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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상상력 인셉션
honey5364 2010-07-22 오후 1:51:40 905   [2]

타인의 꿈을 조작하거나 꿈으로 들어가 정보를 얻는다는 <인셉션>의 기본 설정 자체는 그다지 놀라운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진부하달 수도 있다. 대표적인 두 영화를 꼽자면, 타셈 싱 감독의 <더 셀>은 연쇄살인범의 마지막 희생자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연쇄살인범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정보를 캐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셉션>의 추출과 동일한 개념이다. 반대로 폴 버호벤 감독, 아놀드 슈왈츠네거 주연의 <토탈 리콜>에서는 꿈을 통해 뇌 속에 새로운 기억을 주입시키는 즉 ‘인셉션’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인셉션>과 동일한 설정의 영화들을 많이 봐왔고, 앞으로도 보게 될 것이다. 왜냐면 현실과는 다른 꿈의 세계, 현실과 꿈의 모호함은 어쩌면 영화 그 자체가 하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재승 박사는 자신의 트윗에서 기억의 일부분만을 삭제한다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설정이 과학적 근거가 충분함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꿈을 조작한다거나 정보를 캐낸다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인셉션>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무려 16년 동안이나 생각해 온 꿈(!)의 프로젝트라고 한다. 아마도 이 영화가 가능했던 건 <다크나이트>라는 거대 흥행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처럼 거대한 자본을 투자해 전반적 수준의 하향이 아닌 지적인 오락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다는 데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물론 놀란 감독에게는 <다크나이트>라는 전작의 연장선에 있기는 하겠지만, 대체로 영화는 자본이 늘어나면 날수록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해지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많은 관객을 통해 수익을 뽑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아무래도 가급적 이해하기 쉬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식에서 벗어났다는 것 자체로도 이 영화는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셉션>은 어쩌면 2시간 정도의 시간을 죽이기 위해(킬링 타임) 들어온 사람에게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면 <인셉션>은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되는 고도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상당한 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요구한다든가 하는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복잡할지언정 어렵지는 않은 영화가 바로 <인셉션>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스토리, 플롯에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드는 영화의 예산 규모가 천정부지로 치솟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바로 스토리, 플롯으로 보이며, 이런 차원에서 거대 예산이 만들어 내는 시각 효과는 놀란의 영화에선 어쩌면 말 그대로 ‘시각 효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사실 <인셉션>은 가끔 늘어지거나 맥이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전부터 놀란 감독은 인물의 감정선을 살리는 데는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영화에서도 인물의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은 과히 정서적으로 고양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부분과 함께 영화가 늘어지는 데 한 몫 하는 지점은 영화의 규칙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추출과 인셉션이라는 개념, 왜 꿈의 설계는 순수한 창의력을 이용해 건축해야 하는지의 이유, 현실과 꿈 그리고 꿈속의 꿈의 시간 차이, 꿈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몇 가지의 방법, ‘림보’가 의미하는 것, 백혈구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무의식의 저항 등등등. 이런 복잡한 규칙을 영화는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 상당 부분은 인물들의 대사로서 설명한다. 구구절절 설명해야 이유는 이러한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선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물론 시각적인 면으로만 봐도 이 영화는 충분한 즐거움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관객에 대한 배려가 가끔 너무 지나쳐 보이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다음으로 아무리 ‘시각 효과’라고는 하지만, 이 영화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당연하게도 거의 대부분의 시각 효과는 꿈속 세계에 집중되어 있다. 거대한 건물이 올라가거나 접히고, 계단의 방향이 바뀌고, 기차가 도로를 달리고, 복도가 기울어지고, 무중력 상태가 지속되는 등의 시각 효과는 그저 한마디로 놀랍고 거대하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놀란 감독이 창조한 꿈의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이러한 장면의 대부분이 CG의 조력을 거의 받지 않고 창조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CG가 실사를 대체하는 수준에 왔다고는 해도 사실 CG로 만들어진 장면은 아직은 여전히 조금은 어색하고 만화 같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놀란 감독은 CG가 제공하는 이러한 결함을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적 촬영으로 극복하고 있다. <다크나이트>에서 거대한 트럭을 뒤집어버린 놀란 감독은 <인셉션>에서도 거대한 트레일러에 기차 외관을 씌워 도심을 달리게 하고, 호텔 복도 세트에 줄을 달아 비틀어버리는 과감한 시도를 보여준다. 특히 누구나 CG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코브가 아리아드네에게 꿈을 설계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카페의 물건들이 터져 나오는 장면들도 모든 물건들이 실제로 터져 나오게 해서 촬영했다는 사실에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시각적인 부분에서 하나만 더 거론하자면, 특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 현실(?)과 꿈, 꿈속의 꿈, 그 꿈속의 꿈, 그 꿈속의 꿈이라는 4단계에 걸친 꿈에서 연쇄적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은 실로 압권이며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단지 시각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그토록 구구절절 설명했던 영화의 규칙들이 어쩌면 꿈에서의 탈출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치밀하고 촘촘하다.

 

영화가 끝나면서 관객의 탄성이 터지는 영화를 실로 오랜만에 경험해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인셉션>은 대단히 놀랍고도 경이로운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영화 속 꿈의 설계자가 만든 미로는 별다른 활용가치가 없었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 최소한 나는 2시간 동안 놀란 감독이 만든 미로 속을 해쳐 나오는 그런 기분이었다. 놀란 감독이 창조한 놀라운 꿈의 세계여.

 

※ 영화의 결론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현실과 꿈의 질감이 동일해서 덜 환상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둘의 질감을 동일하게 한 것은 전적으로 연출자의 의도 때문인 것 같다. 일단 작업의 대상(피셔)이 꿈과 현실을 혼동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영화 내적 논리도 그러하거니와 결국엔 관객을 혼란 속에 빠트리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현실이라고 생각한 장면들이 과연 현실인 것인가에 대한 의문. 꿈에서 만난 아내는 코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회사와 경찰에 쫓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그게 과연 현실일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어쩌면 이 영화 전체가 코브의 무의식, 즉 꿈속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낳게 한다. 그렇다고 하면 코브를 상대로 한 꿈의 설계자는 누구인가?

 

※ 코브를 포함한 일당들이 꿈에서 빠져나가는 방법 중 하나로 사용하는 음악이 주로 에디트 삐아프 노래라는 건 왠지 모르게 미묘하다. 바로 마리온 코티아르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계기가 에디트 삐아프의 생애를 영화화한 <라비앙 로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에디트 삐아프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혹시 이 노래는 주인공 코브가 아내 맬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아닐가 하는 느낌이 든다.


(총 0명 참여)
k87kmkyr
잘봣어요   
2010-08-12 17:03
dotori2835
잘보고가요~   
2010-07-26 17:24
kooshu
감사해유ㅋㅋㅋ   
2010-07-22 22:35
boksh3
감사   
2010-07-22 16:10
kmdkm
좋은리뷰 감사합니다. 어디서 들었봤다 했던 노래였는데..."라비앙 로즈"였군요ㅎ   
2010-07-22 15:43
soja18
잘읽었어요
  
2010-07-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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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2010, In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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