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샌더스 감독과 함께 <크루즈 패밀리>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커크 드 미코 감독은 남다른 이력을 지녔다. 남 캘리포니아 대학(USC)에서 학사 취득 후 곧장 이탈리아로 날아가 로마에서 혼자 3년을 기거한 것.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커크 드 미코 감독은 이탈리아 어를 배우고 출판사인 ‘포린 세일즈’에서 일하며 3년 간 수많은 제작사와 배급사, 그리고 이탈리아 영화 감독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뉴욕의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 구내 우편물 실에 취직한 그는 말단 자리에서 시작해 야심 찬 도전정신으로 곧 영화 부서 어시스턴트로 승격된다. 이후 94년 워너 브라더스의 <데이 인 노벰버> 각본 작업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영화 커리어를 발전시킨 커크 드 미코 감독은 워너 브라더스 외에도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즈니, 20세기 폭스 등 세계 유수의 영화사에서 제작 및 각본을 도맡아 실력을 인정 받았다.
이처럼 낯선 이력을 지닌 커크 드 미코 감독은 <크루즈 패밀리>의 제작에 있어서도 아주 독특한 접근법을 과시한다. 이번 작품을 무려 9년 간 준비했다고 밝힌 그는 “관객들이 ‘크루즈 패밀리’와 같은 눈높이로 영화 속 세상을 경험하길 바랐다”고 설명한다. 동굴의 어둠 속에 갇혀 있던 ‘크루즈 패밀리’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신세계가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이기를 바란 것이다. 이는 영화의 배경을 백악기(그 중에서도 크루데시우스기)로 설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신선하고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비주얼에 커크 드 믹코 감독이 그만의 방법으로 현실감을 부여한다. 바로 웃음 코드를 심어 놓은 것. 펀치 원숭이나 앵무 랑이, 더글라스 등 ‘크루즈 패밀리’보다 더 똑똑해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이 현시대 사람들의 우매함을 풍자하는 듯 해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공감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커크 드 믹코 감독은 <크루즈 패밀리> 이후 재기 넘치는 설정과 독특한 연출로 그의 영화 인생에서 다시 한 번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