퍼지지 않는다. 하지만 물밑에서 올려다 볼 땐 엄청난 기름 화염이 물을 뒤덮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주요 출연진들과 스턴트 연기자, 수백 명의 엑스트라들만으로는 수천 명의 승객들을 다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VFX 스캐닝 회사 ‘아이트로닉스’가 살과 피가 튀며 죽어가는 150여 개의 인조인간을 제작했다. 또한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KNB EFX 그룹’이 만든 유리섬유로 된 65개의 인체모형은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해 수중에 떠다니는 시신으로 등장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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