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당 '열매터'에는 모두 다섯 명의 여자가 모여 산다. 식당의 주인인 박영란, 주방에서 일하는 임청옥과 송경화... 그리고 여섯 살 동갑내기 친구인 해원과 수지.
박영란은 축복받지 못한 결혼을 하여 시댁과 인연을 끊은 채 살아가는 중이고, 송경화는 스스로의 덫에 걸려 미혼모가 되었으며, 임청옥은 사채 빚을 지고 도피생활 중이다(하여 그녀의 신분은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있다). 얼마 전까지는 이곳에 유일한 남자가 한명 있었다. 박영란의 남편이자 해원의 아버지인 정준석... 벚꽃이 눈처럼 쏟아지는 날 그가 실종되었다. 재벌 총수의 아들이었던 사람. 아버지의 기대를 배신하고 여공과 결혼하여 해원을 낳은 사람. 아내와 딸을 목숨보다도 사랑했던 사람... 그런 그가 모친의 부음을 듣고 육 년 만에 집으로 가던 도중...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박영란은 충격으로 쓰러진다.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 남편에게는 그 어떤 연락도 오지 않는다. 그는 정말 아내와 딸을 버린 것일까?
유민과 강표는 친남매가 아니다. 유민이 고아원에 있을 때 식당에서 일하던 강표의 엄마가 유민을 입양 했고, 그 후 친남매로 자랐다. 고깃배를 타던 아버지가 태풍으로 죽었다. 뒤 이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엄마마저 돈을 벌러 간다며 가출을 했다. 이젠 유민이 강표의 유일한 보호자다. 신장병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동생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은 서울에 들러야 하는 유민은 병원 갈 때마다 민재를 만날 생각. 민재는 유민이 벌써 일 년 전부터 침 발라 논 병원의 레지던트. 귀여운 스토커 짓으로 민재의 주변을 얼쩡거리던 그녀는 급기야 민재가 다니는 학교의 가짜 대학생 노릇까지 하게 되고, 양심이 찔리지만 그때부터 그를 병원이 아닌 학교에서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민재는 유민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도, 다른 여자들을 다루듯 함부로 대하지도 않는다. 함부로 대하기에는 유민이 너무 순수하고, 마음을 열기에는 아직 자신의 상처가 덜 아물었기 때문이다.
민재의 어머니는 민재에게 자동차 회사 딸과 당장 약혼을 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사업에 도움을 줄 것을 명령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민재는 유민을 찾아가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사랑하는 여자가 돌아올 때까지만 약혼녀 역할을 대신해 달라고... 하지만 유민이 자신의 동생인 승재와 동갑내기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승재는 유민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 아직까지 민재에 대한 맘을 접지 못하고 있는 어린 형수. 형과 떼어놓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발악하는 임여사. 끊임없이 민재를 흔들어대는 옛 연인 서연. 옛 연인이 돌아옴으로 해서 민재와 유민의 계약은 끝이 났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지 못한 채...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되어 가는 바로 그 시점에서 인위적인 파국을 맞은 민재와 유민은 미래에 대한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도, 어떠한 약속도 할 수가 없다. 민재는 말한다. 네가 대학을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그때 다시 우리 사이를 생각해 보자고... 그때까지 넌 공부만, 난 일만 열심히 하자고. 그때까지도 서로가 맘이 변치 않았다면 그때 다시 시작해보자고. 그때까지 넌 언제나 내 맘 속의 어린 연인으로 남아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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