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와 수안보의 ‘와이키키’ 꿈과 현실의 간극이 주는 서글픔 또는 희망 실제 ‘와이키키’라는 곳은 화려하다. 화려하다 못해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그 공간을 제목에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그러나 결코, 화려하지 않다. 밤무대 삼류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그들의 주 무대인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도 와이키키가 주는 환상과는 동떨어져 있다. ‘와이키키’라는 공간은 어린 시절 가졌던 장미빛 꿈과 어른이 되었을 때 맞닥뜨린 현실이, 하와이와 수안보의 차이 만큼이나 멀어져 가고 있음을 효과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이 이제는 더 이상 꿈이 아닌 고단한 현실이 되어있음을 발견할 때, 꿈과 사랑을 나눴던 친구들과 더 이상 그 순수했던 시절을 공유할 수 없음을 목격할 때 밀려드는 쓸쓸함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비틀즈를 꿈꾸던 고교시절의 밴드가 지방 나이트클럽 밤무대 밴드로 궁상맞게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듯 고단함 속에서도 희망은 언제나 힘이 되어줄 정도의 크기로 시작된다. 꿈과 사랑을 잃고 근근히 살아가는, 그래서 매 순간 막다른 길에 다다른 듯 보이는 이들은 그 안에서 출구를 다시 찾아냄으로써 ‘희망’의 끈을 잡는다. 그러니 삶이란 것이 살아볼 만한 것일 수 밖에...
경쾌하게 풀어내는 삶의 쓸쓸함
어린시절의 꿈과 사랑을 잃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밤무대 삼류 밴드의 삶을 통해 이 시대 우리 삶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쓸쓸함에도 불구하고 그 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경쾌하다. 낙원동에서 수안보 관광호텔까지 실제 밤무대 밴드들을 만나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주인공들의 드라마틱한 일상과 어린 시절의 꿈과 첫사랑이 주는 그윽한 향수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영화적 재미를 보장한다. 또한 송골매의 “세상만사”, 옥슨80의 “불놀이야”,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 등 향수를 자극하는 7~80년대의 명곡 뿐만 아니라 산타나의 “유로파”, 김수희의 “남행열차”,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 코요태의 “순정” 등 시대와 장르를 총망라한 20여 곡의 라이브 음악이 영화 전편에 걸쳐 흘러나오며 흥겨움을 더한다.
진실한 얼굴, 캐릭터 중심의 캐스팅
스타에 맞게 캐릭터를 고칠 것인가,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찾아낼 것인가? 한국 영화가 소수의 스타에만 의존하다 보니 영화 속의 새로운 캐릭터 창출은 풀어야할 과제로 미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2000년 개봉작 [박하사탕]과 [섬]은 스타를 쓰지 않고도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신선한 얼굴을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한 것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던 것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한국영화계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배우 기근 현상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캐스팅의 기본 원칙은 연기력을 신뢰할 수 있는 배우, 굴곡있는 인생을 산 듯한 깊이있는 얼굴의 배우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오랜 연극 활동에서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얼, 오지혜, 박원상을 비롯 국내 최초로 진행된 8개 영화사의 연합 오디션, ‘도전2000-사상 최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황정민, 한기중은 예의 진중하고 깊이있는 연기력으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또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2001년 대종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류승범이 밤무대 밴드 인생의 시작을 의미하는 역할로 분해 개성있는 캐릭터를 완성해내었다.
임순례 감독과 명필름의 만남
합리적인 제작시스템 구현과 완성도 높은 영화를 지향하는 명필름은 그동안 [접속], [조용한 가족], [해피엔드] 등을 통해 재능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하고, [섬]을 통해 대안적인 제작 시스템을 모색한 바 있다. 또한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소재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기술적인 완성도를 갖춘 대작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 영화의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될 [공동경비구역JSA]의 다음 프로젝트이자 명필름의 8번째 영화인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공동경비구역JSA]가 한창 촬영중일 때 제작 결정된 작품이다. 명필름은 8번째 작품으로 영화를 통해 인생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진실한’ 영화를 선택했다. 임순례 감독의 연출관과 세상에 대한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한국 영화의 다양화와 질적 성숙에 일조할 수 있기를 명필름은 희망한다. 또한 명필름은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재미 위주의 장르영화들이 갖지 못하는 ‘진정성’을 갖춘 영화로서 이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영화는 2001년 3월에 완성되었지만 개봉을 10월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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