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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 별을 쫓는 아이
ldk209 2011-09-02 오전 11:36:19 442   [1]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 ★★★

 

일단 알아둬야 할 개념들이 있다.

아가르타 : 지하에 존재하며,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생사의 문이 있는 세계.

크라비스 : 푸른빛을 내는 신비한 광석의 결정체로 아가르타로 들어가는 문을 열 수 있는 열쇠.

아크엔젤 : 지상에서 아가르타의 존재를 알고 있는 비밀조직으로 강력한 군대를 보유.

케찰코아틀 : 인류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신들로 각각 다른 형태를 띠고 있으며, 현재는 아가르타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역할 수행.

사쿠나 비마나 : 아가르타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선으로 신들을 태우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짐.

 

학교에서 공부도 일등, 집에선 바쁜 엄마를 도와 집안일도 척척 해내는 착한 소녀 아스나. 어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광석을 이용해 만든 수제 라디오를 매일 산에 올라 듣는 것만이 아스나의 유일한 낙이다. 어느 날 산에 가던 아스나는 곰과 비슷한 괴물의 공격을 받게 되고 위기에 처한 그녀를 신비한 소년 슌이 나타나 도와준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마음을 뺏긴 아스나는 다음날 그 소년이 추락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슬픔에 빠진다. 그런 아스나는 새로 부임한 모리사키 선생님으로부터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지하세계 아가르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소년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어느 날 다시 산에 오른 아스나는 슌과 닮은 소년 신을 만나, 아크엔젤 소속인 모리사키 선생님과 함께 아가르타로 신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모든 작품을 본 건 아니지만, 그의 작품엔 대체로 소녀적 감성이 차고 넘친다. 외로운 소녀가 느끼는 아스라함이 바로 그가 보여주고픈 세계인 것이다.물론 곱고도 아름다운 영상 역시 신카이 마코토의 것이다.

 

영화 초반부는 아무런 설명 없이 아스나가 뭘 하며 지내는지, 오로지 그것만을 보여주는 데 할애된다. 산에 올라 조그만 터널 속에 자신의 물건을 넣어두고는 밖으로 나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라디오를 듣는다.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서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저녁을 만들고, 혼자 밥을 먹고는 혼자 잠에 빠져든다. 소녀의 유일한 친구는 산에서 만난 고양이 미미. 이 장면만으로도 사무치도록 외로움이 느껴진다. 장면 하나. 집으로 돌아오는 아스나는 불이 켜진 집을 보고는 활짝 웃는 얼굴로 뛰어 들어오며 “엄마, 벌써 들어온 거야?”라며 인사를 한다. 그러나 텅 빈 집. “내가 불을 켜 놓고 나갔구나”라며 쓸쓸히 돌아서는 소녀의 등.

 

영화는 몇 번에 걸쳐 선생님의 목소리를 통해 아스나에게 ‘왜 이 모험에 동참했니?’라며 질문을 던진다. 사실 좀 의아하긴 했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소녀가 무턱대고 이토록 위험한 모험에 따라 나서다니. 그렇다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나 죽은 소년 슌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10년 전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아가르타에 들어온 선생님에게 소녀는 오랜 시간이 지나 죽은 사람을 살렸더니 살이 썩어 문드러진 채 돌아왔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이다. 소녀도 대답을 잘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말하기엔 어색한 듯한 표정. 소녀는 끝내 스스로에게 그 대답을 들려준다. “난 그저 외로웠을 뿐이야”

 

기존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에 비해 <별을 쫓는 아이>는 단순히 외로운 소녀의 감성만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자연 그리고 생(生)과 사(死)라고 하는 거대한 주제로 확장되었다. 영화는 모든 것은 죽는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곧 또 다른 생명의 시작이라는 자연의 법칙을 얘기한다. 모든 생명의 죽음은 대지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그것은 다른 생명을 살아가도록 한다. 이렇듯 자연은 순환하는 것이고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순환을 극복하기 위해 욕심을 부린다. 진시황의 불로초를 포함해 영원불멸을 찾아 나선 인간의 이야기들과 죽은 자를 되살리는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사의 돌, 그리고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다는 지하 세계 아가르타.

 

물론 이것은 결국 극복될 수 없는 법칙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결론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결론에서 느껴지는 허망하고 쓸쓸한 감정은 어쩔 수 없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총 116분. 지금까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에 가장 길다. 사실 지금까지 그가 연출한 대부분의 작품은 단편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이 영화의 단점들은 아마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짧은 에피소드에선 보이지 않거나 부각되지 않던 단점들이 장편에선 여지없이 감정의 이입을 방해한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너무 허술하다. 물론 전체 관람가의 만화니깐 하고 넘어가도 되겠지만, 영화 내에서조차 서로 모순된 이야기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제시된다. 지금까지 수많은 지상인들의 침공을 받았던 아가르타. 자료 화면엔 심지어 히틀러의 침공까지 묘사된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지하세계를 침공한 지상의 인간들이 아가르타에 대해 그저 오래된 설화로만 이해하고 있을 수 있을까? 아크엔젤 소속의 나름 지휘관급인 모리사키 선생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임시교사가 돼서 학생들에게 지하세계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건 너무 노골적이라 민망할 정도다. 그리고 아가르타로 들어오자마자 왜 소년 신을 그냥 보내줬을까? 어차피 사람 살리는 방법을 알기 위해선 그곳 사람에게 물어봐야 했을 텐데. 게다가 케찰코아틀들은 왜 이리 무력한 것일까? 기타 등등.

 

스토리텔링의 허술함이 중요한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신카이 마토코의 작품에서 스토리텔링 그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니깐. 그런데 장편에서 이야기의 삐걱거림은 전반적으로 산만함으로 다가온다. 장면 장면은 여전히 아름답고 좋지만, 그것들이 이어지지 않고 몇 개의 단편 모음집처럼 띄엄띄엄 떨어져있다고 느껴진다면 이건 무엇보다 시급히 극복해야할 문제라고 보인다. 다음 작품에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단편에서의 능력이 장편에서도 미련 없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기를.

 

참, 마지막으로,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에겐 저주이자 축복이다.

 

※ 아마도 아스나의 아버지는 지하 세계 인간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크라비스를 남겨 둔 것도 그러하고 이족들이 부정하다는 이유로 아스나를 죽이려 하는 것도 그렇다. 이족들이 생각하는 부정한 존재는 지상과 지하세계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인간이다.

 

※ 간간히 구사되는 유머는 뻔하지만 그래도 웃긴다.

 

※ 사람 모양의 케찰코아틀은 암만 봐도 <에반게리온>을 떠올리게 한다.

 

※ 이 영화의 교훈. 자연의 순리를 어기려 하다가는 한 쪽 눈을 잃거나 유인원의 지배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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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아이(2011, 星を追う子ど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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