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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낙원 웰컴 투 동막골
dolstone 2006-11-29 오후 1:38:36 1972   [7]

에.. 본지 한참 되었는데, 이제서야 포스팅을 하게 되었네요. (-_-;;;) 하여간, 올해 한국영화중 최고의 흥행작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아니, 역대 한국영화 흥행랭킹에 순위를 매길 정도니, 가히 동막골 열풍이라고 해도 좋을테지요. 사실, 남녀노소 모두 보기에 부담이 없으니 타켓도 넓고, 남북관계와 6자회담으로 사회적 이슈도 충분했고, 적절히 한국인들의 '한민족 증후군'을 살근살근 건드리면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판타지와 환상을 보여주었으니 어디 흥행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는 작품이란 생각도 듭니다.

 

사실 저역시 영화를 보면서 대부분 흐믓한 미소를 지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살아보고 싶은 곳 동막골에서의 삶을 보면서, 피가 흩뿌려지는 전쟁속에서 동막골에 들어가 마을에 동화되어 그 어느때보다 행복해지는 인민군과 국군, 그리고 미군을 보면서 전쟁과도 같은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동막골에 가고 싶어지는 우리의 모습을 오버랩하는지도 모르겠지요. 

 


 

이렇게 관객들의 감성에 자극하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꽤나 높은편입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수준급이며 (통속적인 등장인물들의 배경설정에도 불구하고) 미려한 화면 또한 흠잡을 데 없으며, 배우들의 호연 또한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드보이때부터 찍어놨던 제가 강혜정은 머리에 꽃을 꼽았어도 (이 역이 여러 여배우들에게 먼저 갔었는데 다들 꺼려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강혜정이 아닌 여일은 상상을 할 수조차 없습니다) 멋지며, 정재영도 새롭게 다시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능글능글 우리의 쉰옥수수 임하룡 형님도 이제는 완전 전업영화배우로 입지를 굳히실 생각이신가 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내내 흐르는 하사이시 조의 음악은, 우리가 보고 있는 동막골을 우리의 눈과 뇌에서 멈추게 하지 않고 우리의 우리의 마음, 우리의 추억과 환상속으로 끌어들어가 버립니다. 어쩌면 이 '웰컴 투 동막골'은 그간 하사이시 조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일하면서 만들었던 '천공의 성 라퓨타'나, '이웃의 토토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의 환상적인 세계와 궤가 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음악과 영화가 서로 만나 멋진 하모니를 만들게 된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면서 마냥 개운하게 나올 수만은 없었던 점도 있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왔는데 알 수 없는 텁텁한 뒷맛이랄까요. 아, 그렇다고 영화의 단점이라고 할 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생각에서 '이러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나오는 얘기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

 

먼저 전형적인 '우리편 좋은편, 상대편 나쁜편'의 구도가 조금 거슬렸습니다. 예전에야 국군은 좋은편이고 인민군은 나쁜편이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흘렀고, 이 영화는 한술 더 떠 국군과 인민군이 한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국군과 인민군과 맞서 싸울 적을 '코쟁이 양놈'으로 설정해 버렸습니다. 동막골이 인민군 기지라는 연합군의 오판 (이중에서 한국군은 계속 반대하지만 묵살당함으로서 면죄부를 얻죠), 마을로 내려온 공수부대원들의 잔인한 행동으로 "예네들 나쁜 애들이래요" 라고 영화속에서 얘기하고 있지만 꼭 이 영화 속에서 적을 만들어 내고, 적에 맞서 싸웠어야 하는지는 아쉽습니다.

 

물론 내부가 결속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전국을 통일한 후, 국내의 불평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조선을 침략했고, 웰컴 투 동막골 영화 안에서도 인민군과 국군, 그리고 연합군(스미스)가 마음을 여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동막골의 평화를 위협하는 외부의 적인 멧돼지입니다. 결국 이들은 공동의 적이었던 멧돼지를 구워 먹고 고기를 나눠 먹으면서 닫혀 있던 마음을 열게 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음... 한민족이 한편이 되었는데 적을 누굴 하지? 그냥 코쟁이들로 하자. 스미스 일병이 있으니까 '이렇게 좋은 외국인도 있어요' 라는 면피도 되잖아?" 라는 식의 설정은 조금 더 생각해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 스미스가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서 미식축구를 하는 것도 조금 거시기하게 봤습니다. 말도 안통하는 스미스의 주도로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미식축구를 가르친다는게 조금 그렇지 않나요? 미군인 스미스 혼자서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가장 미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미식축구를 가르치는게 영화적으로 좋은 건지, 스미스가 마을사람들이 하는 전통놀이를 배워 나가는게 옳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생각이 더 나아가서, 오히려 스미스가 마을의 전통놀이도 배우는 장면이 들어가게 되면 '무슨 우리것이 최고라고 너무 자랑하는 것 아냐?' 라는 비판이 나올까봐 그에 대한 균형추로 감독이 의도적으로 넣은 것일 수도 있고...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프더군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불만인 점은, 왜 모두들 죽어야만 하느냐 입니다. 결국 동막골은 여일을 포함해 인민군과 국군 여섯명의 피로서 평화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꼭 이들의 죽음으로 영화를 끝냈어야 할까요. 솔직히 영화에서 가장 큰 단초였던 스미스는 이들에게 무기를 전해주는걸 마지막으로 스토리 뒤편으로 물러나 버리고, 폭발에 터지고 기관총에 머리를 뚫리면서 동막골을 지켜 내는건 결국 검은 머리의 한국인들인데, 꼭 이들을 죽이면서 관객들을 슬프게 했어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나오면서 영화를 같이 본 사람에게 '만일 이 영화가 헐리웃에서 만들어졌다면 다들 안죽었을꺼다' 라고 얘기하기도 했었지만, - 진짜 2차대전을 무대로 연합군과 독일군간의 일로 영화를 리메이크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 이들의 피를 받지 않고도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방법도 있었을 꺼라 생각됩니다. '그들은 그리고 동막골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났어도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아, 그럼 흥행은 좀 덜했을라나...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도 들어 있고, 등장인물들에 자신을 너무 심하게 오버랩시켜버린 면도 있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마지막으로 나비에 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사실 스미스부터 시작해서 리수화의 인민군과 표현철의 국군을 동막골로 인도한 것도 나비고, 나비가 날 수 없는 겨울임에도 공수부대원들을 향해 날아가서 동막골을 지켜낸 것도 나비입니다. 그런데, 영화 어디에서도 나비에 관한 설명은 없습니다. 나비가 뭔지, 대지의 정령인지, 동막골을 지키는 수호신인지, 그도 아니면 그냥 환상인지에 대한 설명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도 호접몽식의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지...'의 식이었다고 하면 그냥 '왠지 있어보이는 체 하려고' 했다는 소리 듣기 십상이올시다. ^^

 

에에에.. 또 주저리주저리 떠들다 보니 글이 길어졌군요. 아무래도 영화를 본지 한참 되어서 이래저래 생각하다 보니 눈밭에서 눈 굴리듯 생각도 많아졌나봅니다. 하여간, 이 '웰컴 투 동막골'은 정말 잘 만든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나날이 뻗어가는 한국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요? 이런 영화들이 점점 쌓여 가면서 한국영화는 점점 풍성해지고 깊어진다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 마지막으로 멧돼지 사냥 장면은 개인적으로 생각해서 한국 영화 10대 명장면에 충분히 들어갈 만한 멋진 장면이라 생각됩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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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2005, Welcome To Dongmak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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