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1961, The Aimless Bullet)
|
|
휴전 후 1950년대의 빈곤과 불안, 모순, 절망의 상황을 탁월한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조명한 문제작. 박봉의 월급장이인 주인공(김진규), '가자'를 외쳐대는 정신이상의 모친(노재신),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 부상으로 제대한 사고뭉치 동생(최무룡), 양공주로 전락한 동생(최애자), 학업을 포기한 신문팔이 막내 동생, 어른들의 말을 무조건 불신하는 딸. 마지막 택시 안에서 만취한 모습으로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난 전쟁중에 잘못발사된 오발탄같구나!'라고 읊조리는 신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평가된다. 상영 한달만에 반사회적이고 내용이 어둡다는 이유로 상영중지되어 1년이상 계속되었다. 오발탄은 약자의 생존과 침울한 사회상을 쇼트내의 몽타쥬에 의한 영상, 대담한 화면구도, 허구성이 아닌 리얼리즘 기법으로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획을 긋는 작품이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진부하거나 유치하지 않고 현대인들의 심리적 상황에도 공감할 수 있는 의미있는 영상을 담고있다. 제7회 샌프란시스코영화제 본선에 진출했으며 김진규는 남우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오발탄]은 영화못지 않게 원작 소설도 아주 훌륭한 작품이다. 6.25라는 겨레끼리의 피비린내나는 끔찍한 싸움을 치룬 뒤에 서늘하기 이를 데 없는 모든 사람들의 삭막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미친 노모의 넋두리, 만삭한 아내의 몸부림, 강도죄로 붙들려간 동생, 양공주로 몸을 파는 누이동생등 이런 가정 환경 속에서 앓는 이를 부여 안고 양심만을 지키려는 주인공이 그 끝간데에서 지쳐 쓰러지며 외마디 소리를 지른 것이 바로 인간의 오발탄이라는 반어적인 저주이다. 삶의 끝간데에서 인간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우리에게 던져준 소설원작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해방 후 쓰여진 소설 가운데 으뜸가는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원작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끌고 나갔는가 하면 유감독은 소설원작이 언어로서는 도저히 나타낼 수 없는 현실적인 감각을 영상으로 드러내는데 초점을 모은 것이다. 아내는 만삭에 신음하다 끝내는 죽음앞에 놓이게 되고 동생은 교도소, 누이는 양공주 그리고 주인공의 극성스런 치통은 더욱 심해지는데다 실성한 노모는 넋없이 '가자,가자'고 외치고만 있는 이러한 극한상황을 유감독은 주인공의 이 앓음으로 영상화하고 있다.
모든 슬픔과 괴로움과 고통을 앓는 이를 부여안고 어찌할바를 모르는 주인공의 내면적인 심리를 영상으로 나타냄으로써 정녕 문학의 언어가 미치지 못하는 탁월한 솜씨로 아낌없이 나타내어 한국 영화사상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 |
|
|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