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시, SM로프 마스터(2007, Bakushi)
‘바쿠시’는 ‘묶는 장인’이라는 의미로 끈에 의해 완전히 속박당하고 싶은 자들을 여러 방법으로 결박하고 매닮으로써 하나의 퍼포먼스를 형상화해낸다. 철저히 물신화된 몸의 퍼포먼스는 사도마조히즘(SM)의 향연으로 무대, 사진, 그리고 비디오 작업으로 사람들에게 전시된다. 영화는 세 명의 바쿠시, 즉 로프마스터들과 모델들의 퍼포먼스를 담아내기 위한 과정과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매우 논쟁적인 다큐멘터리이다. 논쟁은 로프마스터/모델, 가학/피학, 물신화된 표상/인간의 욕망 그리고 쇼/진실로 확대된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가 불러일으키는 쟁점에서 로프마스터들과 묶이는 자들은 그 사이에 로프라는 소통의 매개체를 끌어다 놓음으로써 아주 쉽게 달아나 버린다. 영화는 로프로 모델들을 묶고 매달며 자극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함으로써 그 소통의 목소리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어렸을 적 학대를 당해왔던 모델은 피학적인 쇼를 통하여 자신의 상처와 조우하면서 극대화된 욕망을 느낀다. 결국 SM이 심리 치료극이 될 수 없고 자기 파괴적인 물신화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치유가 아닌 욕망에 대한 실험과 파괴를 통한 완전한 자유에 있기 때문이다. 감독 히로키 류이치는 내면의 상처에 렌즈를 대기 전에 나비처럼 박제된 피학적인 몸을 들여다봄으로써 인간의 욕망에 대한 날카로운 목소리를 드러낸다. 로프마스터는 말한다. “인간의 내면과 욕망은 정말 불가해하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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