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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전달과 재미, 둘 다 성공적... 두 개의 문
ldk209 2012-06-25 오후 5:36:08 20678   [1]

 

의미 전달과 재미, 둘 다 성공적... ★★★★

 

2009년 1월 20일, 용산4구역 철거민들이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농성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실시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 등 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제 3년 여의 시간이 경과한 현재, 경찰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어 농성에 참여했던 철거민 수 명에게 4~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 것으로 이와 관련한 법적인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은 당시 현장을 촬영했던 칼라TV 등 매체의 기록 영상과 재판 과정에 제출된 경찰 채증 영상, 일부 재연 장면과 변호사, 진상조사단, 그리고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경찰특공대원들의 진술을 통해 그 날, 도대체 남일당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리고 법적 절차까지 마무리된 용산참사가 왜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사건이며, 진실이 규명되어야 할 사건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사실 <두 개의 문>은 예상과는 좀 다른 영화였다. 일반적으로 흔히 이런(!) 다큐멘터리가 취하는 피해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함으로서 공분을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 날의 하루를 조립해 재구성하는, 그러니깐 장르적으로는 마치 서스펜스 스릴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끔 의무감으로 꼭 봐야만 하는 영화들이 영화적 재미를 주지 못함으로써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두 개의 문>은 이런 스릴러적 연출과 편집으로 의미 전달에 성공하면서 동시에 영화적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는 망루에 올라 죽어갔거나 살아남은 뒤 감옥에 갇힌 철거민과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배제하는 대신, 농성자들의 검거를 위해 건물과 망루에 진입한 경찰특공대원의 진술을 중심으로 그날의 참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기 전부터 특공대의 진압작전이 시작되었으며, 망루와 건물의 내부 구조, 내부의 위험물질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이 철거민들이나 시민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바로 현장에 직접 투입된 대원들의 진술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건물을 통해 진입한 경찰들이 두 개의 문 중 어느 문이 망루로 올라가는 문인지 조차 모르고 진입했다는 진술에서 제목 <두 개의 문>이 나온 것이다.

 

한 경찰특공대 팀장의 진술서에 ‘시위를 하는 농성자나 이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특공대원이나 모두 국민입니다’란 문구가 보인다. 그러나 경찰특공대원의 투입을 결정한 경찰 수뇌부, 그리고 국가권력에게 이들은 국민이 아니었던 것이다. 망루에 올라선 철거민들은 그저 섬멸하고 진압해야 할 적이었고, 일선 경찰들은 언제라도 부리고 교체할 수 있는 소모품, 사냥개에 불과했던 것이다.

 

덧붙여 용산참사 사태의 진정한 배후는 우리 모두에게 자리 잡고 있는 천박한 욕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2004년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에 몰표를 몰아주었던 그 욕망 말이다. 난 우리 사회의 재개발 문화만큼 천박한 자본주의 문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누군가의 생명, 안전, 인권과 같은 가치들은 돈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아니 돈을 버는 것을 가로막기 때문에 제거해야 마땅할 가치로 자리매김한다.

 

영화는 실제 어떤 이유로 망루에 불이 난 것인지에 대해선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건 검사나 판사의 판단대로 철거민들이 진입하는 경찰에 맞서 던진 화염병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경찰이 망루를 부수기 위해 휘두른 망치가 원인이 됐을 수도 있지만 그게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농성 하루 만에 농성자와 진압자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무모한 진압을 했다는 그 자체에 있으며, 한국 자본주의의 천박함과 이를 비호하는 국가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성이 철거민과 경찰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 영화 말미에 나오는 쌍용자동차 진압 장면은 몇 번을 보는 데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살의가 치밀어 오른다.

 

※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김형태 변호사의 다른 증언에 보면, 형사가 증인으로 나와 '협상 한번 안 해보고 진압했다'며 울음을 터트렸고, 이후 그 형사는 스스로 파출소로 갔다고 한다.

 

※ 경찰특공대는 군 특수부대 출신을 선발해 대테러작전에 투입한다는 명분으로 창설된 부대다. 신원을 비밀로 할 정도로 사실상 군 특수부대와 비슷한 강도와 규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찰특공대원들이 주로 노사분규라든가 사적 이해가 충돌하는 민생 현장에 출동해 자본의 첨병으로 이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투입되고 있다.

권력과 경찰수뇌부가 손쉽게 동원하는, 사실상 시위진압부대로 전락한 경찰특공대를 만들 때의 취지에 따라 대테러작전에만 엄격하게 운용하든가 아니면 해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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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2011, Two Doors)
제작사 : 연분홍치마 / 배급사 : (주)시네마 달
공식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2_do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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